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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104 vote 0 2005.11.03 (15:24:38)


대게대게.. 이거 오해할 만한 내용이라서 덧붙이고자 한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지도자의 미덕이면서 동시에 권력자의 추악한 뒷모습이다.

‘대게대게’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이 있는 곳에 항상 존재한다. 예컨대 간디가 네루에게 실권을 맡기고 상징적인 역할만 맡는 것이 그러하다.

필자가 수년 전 615 정상회담 때 ‘우리모두’에 쓰기를.. 김정일이 양복을 못입어서 답방이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이건 상징적인 표현이다. 말꼬리 잡지 말라.)

정상회담 직후라서 모두들 김정일의 답방이 쉬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때인데 필자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뜨악한 분도 많았을 것이다.

왜 김정일은 곱지도 않은.. 진짜 꼴보기 싫다.. 인민복이나 두툼한 잠바를 입고 다니는가?(감기 몸살이라도 걸렸나?) 이번에 후진따오와의 공항 영접장면에서 김정일의 옷이 넘 후져서.. 그걸 보는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왜 카스트로는 수염을 깎지 못하는가? 왜 아라파트는 권총없는 권총집을 벗어던지지 못하는가? 왜 등소평은 인민복을 고집하였나? 왜 카다피는 베드윈 모자를 쓰고 다녔나? 왜 김정일을 항상 후진 옷을 입고 다니나?

이들의 공통점은 ‘대게대게의 대가’라는 것이다. 김정일이 양복을 못입는건 대게대게를 하느라고 못입는 것이다. 양복을 못입기 때문에 답방도 못하고 있다고 쓰면 논리의 비약이 되겠지만 그런 점이 있다.(여기에는 암유가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김정일이 양복을 입는다는건.. 종교의 교주와도 비슷한 상징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가의 역할을 의미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대게대게의 법칙에 의하면 그 경우 지도자의 위치에서 축출될 확률이 높다.

카스트로가 수염을 깎으면 곧 제거된다. 일본의 덴노가 실질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당연히 제거된다. 그것이 대게대게의 법칙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헐벗은 몸으로 손수 물레를 돌리는 등의 상징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힘을 행사하려 할때 암살된다.(간디는 대게대게의 대가였으나 인도가 둘로 쪼개지려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 대게대게를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살 당했다.)

요는 일본의 경우 묘하게도 이 원리가 일상생활에 까지 침투해 있다는 거다. 일본은 위에서 아래까지 속속들이 대게대게다. 대게에 살고 대게에 죽는다.

우선 덴노(천황)가 상징적인 역할만 맡고 ‘전쟁책임은 몰것슈’ 하고 뻗대는 것이 대게대게다. 심지어는 야꾸쟈들도 그러하다. 예컨대 늙은 야꾸자 1대가 죽으면 실력자가 2대를 맡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아들, 심지어는 딸이 권력을 물려받는다. 모두들 충성을 맹세한다.

근데 이때 힘없는 아들 2대가 오판해서 정말로 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면 어느 넘이 슬쩍 다가가서 미친척 하고 찔러버린다. 그들은 충성을 맹세하지만 ‘지배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대게의 법칙은 이때 충성의 강도는 지배하지 않음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절묘한 권력구조가 숨어 있다.

권력자의 밑에는 항상 일종의 ‘마피아’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때로 지도자의 의지를 거스른다. 히틀러가 자신을 따르는 돌격대 수백명을 학살해 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우리나라 정가에도 그런 식의 ‘마피아’가 형성되어 있다. 필자가 국참연을 안좋게 보는 이유도 그런 권력의 작동원리가 돌아가는 모습을 은근히 느끼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500년간 당쟁사도 이걸로 해설할 수 있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노론이 세자를 쳐버린 건데.. 거기에 앞장선 혜경궁 홍씨는 남편을 배신하고 당론을 따랐을 정도이다.(이런거 말하면 이야기 길어지는데.)

이런 ‘마피아’ 집단 비슷한 것을 ‘시바 료타로’는 ‘와카슈’ 전통에서 찾고 있는 모양인데 어디를 가나 권력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시바 료타로’에 의하면 화랑도를 연상하게 하는 청소년 공동체가 발달해 있어서 이들은 불법, 탈법도 묵인되는.. 조폭 비슷한 의리로 뭉친 초법적인 단체가 되는데.. 당시 일본 군부에도 이런 것이 생겨나서.. 전두환의 신군부나 하나회를 연상하게 하는.. 이들이 덴노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실권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이런 집단이 있고.. 권력자는 이들의 실권을 건드리지 않는다. 일본의 덴노는 애써 상징적인 존재로 자신의 영역을 축소시킨다. 만약 그 금을 넘어서 이 권력집단을 건드리면? 자다가 칼 맞는다.

자다가 칼을 안맞기 위해서는? 김정일은 후진 인민복이나 잠바를 입어야 하고, 카스트로는 수염을 길러야 하고, 간디는 물레질을 해야 하고, 아라파트는 총 없는 권총집을 차야 하는 것이다.

실수로 자칫 그 금을 넘어버리면? 간디처럼 저격된다.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자기 부하에 의해 총알밥을 먹기도 한다.(김재규의 경우 이와 꼭 맞는 예는 아니겠지만 오야붕과 꼬붕 사이에 그어진 무언의 금을 넘은 것은 확실하다.)

어디를 가나 권력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리더가 통제하지 못하는 와카슈 집단은 생겨나게 되어있고 적극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검찰의 높으신 나으리들이 원하지 않는 폭탄주를 차례 마시고 들것에 실려가는 것도, 강금실 장관이 송광수와 팔장을 끼어야 했던 것도 이런 권력의 살벌함 때문인 것이다. 조직의 생리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압도하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러한 이유로 일본의 권력자들은 야꾸자부터 덴노에 이르기 까지 실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권이 없으니 협상이 안된다. 미국과 일본이 협상을 하면 미국이 항상 지는 이유는 일본의 권력자가 실권이 없어서 위에서 약속해도 밑에서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리더가 실권이 없으면 어떻게 지배를 하는가? 배후에서의 흥정, 노련한 유력자의 중재, 야꾸자의 개입, 금권정치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 대게대게.. 재밌으라는 표현이고 간단히 말하면 ‘권력의 생리’다.

- 대게대게의 법칙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실무에 개입하지 않거나 알아도 모른척 하는 것을 말한다.

- 리더는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의 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킨다.

- 지도자는 재상을 발탁하여 실무를 위임한 후 개입하지 않는다. 알아도 모른체 한다. 아는 티를 내면 배신 당한다.(내각제, 입헌군주제는 일정부분 이런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 교활한 리더는 개입하지 않는 척 쇼를 하면서 실제로는 막후공작을 하게 되는데 신망있는 사람의 중재에 맡기거나 혹은 금전을 뿌리거나 폭력을 사용한다.

- 참된 리더는 위기시에 대게를 그만두고 직접 개입하게 되는데 그 경우 부하로부터 배신 당하는 경우가 많다.

- 지도자 밑에는 ‘마피아’와 같은 사조직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실세그룹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도자에게 표나게 과잉충성 하면서 실무에서는 교묘하게 수족을 제거하여 지도자를 무력화 시킨다.

- 지도자는 이 마피아 집단을 잘 이용하기도 하지만 종종 이들의 폭주를 제지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로 축출된다.

- 지도자가 고이즈미처럼 신사를 찾고 카스트로처럼 수염을 기르는 따위의 상징에 집착하는 것은 이 실세그룹을 통제하기 위한 우회적인 수단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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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도 대게대게를 구사했을까? 국정원의 도청사실을 몰랐을까? 대게대게의 법칙에 의하면 알아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다. 리더가 아는 것을 아는 척 하면 부하에게 배신 당한다.

동교동도 그렇고 국참연도 그렇고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버리면 반드시 폭주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서서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권력의 생리는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생리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유전인자에 새겨져 있다. 가만 놔두면 반드시 이런 것이 생겨난다. 이를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대체해야 한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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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떤 명인의 가게가 번창하고 있는데.. 그 사장은 자린고비라서 종업원에게 월급을 거의 주지 않는다. 대신 종업원에게 비법을 전수해 주고 나중에 자기 딸과 결혼시키고 가게를 물려준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미담이 될까?

언뜻 보면 미담 같지만.. 19세기의 신화다. 기술을 독점하고 대신 종업원에게 가게를 물려줄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체인점을 열어서 기술을 개방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와카슈 집단과 대게를 하는 리더와의 관계는 그 전통적인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과 같다. 종업원은 주인에게 과잉충성을 한다. 월급을 안줘도 군말없이 일한다. 가게를 물려받으려는 야심을 숨기고 말이다. 주인은 겉으로는 자린고비 처럼 굴지만 종업원이 자신의 사위가 될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한다.

이 장면은 매우 좋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위태롭다. 봉건적 주종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봉건시대에는 통했지만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가게는 파산하고 종업원은 주인을 배신한다.

봉건은 권력의 생리 그 자체가 만든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 동물적인 생리를 따라가려는 본능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의 생리 그 자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리더가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통령제는 이 원리와 맞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정치현안에 대해 말도 못하게 하면서 책임은 무제한으로 묻고 있다.

그렇다면 내각제나 입헌군주제를 하지 않는 한,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이원집정부적인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연정안은 그러한 곰민 끝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는 정말이지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야말로 우리가 힘을 쓸 때가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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