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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14 vote 0 2005.11.11 (16:58:01)

오늘이 무슨 날인가? 11월 11일이면 빼빼로데이다. 이런 날에는 어떤 기사가 뜨는가? 『교실 난장판 만드는 '빼빼로 데이' 이젠 정말 말리고 싶다.(오마이뉴스)』 이런 기사가 뜬다. 뻔할 뻔자 아닌가?

‘교실이 좀 지저분해지면 어때?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걸로 된거지.’ 이건 필자의 생각이다.

원고료 벌려고 쓴 맞춤글이 있다. 비판하기 위한 비판이 있다. 상투적인, 진부한, 개념없이 그냥 써 본..! 언제나 그렇듯이 단골로 등장하는..!(오해하기 없기. 위 기사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진이 그렇다는 말이다.)

예컨대 신문 독자란에 몇 번 기고해 보면 어떤 글이 선택되는지 알게 된다. 정치문제나 언론문제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쓴 글은 절대로 채택되지 않는다. 어린이 놀이터에 위험물이 방치되어 있다고 쓰면 당장 채택된다.

신문들은 언제라도 독자들이 바보이길 원하는 것이다. 한겨레 ‘왜냐면’은 그래도 좀 낫다지만 큰 차이없다. 왜냐면 스타일이 딱 정해져 있어서 붕어빵표 맞춤글을 써야 채택된다.

독자들은 편집자의 의도를 눈치채고 가짜글을 쓴다. 실제로 조중동 독자코너의 상당부분은 원고료를 겨냥한 맞춤글이다. 딱 보면 안다. 어떤 글이 선정되는지 독자가 알아버리면 게임 끝이다. (그런 가짜글을 많이 써서 쓰는 족족 신문, 잡지, 방송에 실린 것으로 경품을 많이 받아서 TV에 출연한 사람도 있었다.)

먼저는 편집자가 독자를 길들이고, 다음은 독자가 편집자를 갖고 노는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이비 게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방학 끝나는 날에 한달치 일기를 한꺼번에 쓰려면 먼저 일기의 형식을 찾아야 한다. 일정한 패턴을 만든 다음에 토씨만 바꾸어 대량 복제한다. 이런 죽은 글이 조중동 독자면을 점령하고 이제는 오마이뉴스를 노리는 것이다.

왜 필자는 이 문제를 제기하는가? 오마이뉴스가 대략 맛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문을 장식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국보 1호 변경 쓸데없다’는 기사는 오마이뉴스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증거다.(이 글은 11일 오전에 씌어졌음.)

아무 생각없이, 그야말로 긴장이 풀려버린, 동기를 상실한, 그냥 한번 써 본.. 쓰나마나 한. 매가리 없는. 혼이 죽고 얼이 빠져버린. 바보 아냐!?

오마이뉴스 뿐만이 아니다. 먹물 좌파들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다. 밑바닥을 겪어보지 않은, 공중에 뜬, 실 체험이 결여된. 글쓰기 위한 글쓰기. 읽어주는 독자가 있으니까 목적도 없고 동기도 없이 그냥 기교 하나만 가지고 쓰는 글.

한류가 조금 뜨면 한류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냥 비판하기 위한 비판을 읊조린다. 한국영화가 뜨면 상업주의에 물들었다고 개탄한다. 예컨대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 때 박노자의 하나마나한 비판이 그러하다.

당시 필자는 박노자가 그런 말 할 것으로 예상하고 반론까지 미리 써놓았다. 그는 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은 한국인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그 역시 월드컵을 이용한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시장에 한 숟가락 먹자고 밥숟가락 들고 달려든 것에 불과하다. 혹자는 응원의 방법으로, 혹자는 비판의 방법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좌파는 대안없이 비판만 한다는 편견을 떨쳐버릴 생각이 없이.. 그야말로 개념없이 달려든 것이다. 남들이 그 월드컵에 장보러 가니 박노자도 장보러 간 것이다. 그의 직업은 비판이니까 그냥 비판한 것이다.

그는 비판 기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비판의 테크니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테크니션이 되었기 때문에 그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비판할 수 있다. 사건의 내막을 알아볼 필요도 없이 비판할 수 있다. 겪어보지도 않고 비판할 수 있다. 비판계 대가의 반열에 오르면 그렇게 된다.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으레히 초콜렛이 어떻고 하며 비판 기사가 든다. 하기사 올해 보졸레 누보 소동은 시들해 져서 비판기사가 안뜰지도 모르겠다. 과연 보통사람들의 그러한 소박한 유행에 까지, 지식인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서서 비판할 가치가 있을까?

보졸레 누보 소동, 발렌타인데이 소동, 빼빼로데이 소동.. 이건 정말이지 디시인사이드 초딩들의 드라군놀이 마냥 시시한 것이다. 당신은 왜 평범한 대중들의 사소한 일상에만 집착하는가?

별거 아니다. 보졸레누보 소동이 한물 갔듯이, 가요계에서 팝송이 왕년의 팝송이 아니듯이, 헐리우드 영화가 한풀 꺾였듯이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다. 나는 그들 좌파 꽁생원들의 하릴없는 시비가 박정희 독재의 장발단속이나 미니스커트 단속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오마니뉴스! 며느리들 흉이나 보는 걸로 소일하는 동네 할머니들 처럼 되어버렸다면 끝장이다. 반성해야 한다.  

김규항 식으로, 지식인 특유의 까다로운 취향과 기호를 내세워서 깐깐한 걸로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따위 말이다. 이건 정말이지 밥맛이다.

이런 식의 매너리즘이 좌파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엽말단에만 흥분하는 바보들은 예로부터 있어왔다. 국산품은 일제나 독일제에 비해 바느질 뒷마무리가 꼼꼼하지 않다는 이거 하나로 30년을 울거먹은 한국일보 장명수 칼럼 같은 멍청이짓은 예로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뻔할 뻔자.. 독일에 가봤더니, 일본에 가봤더니, 프랑스에 가봤더니, 이태리에 가봤더니.. 백화점에서 우산을 샀더니, 백화점에서 핸드백을 샀더니.. 독일제는 바느질 뒷마무리가 꼼꼼한데 그것은 마이스터 독일의 국민성이라. 사무라이 일본의 무사도정신이라. 그것이 바로 이태리의 장인정신이라..

국산은 뒷마무리가 안 되는데 그 또한 ‘빨리빨리 한국인’의 조급증이라.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배워서 말레이시아 택시기사들이 쯔밧쯔밧이라.. 이거 하나 가지고 20년씩 칼럼질 해먹는 조중동의 사대주의 칼럼쟁이들.

그 사람들이 정말 외국에 가보고, 물건을 사보고 칼럼을 쓰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그것도 칼럼이라면 나는 앉은자리에서 백편도 생산하겠다. 에휴! 하기사 요즘 조중동은 대통령 씹느라 바빠서 그런지 그런 식의 판에 박힌 사대주의 칼럼도 사라졌더라만 독재 때는 그랬지. 본질인 민주화의 문제는 제쳐두고 시시하게 바느질 타령만 해댔지. 그것이 조중동 당신들의 비겁한 모습이지.

대안없는 비판, 비판이 직업이 되어버린 비판, 비판의 기술자가 되어버린 비판의 테크니션들.. 보통사람들의 삶에 관한 사소한 일만 물고 늘어지는.. 그것이 매너리즘이고 그것이 타락의 조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엊그제 편의점에서다.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다. 인형이 포함된 큼지막한 빼빼로 상자를 손에 들고 섰다. 편의점 알바의 말투는 냉랭하다.

“너 아빠한테 허락맡고 와. 이건 6000원짜리라구. 1000원이 부족하단 말야.”

아이는 1분 가량 꼼짝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아이는 나름대로 인생이라는 전선에 서버린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건 내가 불쑥 끼어들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아이의 인생은 그 아이 스스로가 헤쳐가야 할 것이다. 때로는 모른체 하는 것이 미덕일 것이다.

부디 이르노니 역할하지 말라. 꼽살이 끼지 말라. 개입하지 말라. 역할게임에 중독되지 말라. 비판이 직업이 되어서 안 된다. 야당이 체질이 되어서 안 된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라.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서 기어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편하게 아래를 굽어보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관대해져야 한다. 마이너들의 얼빠진 짓거리는 일단 무시해야 한다. 카우치들의 소동은 유쾌한 기억으로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 전사라면 보통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질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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