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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760 vote 0 2011.08.18 (20:51:03)

이 글은 구조론적인 관점에서.. 순수한 야구 그 자체와는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 유의하시길..

 

야구는 김성근이 잘 하지만, 구조론적인 관점에서의 고수는 김응룡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구조론의 원칙이다.

 

원조 자율야구는 김응룡이 먼저 했다는 말도 있다. 그게 자율야구라기보다는.. 잔머리의 대가(어떤 면에서는..)인 김응룡 감독이 최소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다보니.. 팀 내부 돌아가는 사정에 덜 개입했다는 거다. 집안일을 나몰라라 하는 마초가부장처럼 모른척 하고 내버려두는 방법을 쓴 것이다. 하긴 옛날에는 다들 그런 식이었지만.

 

최소한으로 개입하기.. 이 또한 구조론의 원칙이다. 물론 개입할 때는 개입해야 한다. 어린이가 위험한 물가에서 놀고 있는데 부모가 모른척 하고 있으면 그것도 곤란하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독립시켜 줘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초반에는 상당히 개입해 주는 것이 맞지만.. 조직이 성장하여 정점에 도달하면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어떻든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개인의 자율을 존중하고 덜 개입하는 조직이다. 물론 한창 성장기에 있을 때는 당연히 개입해야 한다.

 

하여간 구조론의 원칙이 그렇다는 거지 이걸 아무데나 마구 적용하면 곤란.

 

무엇인가? 구조론적으로는 입구와 출구에 개입해야 한다. 언더독효과는 사건의 입구에 개입하는 것이고, 밴드왜건효과는 사건의 출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문제인이 뜨는 이유 편)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길이 수천가지이나 입구와 출구는 하나다. 입구나 출구만 장악하고 있으면 딱 걸린다.

 

김성근 감독은 잔소리 잘하는 엄마처럼 일일이 개입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가끔 한번씩 소통을 치는 아빠처럼.. 선이 굵게 가는 거다. 그냥 호텔 로비에서 방망이 들고 지켰다고 한다. 밤중에 술 먹으러 못 가게. 그게 최소비용. 출입구 장악.

 

김성근은? 일장연설을 한다. 야구를 왜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하는지 가르침을 편다. 선수를 세뇌시킨다. 김성근교 신도로 만든다. 어느 쪽이 비용이 적게 드는가? 어느 쪽이 선이 굵은가?

 

김성근, 한니발, 애플..> 전문가형
김응룡, 로마군단, 구글..> 시스템형

 

전문가형과 시스템형이 있다. 어느 쪽이 나은가? 한국처럼 기본이 안 되어 있을 때는 히딩크와 같은 전문가를 불러와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문팀과 히딩크는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다. 감독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는 스타들이 감독의 말을 들어먹지도 않는다. 그리고 팬들이 보기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 여러 가지로 마찰이 일어난다.

 

못하는 팀은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으므로 어떻게든 이겨야 하지만 명문구단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우승을 해서 명문인 것이다. 이미 많은 우승을 했는데도, 한 게임 이겨보자고 째째하게 나오면 팬이 떨어져 나간다. 명문구단일수록 신사적인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시스템형은 구조론의 질에 해당하고, 전문가형은 입자에 해당한다. 시스템형이 더 상부구조다. 더 높은 포지션이다. 명문구단이 가야하는 방향은 시스템형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일단 연봉을 많이 주어야 하고, 최고의 스타들을 볼러모아서, 최고의 진용을 갖추고,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보이는 것이다. 이기는 야구가 아니라 멋진 야구를 해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전통있는 명문구단과는 맞지 않다. 우승에 목마른 팀으로 옮겨가서 우승청부사를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SK가 명문이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박정희 같은 독재자에 대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독재자로 가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독불장군이거나. 독재자가 일정한 성적은 내지만 대신 팀의 근본을 파괴하는 수가 있다.


사실 유능한 독재자는 많다. 김일성도 70년대 초반까지는 제법 뭔가를 했고,(구글 어스로 북한 땅을 들여다 봤는데 경지정리는 남한 이상으로 반듯하게 잘해놨더라. 서해안에 간척사업도 제법 했고.) 스탈린도 독일을 물리쳤고, 히틀러도 아우토반을 닦았다. 나폴레옹도 그만하면 능력은 보여줬다.

 

그러나 우리 길게 생각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쥐어짜서 성적만을 낸다면 좋지 않다. 그리고 재벌 야구팀이 성적지상주의로 가면 안 된다. 이기는 경기도 좋지만 롯데처럼 20년간 우승을 못해본 팀이거나, LG처럼 아주 66685876을 기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 말이다. 성적 다음에는 품격이다.

 

한예슬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넌 돈 많이 받으니까 희생해도 되잖냐’는 식이면 곤란하다. 그거 매춘부 발상이다. 끝끝내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이수근은 스타가 아니므로 일곱 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뛰어도 상관없지만, 유재석이나 강호동은 제법 스타이므로 3개 프로그램 이상을 맡으면 좋지 않다.

 

장윤정은 마이너 신분이므로 돈독이 올라서 하루에 12개 행사를 미친 듯이 뛰어도 상관없지만, 노홍철은 적어도 신사이므로 질낮은 지방행사 뛰면 안 된다.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 가난한 장윤정은 돈벌어서 재벌되라고 하고 노홍철은 곧죽어도 예술가를 지향해야 한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

 

 


http://gujoron.com




[레벨:7]꼬레아

2011.08.19 (19:01:36)

머리가 잘 돌아가는 돌 줄 아는 노홍철 !

알겠지 ^^

 

[레벨:7]꼬레아

2011.08.19 (19:05:33)

이수근 알았지 ?

전나게 뛰는 거야  운전도 열심히 하고

이상벽도 살고 남희석도 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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