명상록
즐겨보는 영화잡지 '씨네21'에는 매주 한심한 글 두어편이 실리게 마련인데 이
른바 '구보'라는 양반의 잠꼬대 같은 말장난이 있었고(요즘 안보이는데 여간 다
행한 일이 아니다)

또 뒷페이지에 '유토피아디스토피아'라는 코너가 있어 '김규항'이라는 이의 글
이 특히 재수가 없다. 요즘은 또 '아줌마 극장가다' 라는 코너를 두고 '최보
은'이란 되도 않은 아줌마가 방방뜨며 꼴값을 떨어서 가뜩 비위 약한 속을 느글
거리게 하고 있다.

독자비평을 써서 호쾌하게 씹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글재주 없고 실어줄거 같지
도 않아 애통하게 생각하는 중 문득 김규항의 이메일이 공개된 것을 발견하고
혹 그가 메일을 읽는다면 약간의 분풀이가 되지나 않을까 생각한 끝에 유치하
긴 하지만 한 줄 때리기로 한다.

김규항은 인터넷에서 좀 읽은 적이 있는 '진중권'이라는 양반과 의기투합해서
잡지를 낸다던데(꿩궈먹은 소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중권은 좀 무모한 데가
있는 것이 그것도 멋이 된다 싶어서 쳐주는 편인데

(아 그리고 참 가끔식 한겨레에서 왕무식 김어준과 쾌도난담인지 뭔지 하는 바
보형갈라쇼를 하는데 특히 신문선을 불러다 놓고 지껄인 선수협어쩌구 대화가
무식의 극치로 즉 말하자면 압권이었다)

그렇다면 이문열류 느물거리기 전문 몰지성파 건달들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의
사정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참고로 나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요즘 뜬다는 벤처
기업을 본업으로 하고 정기적으로 이문열 씹는 386세대 통신논객 쯤 된다)

김규항이 내게 처음 찍힌 것은 어줍잖게 박노해를 비판한다고 끄적여대서 였지
만 그의 글에 나타나는 지독한 비관주의, 패배주의, 자조, 자기비하, 빈정거리
기, 느물거리기 이런 따위가 역겹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퇴행적사고
로 뇌가 굳어져 있다.

창조적이고 역동적인거 진취적인 기상을 좋아한다. 모험과 도전, 영광, 용기
뭐 이딴거다. 그런 황당한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나 찾아바라 울나라에는 없다
있어서는 안되고 있다면 점잖치 못한 것이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삐딱해진

인간들을 경멸해 주는 것이 또한 부업이 된다. 김규항 역시 경멸되어야 할 그
런 류로 보여진다.(물론 그를 만나보지 못해서 알수 없으나 유토피아디스토피
아 코너에서 느껴지는 부분만 말한다면)

벤처가 뜬다. 이는 내가 94년부터 통신에서의 글쓰기를 통해 줄기차게 강조해
온 나의 모험이요 도전이요 긍정이요 용기요 영광이다.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가
치 말이다.

쓰바 그런데 아직도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느물거리는 소리나 늘
어놓는 이문열류 허접쓰레기 몰지성들을 보면 어찍 밸이 꼴리지 않느냐 말이
다.

여러 변명이 있겠지만 시대정신을 읽는 통찰력의 부족, 지성의 결핍에 다름 아
니며 이는 그의 부족한 인생경험에서 나오는 가족주의적 태도, 의존심 이런데
서 연유한 것이 뻔하다.

왕무식 김어준이와 짝쿵이 된다는 것이 불가해하긴 하지만 그나마 말이 통하는
구석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김어준은 그래도 발상이
신선하고 똥고집이 있어서 나의 본받을 데가 한가지는 있는 족속 리스트에 이름
이 올라있다)

이번호 씨네21에도 예수 어쩌구 하고 영양가없는 소리를 끄적여 놨던데 쓸 건덕
지는 없고 원고료는 받아야 겠고 해서 마감에 쫒치겨 졸면서 쓴 글 같아서 논평
할 가치도 없거니와 걍 무시하고~

오늘의 가르침은 지식인과 지성인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지식인
이 무엇인지부터 말해주겠다.

왜정시대에 재봉틀은 굉장히 비싼 물건이었다. 고장나면 못고친다. 왜? 그것은
미싱(재봉틀)이 굉장한 기계여서가 아니라 수리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연장이
있어야 고치지?

연장을 가진 즉 미싱 고치는 기술자는 굉장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가지
고 다니는 연장통 하나 빼면 시체다. 대저 지식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연장통 하나 믿고 설치는 인간들이다. 그들에게 지식은 도구다. 그들은 언제
나 툴을 사용한다. 한국에서 지식인이 바로 그러한 자들이다. 그들의 연장통은
대개 외국유학쯩 이딴거다.

김규항이라는 인간의 글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맨날 연장통만 자랑하고 다니
기 때문이다. 자기의 머리에서 나오는 깊은 고뇌나 사색 같은 것은 없다.

연장통을 들고 다녀봤자 고장난 재봉틀을 고칠 뿐 새재봉틀을 만들지 못한다.
그 역시 남의 험담이나 해댈 뿐 신통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 그의 글에는
신선한 창의가 없다 빈정거림이 있을 뿐.

그것은 연장통 본래의 태생적 한계이다. 그것이 그가 지성인이 아니고 지식인
인 이유이다. 지식이라는 연장통, 수리하는 데나 쓸모가 있는 그 연장통을 그
는 던벼버릴 재주가 없다. 왜? 밥줄이니깐

그의 역할은 더 재수가 없는 이문열이나 혹은 재봉틀공장을 비난하는 것이 전부
다. 그는 언제나 무언가를 비난한다. 있는 것을 비난할 뿐이다. 없는 것을 찾아
내지는 못한다.

고장난 것을 두고 고장난 원인을 잘 알아낸다. 그것이 한계다. 창의가 없는 것
이다. 그래서 기운이 없다.

나는 이런 부류들을 재수없다고 느끼고 있다. 재수없다는 것은 그런 자들의 글
을 읽으면 오늘 하루는 또 잘 안풀리겠군 하는 찝찝한 느낌 이딴거다.

예를 들면 마광수나 김용옥 같은 인간들을 보자. 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김용옥 이 인간은 되도 않게 한의사를 한다면서 테레비에 나와서 벤처기업을 비
방하는 말을 던지고 있다 한다.

근데 강의는 졸라 신명나서 잘한다. 인사동에 생강엿 파는 총각엿장수보다 잘한
다. 머리 깍고 짱궤옷 입고 갈라진 목소리로 방방 뜨는데 그게 쇼맨십이다.

즉 이 양반은 그래도 에너지가 있다는 거다. 지성이 없어서 문제지만-역사와의
대화가 있는 자가 어찌 벤처를 비방하는 발언을 할까-죽은 노자가 살아나서 한
민족을 부활하고 인류문명의 대안을 내놓는 일은 절대로 없다 바보야.

지성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인생경험이 없고 시야가 좁으며 역사나 문
명 단위의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다. 자기중심적 사고, 좀 넓어봐야 가
문과 계급, 국가중심적 사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은 신의 뜻, 역사의 뜻, 문명의 에네르기에 의해 굴러가지 작은 개인, 가
족, 도덕의식 따위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보자.

일테면 요즘 추락중인 장기표옹은(그가 인터넷 등에 활약이 있었으므로 특히 관
심을 가지고 지켜본 바)그의 칼럼에서 몇가지 도덕적 원칙을 강조하는 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기류의 원칙(그것은 언제든지 용도폐기될 수 있는)를 절
대적인 판단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한다. 물론 원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역
사의 기운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는 조정의 예술인바 원칙과 현실 간의 부단한 타협이 정치다. 지식
인들은 대개 자기류의 몇가지 원칙(그것이 전가의 보도가 되는 이른바 툴이다)
만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이는 전체를 헤아리는 혜안이 없기 때문이고 결국은 지적 천박성 때문이다. 그
래서 모든 것이 실패로만 보이고 퇴행적 사고에 빠져버리게 된다. 아직도 아웃
사이더의 항변, 반항, 이런 뒤에서 구시렁거리기 쇄말주의적 언투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다. 앞장서서 주도할 생각은 못하고 말이다.

이젠 좀 호탕한 기개를 보고싶다. 호연지기 말이다. 천하를 찜쪄먹을 기상이 없
다면 나와서 좀 떠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온통 울부짖고 빈정거리는 데는 질
려있다.

김규항 맨날 씨네21에서 한다는 소리가 겨우 흥 박노해 니잘났니? 흥 누구누구
나 욕했지. 흥 지나 잘하라 그래. 흥흥흥~ 내 기억에는 이렇게만 남아있다. 하
긴 이런 글을 써대는 나 자신도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긴 하지만.

머 길었지만 정리하면 독자가 읽어보고 힘나는 글 좀 쓰라는 말이었다. 죽는타
령은 좀 그만하고. 우리나라 식민지에서 독립한지 옛날이니까.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11 지성과 소유 2002-09-10 3733
310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02-09-10 3737
309 연애편지를 쓰자 2002-09-10 3756
308 노동은 가치를 생산하는가? 2002-09-10 3784
307 죽어도 좋다면 죽어라! 2002-09-10 3814
306 일부 여성활동가들이 2002-09-10 3817
305 지성의 극치를 흘깃 엿본.. 2002-09-10 3823
304 닷컴 - 잔치는 끝났는가? 2002-09-10 3826
303 구조론에 대한 간단한 이해 2002-09-10 3827
302 내일 시황을 말하지 말라 2002-09-10 3838
» 김규항의 '그처럼 산다는 건' 2002-09-10 3850
300 지금은 정면승부를 해야한다 2002-09-10 3879
299 성냥팔이 소녀를 쉽게 이해하는 해설판 패치버전 2002-09-18 3880
298 콤플렉스와 인간 2002-09-10 3897
297 낙랑과 고조선 및 우리민족 2002-09-10 3898
296 기능의 성공과 실패 2003-11-18 3902
295 푸틴의 시대를 축하하며 2002-09-10 3903
294 왜 명상을 하는가? 2002-09-10 3914
293 파시즘 1 2002-09-10 3914
292 매트릭스의 곁가지들 2003-11-12 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