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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51 vote 0 2005.04.11 (22:23:20)

김두관 전 장관님 보세요.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칼럼에 댓글을 주셨더군요. 다른 사람이 장난으로 쓴 글일 수도 있지만.. 김두관 본인이라 치고.. 그쪽이 더 재밌으니까요.. 일단 써봅니다.

하여간.. 김두관님이 저와 가까운 친구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님은 왜 정치를 합니까?
정치.. 그 더러운 판에 왜 얼씬거리지요?
뭐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여의도.. 미사일 한 방 날려서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밑바닥의 그 어떤 분노가 없다면 정치 하지 마세요. 99.999프로 망가지는 데가 정치판에요. 여당이고 야당이고 없어요. 개혁이고 수구고 없어요. 정치는 정치에요.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넘의 편이냐 아니면 정치라는 괴물을 때려부수는 편이냐 이겁니다. 김두관님이 제 친구라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물론 김두관님은 제 친구가 아니므로 제가 이런 식으로 말해선 안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식이 아니면.. 재미가 없으니까.. 어차피 장관님이 아닌.. 독자들이 읽는 거니깐.. 걍 친구라 치고 일단은 계속 가 봅시다.

세상에서 말하는 바로는..(이렇게 말하면 또 국참연들 처럼 팩트가 어떠니 마타도어가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 하겠지요. 그러기 없기입니다. 그러기 없기로 하고 계속 가봅시다.)

세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김두관은 이번 경선에서 선전하면 다음엔 바로 대선 후보로 직행 한다더라... (이렇게 말하면 또 소설 쓰지 말라니 조중동이 그러더냐 일요신문이 그러더냐 화요신문은 안쳐준다니 어쩌구 하겠지만..) 하여간에 대개 세상은 정치인 김두관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게 되어 있어요.

왜? (왜 세상이 정치인 김두관을 특별히 삐딱하게 보는지는 더 밑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 나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상고 나온 사람이 대통령을 해도 됩니까?

“뭐 어때? 상고 나온 사람도 대통령 할 수 있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대통령 자격 없습니다. 상고 나온 사람은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상고 나온 사람이 주제에 무슨 얼어죽을 대통령입니까?

노무현은 상고 나온 사람이 아니고.. 상고 나온 사람의 ‘대표선수’입니다. 명계남은 노빠가 아니고 노빠의 대표선수에요. 대표선수가 대표선수 짓 아니하고 후보선수 짓 하면 제꺽 날려야지요. 당연지사.

무슨 뜻이냐? 상고 나온 사람은 대통령도 못하고, 총리도 못하고, 장관도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상고 나온 죄로 승진도 못하고, 선출직도 못하고, 못하고, 못하고, 못하고, 못하고, 못한 사람이.. 그렇게 꿈을 접어야 했던 사람이.. 대한민국에 한 2천만명 쯤 되는데.. 실제로는 더 되겠지만.. 그들이 그 억울하게 못한 것을.. 못하고, 못하고, 못하고, 못해서.. 그렇게 쓰여지지 않고 응축된 에네르기를.. 상고나온 사람의 대표선수 한 사람에게 왕창 몰아준다는 말입니다.(왕창 몰아준다에 밑줄 쫙.. 몰아주기 위해서 백배로 까다로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

이제 약간 이해가 되셨습니까?

김두관님이 이장 출신이라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이장들의 대표선수라는 상징성을 획득해 버렸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안에서 대통령 외에는 할 직업이 없는 겁니다.(이 부분은 위에서 말한.. 김두관이 경선 결과가 좋으면 대선 후보로 직행한다더라는 말이 항간에 떠도는 이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왜 선생님으로 불렸는지 아세요? 그렇다면? 김대중 교수님? 김대중 변호사님? 김대중 박사님? 김대중 의원님? 김대중 사장님? 김대중께는 선생님 외에 그 어떤 호칭도 붙일 수 없었던 거에요.

이 말의 의미를 아셔야 합니다.(모른다면 해설 들어감.. 교수, 변호사, 박사, 의원.. 무엇인가? 질서입니다. ‘선생님’이라는 표현은 그 질서의 바깥에 있으므로 기성질서의 규칙으로는 결코 평가될 수 없는 존재라는 뜻.)

김두관은 대한민국 이장들의 대표선수를 자임하는 순간.. 아니 자임을 안해도 타인들이 그렇게 여기는 것이 더 재미 있다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대통령 외에는 할 직업이 없는 겁니다.

대통령에 실패하면? 선생님이 되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없어요. 그게 싫다면? 그 상징성을 버리고 평범한 정치업자가 되어버리든가. 운명적으로 김두관은 이 세가지 선택 앞에 서는 것입니다.

● 평범한 정치업자가 되어서 욕을 태배기로 먹는 길.. 다른 사람은 욕 안하고 특별히 김두관만 욕한다. 왜? 예의 그 상징성 때문에.

● 다 실패하고 선생님이 되는 길.. 대한민국 이장의 대표선수는 장관도, 총리도, 국회의원도 구 무엇도 될 수 없다. 뭐라도 되고 싶다면 그 상징성을 떼든가.

● 대통령이 되는 길.. 김두관이 당당하게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한민국 이장들은 체면이 선다. 문제는 대통령 되기가 쉽냐는 것.

그래도 제 이야기가 잘 이해가 안된다면.. 더 쉽게 비유로 말씀드리지요. 백기완 선생님 아시죠. 그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과 맞먹으려 드는걸로 유명합니다.

“무현이 너 일루와. 꿀밤 한 대맞어.”

이런 식이에요. 왜냐? 그분은 초등학교 밖에 못나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외에는 적당한 호칭이 없으니까. 백기완은 초등학교 나온 사람의 대표선수에요. 그런데 그 분이 누구에게 고개 숙일 수 있겠어요?

백기완이 고개를 숙이면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더욱 고개를 빳빳히 세워야 했던 거에요. 그래서 백기완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대놓고 맞먹으려 했고,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아는 거에요. 운명적으로 대통령 후보 외에 할 직업이라곤 없다는 사실을. 아니 대통령으로 부족하고.. 부시넘을 불러다 놓고 귀싸대기를 치면서.. 지구총통을 해야 성이 찰 것입니다.

상고 나온 사람이 밑에서 한계단씩 밟아올라 가며.. 그 위의 계급에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귀염을 받고, 머리 쓰다듬어줌을 받는다면.. 그 순간 대한민국에 상고나온 모든 사람.. 한 2천만명 되는 그들이 그동안 승진 못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잃어버린 기회를.. 그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권한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셈이 되는 거에요.

● 대한민국에서 상고 나온 사람 2천만명 쯤이 억울하게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잃어버린 기회의 손실가치가 100의 숫자로 표현된다면.

● 그 기회손실액 100은 저항권의 형태로 저축이 되는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 100의 저항권을 대표해서.. 그 잃어버린 기회손실의 가치만큼 되돌려받는 것이며.. 그것이 노무현의 상징성이고 카리스마이고 리더십이 되는 거에요.

마찬가지로 명계남은 노빠를 대표해서.. 노빠라는 이유로 홍위병이니 뭐니 하며 억울하게 욕 먹고, 손해 본 울분의 크기만큼 저축된 우리의 저항권을 걍 날려먹은 거에요. 이런 양반은 치도곤으로 응징을 해야 합니다.

김두관님이 그 상징성을 버리고 기성권력과 그 질서로부터 인정을 받겠다든가, 혹은 그 체제 안으로 편입되어 버린다면 우리의 큰 손실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셈이 됩니다.

이런건 말 안해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어야 합니다. 유시민은 서울대를 나왔기 때문에 당연히 상고를 나온 2천만명의 대표인 노무현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당신은 아니에요.

그러므로 당신이 기성질서를 인정하고 그 질서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그 질서 속으로 편입되려는 몸짓을 보일 때 우리는 화가 나는 거에요. 아 저 양반이 그 상징성을 버리고 그 상징성을 버거워 하며, 그냥 평범한 정치업자가 되기를 원하는구나 하고 실망하게 됩니다.

운명적으로.. 당신은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것은 기성질서에 대해 최대한의 크기로 각을 세우는 것입니다. 왜? 그것이 더 재미있다고 세상이 여기기 때문에. 세상을 바꿔놓는 사람은 반드시 변방에서 와야만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민중은 먼저 이것을 판단합니다. 기성 질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주류 질서를 때려부술 것인가? 전자로 결론이 나면 서울대 나온 사람을 밀어주지 당신을 밀어주지 않습니다.

후자로 결정이 나면 당신을 밀 수 있지만 그건 가끔, 아주 드물게.. 싹수가 보인다 싶을 때.. 당신에게서 전복의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어쩌다가 한번쯤 하는 겁니다. 민중이 매번 기성의 주류질서를 때려 부수지는 않습니다.

하여간 저는 당신이 누구 앞에서든 고개 숙이는 것이 싫습니다. 저만 느끼는 걸까요? 결론적으로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야인’이라는 표현은 백기완 선생님처럼 고개 빳빳이 들고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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