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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890 vote 0 2005.03.22 (10:46:14)

일찍이 원로원과 민회가 있었다. 원로원은 귀족들이 세습하는 반면 민회는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왜 힘 없는 백성들의 모임인 민회가 최고권력자인 집정관을 선출하는 것일까?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선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당의장은 의원이 아닌 당원이 투표로 뽑는다. 왜 힘센 의원이 아닌 힘없는 당원들이 의장을 선출하는 것일까? 원로원이 아닌 민회가 집정관을 선출하는 제도는 과연 옳은가?

민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참전(參戰)의 의무다. 그리이스와 로마의 고대 민주정치에서 민회란 원래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이 자기들을 지휘할 장군을 선출하는 모임이었던 것이다.

민회가 아닌 원로원이 장군을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병사인 시민들이 지휘관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군대가 모이지 않아서 전쟁을 치를 수 없다. 그리이스와 초기 로마의 군인들은 월급받는 병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가족과 포도밭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무장하고 전쟁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그 피의 댓가로 집정관을 선출할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반면 제정 로마에 이르러서는 직업군인이 등장하면서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

그리이스의 귀족들과 로마의 원로원은 눈앞의 적인 페르시아의 대군을 물리치기 위해, 또 로마를 포위한 한니발의 카르타고 군대를 쳐부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민회에 집정관을 선출할 권한을 내준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자발적으로 무장하고 출전한 병사인 시민이 집정관을 뽑는다는 사실, 그리고 병사의 손으로 장군을 선출하지 않으면 그 전쟁에 병사가 모여들지 않아서 전쟁을 치를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당의장은 의원이 아닌 당원이 뽑는 것이다.

송영길, 김현미, 문희상 등의 유시민에 대한 찌질한 시비를 지켜본다. 그들은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대개 유시민은 선비의 자질이 부족하고 장군의 자질이 특출나므로 안된다는 것이다. 황당하다.

그들이 유시민을 비토하는 논리가 그대로 필자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논리로 된다. 민회와 원로원은 서로 견제하는 것이 맞다. 송영길 등의 비토논리는 그대로 유시민이 시민병을 지휘할 장군으로 선출되면 점차 타락하여 원로원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당을 잘 견제할 수 있다는 근거로 되는 것이다.

원로원과 민회와 집정관을 로마 민주정치의 세 기둥이라 했다. 그리이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의회가 원로원이라면 청와대는 집정관이다. 민회는? 현재로선 없다. 그래서 당원의 손으로 선출하는 당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민회의 역할, 곧 원외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세 힘이 솥발처럼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이스 민주정치의 전성기였던 페리클레스의 황금시대가 그러하고 로마의 팽창기가 또한 그러하다. 양자 혹은 삼자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민주주의는 퇴조하였다. 그리이스는 결국 몰락하였고 로마는 전제정치로 변질되어 버렸다.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와 원외세력을 포괄하는 당의장 그리고 청와대, 이 3자간에 건강한 긴장이 흘러야 한다. 우리가 당연히 유시민을 미는 것은 원내를 견제할 원외의 힘을 키워주기 위함인 것이다. 물론 유시민 역시 한 사람의 원내 정치인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 서프라이즈와 같은 원외의 지지세력과 가장 큰 소통의 통로를 개설하고 있는 사람은 유시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유시민과 장영달을 지지한다. 인품을 보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고 리더십을 보고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의 정치적 이익과 부합하기 때문에 지지한다. 계급이든 정파든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

유시민과 장영달이라면 우리당에 건강한 긴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과 장영달에 의해 우리당은 당분간 더 시끄러워지고 네티즌은 갑론을박 할 것이며 저마다 각자의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혹자는 찬성할 것이고 혹자는 반대할 것이다. 그러한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경쟁 속에서 인터넷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찾아질 것이고 필자는 더 많은 독자를, 네티즌은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것이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질적인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원로원과 민회, 집정관의 세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이 또한 우리당 안에서 공격수와 수비수의 균형도 맞아야 한다. 유시민은 우리당 개혁의 기획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한나라당을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의 역할이 된다. 반면 장영달은 정통 민주화 세력의 전통을 잇는 수비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외에 문희상, 김두관, 김원웅, 송영길, 한명숙, 염동연 등은 원로원 귀족 명단에 이름이나 올려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본다. 그들은 개혁을 위한 이렇다 할 기획안을 내놓은 바가 없고 우리의 마지노선인 보안법 문제에 관한 투철한 의식을 보여준 바도 없다.

필자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유시민과 장영달이 최소한 지도부에는 들어야 한다. 특히 유시민이 지도부에 들지 않으면 원내와 원외의 균형은 무너질 것이며 우리당 내부의 팽팽한 긴장은 소멸할 것이며, 국민들은 막 내린 우리당의 정치실험에 흥미를 잃을 것이며 우리당은 원로원 귀족들의 경로당이 되고 말 것이며 서프라이즈는 방문자가 줄어들어 썰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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