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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66 vote 0 2005.11.25 (22:00:29)

나는 이론이 진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진보를 결정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역사의 편에 서지 않은 진보는 진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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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보름 전 쯤 ‘황교수가 너무 자주 언론에 노출된다’는 요지의 칼럼을 쓰려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황교수가 단 한번도 ‘연구원의 난자기증’ 여부에 관하여 명확한 부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기 때문이다.

황교수가 똑 부러지게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러할 개연성’을 인정한다는 거다. 필자가 눈치챘듯이 그 시점에 알 사람은 다 알았다. MBC의 잔인한 게임은 그 상황에서 시작된 거다.

왜 황교수는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추었을까? 그 때 황교수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사태진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황교수의 잇따른 언론노출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을 수 있다.

무엇인가? 황교수는 우리 사회에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하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하기 위하여 본인을 홍보팀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로 지금 난자기증자는 쇄도하고 있다. 이제 연구자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황교수는 필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MBC가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과 초를 다투는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우리 사회에 난자기증의 중요성을 알린 것이다.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민노당의 주장대로 황교수가 처음부터 연구원의 난자기증 사실을 밝혔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이 난자기증자가 쇄도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교수의 인기는 크게 떨어지고, 청와대는 황교수를 지원할 명분을 잃게 되고 연구팀은 사기를 잃었을 것이다. 세계는 한국을 비웃고 그 틈에 새튼은 한국의 연구원을 빼갔을 것이다.

황교수는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이 나라의 과학을 살리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진단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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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진중권씨가 독실한 카톨릭 신도라는 사실이 진실일까? 진중권씨기 독실한 카톨릭신도였기 때문에 황교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진실인 것일까? 진중권씨의 부인이 일본사람이기 때문에 애국자들을 경멸하고 있다는 사실이 진실일까? 전혀 그렇지 않을까? 이것은 하나의 개연성일 뿐일까?

내가 진중권씨 입에 마이크를 대고 이렇게 시시콜콜 캐묻는다면 당신의 아마 나의 따귀를 후려치고 싶을 것이다. 바로 그런 짓을 MBC가 한 것이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시청자가 MBC의 따귀를 후려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황교수는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한 것일까? 데일리 서프의 문한별씨는 내놓고 황교수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은 무슨 거짓말을 한 것일까? 클린턴은 자기 보호를 위해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사실’은 부분을 보고, 진실은 ‘전모’를 본다. 전모로 말하면 황교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강압에 의한, 혹은 모종의 부도덕한 거래에 의한 연구원의 난자기증은 없었다. 이것은 전체의 맥락이다.

진실이라고? MBC는 무슨 진실을 알아낸 것일까? 내가 기억하기로 스타 검사가 알아낸 진실은 ‘클린턴은 무죄다.’ 이거다. 이번에 MBC가 알아낸 진실은 ‘황교수는 죄가 없다’ 이거다. 그러나 클린턴은 모욕을 당했다. 황교수 역시 모욕을 당했다. 이건 폭력이다.

검사가 성폭행 피해자에게 함부로 심문하는 것은 명백히 폭력이다. 검사는 말하고 싶을 것이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하여’라고. 법정에서 피고를 가리키며 “저 사람의 XX가 당신의 XX에 이만큼 쑥 들어갔습니까?” 하고 손가락을 벌려 보이며 질문하기도 했다고 한다.(80년대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 요즘은 이렇게 심문하지 않겠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라 폭력이다.

스타 검사는 청문회를 빌미로 자신의 악랄함을 폭로했을 뿐이다. 그는 진실을 밝힌 것이 아니라 빌어먹을 부시의 당선을 도왔을 뿐이다. MBC는 진실을 핑계로 자신의 폭력성을 고발했을 뿐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MBC 사장이 국민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BC의 취재 자체는 문제가 없다. 의혹이 있으면 취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황교수는 죄가 없다는 사실이 MBC의 취재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렇다면 그 보도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MBC는 자신의 무리한 취재를 면피하기 위해 황교수 입장을 난처한 방향으로 몰아붙였으며 그러한 행위는 나약한 한 인간을 상대로 한 폭력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애초부터 황교수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필자가 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강단의 학자들은 인생 참 편하게 산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들은 어떤 일의 전체과정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은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전모를 살피지도 않는다.

국익이니 애국이니 하는데 이건 애국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되었느냐 안되었느냐’의 문제 ‘인간이 철이 있느냐 철부지냐’의 문제다. MBC라는 철부지 어린아이의 손에 칼자루가 쥐어진 것이다.

빌어먹을 새튼은 유태인이다. 이 사실이 전혀 무관하다고 믿는 바보도 있을까?

MBC에는 민노당원들이 많다. 진중권은 카톨릭 신도이고 그의 부인은 일본인이다. 이건 진실이 아닐까? 진실을 앞세운 폭력은 허용되어서 안 된다.

PS.. 새튼이 유태인이라는 점을, 진중권씨가 독실한 카톨릭 신도라는 점을, 그의 부인이 일본인이라는 점을, MBC에 민노당원이 많다는 점을 굳이 문제삼는 것은 설사 그것이 진실이라 해도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필자의 글은 옳은 글쓰기가 아니다. 그런 옳지 않은 짓을 MBC가 진실을 핑계로 자행한 것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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