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창호 바둑을 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도 건너지 않는 것이다.
연정안은 돌다리를 두들겨 보는 것이지 그 다리를 건너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판한다. 대통령이 조만간 돌다리를 건널 것이라고 착각한다.
모든 전략은 성동격서다. 동쪽에서 소리를 질렀으니 곧 서쪽을 칠 것이다. 한나라당은 붕괴, 민노당과는 제휴, 민주당은 흡수로 귀결 될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다 할 승부수를 던진 적이 없다. 보안법 철폐, 조중동 박멸, 친일파 심판의 승부수를 던져주기를 바랬는데 말이다. 그런데 언론들은 말 끝마다 승부수 타령이다.
승부수 타령에는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도 승부수가 되고 국정원의 도청 사과도 승부수다. 펜은 비뚤어졌어도 글은 똑바로 써야 한다. 그것이 어찌 승부수인가?
승부수는 승부처에 던지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를 타켓으로 겨냥해서 역풍을 감수하는 모험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적이 있었던가? 필자의 기억으로는 없다.
흔히 탄핵과 대선자금 수사를 노무현의 승부수라고 한다. 그러나 진실이 아니다. 탄핵은 최병렬과 조순형의 승부수였지 노무현의 승부수가 아니다. 최병렬과 조순형은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을 겨냥해서 역풍을 감수하는 대도박을 벌인 것이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았다. 적들은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무슨 수라도 쓰기를 기대했다. 즉 밀실에서의 흥정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흥정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협을 하다가 안통하니까 끝내 칼로 찔렀고 대통령은 피하지 않았다. 전혀 수를 쓰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수를 쓰지 않은 것이 어찌 승부수가 되는가? 분명히 말한다. 탄핵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승부수였고 그들의 꼼수는 역풍을 맞아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수를 써야 하는 시점에서 대통령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았다. 그 결과로 이상수, 이재정, 안희정, 정대철 등 대통령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되었다.
당연히 수를 쓸 시점에서 수를 쓰지 않은 사실을 두고, 그 결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사실을 두고 승부수라고 말한다면 이는 국어사전이 울고갈 사태가 아닌가?
지금 언론들은 승부수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선거철이 아니다. 승부수가 나올 타이밍이 아니다. 전혀 승부처가 아닌데 야당에 대한 연정제안이 어찌 승부수가 되는가?
나는 그들이 의심병이 들었다고 본다. 한나라당, 민주당, 조중동, 한겨레, 오마이뉴스들은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기 바란다. 그런 식으로 사람 의심하면서 살면 스트레스 받아서 수명이 단축될 것이다.
진실로 말하면 승부수는 그들이 던졌다. 그들은 끊임없이 속임수를 쓴다. 밀실에서 음모를 꾸미고, 꾀를 내고, 꼼수를 쓴다. X파일에 다 드러났듯이 말이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덫을 파놓고, 대통령이 그 속임수에 응하지 않으면 거꾸로 대통령이 승부수를 썼다고 뒤집어 씌운다.
가을 정기국회가 다가오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이제는 정말 수를 좀 쓸 때가 되지 않았는가. 승부수를 던지기는 커녕 국회의장 하나 못 다루는 대통령께 이런 하소연을 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제발 승부수 좀 던져주세요. 날치기를 하든, 공작을 하든, 김원기 의장을 구워 삶든 어떻게 해도 좋으니 개혁법안 좀 통과시켜 주세요. 대통령께서 끝내 승부수를 던지지 않면 우리는 정말 기운을 잃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