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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34 vote 0 2005.02.23 (18:14:37)

"단식에 대한 이해와 오해"

'단식에 관한 부당한 편견과 오해는 버려주시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스님의 단식과 관련하여 찬반의 의사를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입니다. 과연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스님을 비난한 조갑제의 헛소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권위있는 신문사의 간부급 기자로서, 필요한 교양과 상식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책을 안 읽어서 그렇다.

인간이 물과 소금만 먹으며 단식할 경우 과연 며칠이나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약간의 독서를 한 사람이라면 필자가 언급하는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갑제의 막가파 발언은 순전히 무지의 소산이며 이는 그가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 인간인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완전단식을 하면 5일 정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1979년 오스트리아의 안트레아 마하베츠군은 사고로 고립되었다가 무려 18일 만에 구조되었다. 그 동안 물 한 방울 마실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 박승현 양은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물 한 방울 먹지 못한 상태에서 15일 17시간을 견뎌내고 비교적 건강하게 구조된 예가 있다.

물과 소금만 먹고는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성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예비단식을 했는지 혹은 훈련된 사람인지 따라서도 다르다. 이를 인위적으로 실험할 수는 없는 만큼 그 한계는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 터이다.

2천3백86년 전에 최초로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그리스 병사 페이디피데스는 승전보를 알리고 곧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철인 3종경기의 출전선수들이라면 마라톤 풀코스쯤은 우스운 것과 같다. 훈련된 사람은 다르다.

이와 관련한 기록은 19세기 난파선에 관한 기록에서 얻을 수 있다. 적도무풍지대가 있다. 범선이 적도 근처를 지날 때 해안선을 끼고 가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15세기 이후 지리상의 발견이 역사책에 비중 있게 기록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냥 범선에 돛 달고 간다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범선들이 적도무풍지대에 갇혀서 조난을 당했다. 용케 약한 바람을 만나 빠져나오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몇 달이나 바람이 오지 않아 모선을 버리고 보트로 노를 저어 항해하다가 한사람씩 차례로 죽어가는 경우도 있고, 보트로 노를 저어 모선을 예인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조난선의 항해일지에 의하면 선원으로 고용된 흑인노예들이 제일 먼저 죽는다고 한다. 흑인들은 대개 20일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백인들은 그 두 배나 되는 40일 정도를 버틴다. 가장 오래 버티는 인종은? 하와이 제도의 폴리네시안들과 남태평양의 멜라네시안들이다.

남태평양의 멜라네시안들이라면 최근에도 몇 개월이나 조난되었다가 구조되었다는 기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이 굶주림에 강한 이유는? 우리와는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까마득한 옛날 그들의 선조가 하와이나 이스터 섬에 정착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범선을 타고 항해하여 거기까지 간 것이 아니라 조난을 당하여 하와이 까지 표류하여 간 것이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강한 체질을 가진 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유전인자를 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굶주림에 강한 인종은? 남아프리카의 부시맨들이다. 흑인들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지만 부시맨은 다르다. 그들은 커다란 엉덩이에 지방을 비축한다.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사는 부시맨들이 사막을 옮겨 다닐 때는 식량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들은 이동 중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먹으면 소화시켜야 하고 소화시키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데, 석기시대 수준의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는 물을 운반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수렵이나 채집에 종사하는 부시맨들은 사냥감이 떨어지면 보름이나 한 달 정도는 가볍게 굶으면서 칼라하리 사막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곤 한다.

낙타의 등에 있는 혹에 물이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물은 근육에 저장된다. 낙타 등에는 지방이 저장되어 있다. 사막을 지날 때 낙타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먹으면 소화시켜야 하고 소화시키려면 먹은 것의 몇 배나 되는 물이 필요한데 낙타 주인이 물을 주지 않기 때문에 먹지를 않는 것이다. 대신 낙타는 혹의 지방을 태운다. 낙타가 사막을 횡단하고 나면 혹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부시맨은 엉덩이가 크다. 낙타가 혹의 지방을 태우듯이 부시맨들은 커다란 엉덩이의 지방을 태운다. 부시맨이 한번 사막을 횡단하고 나면 엉덩이의 크기가 작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부시맨보다 더 굶주림에 강한 종족은 호텐톳이다. 호텐톳 여인들은 돌출한 엉덩이 위에 아기를 올려놓은 채로 살림을 한다. 아기들을 엉덩이 위에 올려진 채로 두어도 아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호텐톳이나 부시맨은 피부가 검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아프리카 흑인종과는 확연히 다른 인종이라고 한다. 그들은 인종적으로 폴리네시안 혹은 멜라네시안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콜라병 하나로 세상을 웃겼던 80년대 영화 부시맨을 기억하시는지? 감옥에 갇힌 니카우가 식음을 전폐하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데, 원래 부시맨들에게 그 정도의 단식은 그냥 장난이다. 그 영화가 실제로 부시맨들을 충분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흑인이 굶주림에 약한 이유는 피부에 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슈퍼 모델 나오미 캠벨이 각선미가 좋은 이유는 근육에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케냐인들이 마라톤을 잘 하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지방이 아닌 근육을 태우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할 경우 처음에는 혈관속의 포도당을 연소하지만 마의 30키로를 넘어가면서 근육의 단백질을 태우게 된다. 지방은 잘 연소되지 않는다고 한다.

예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물만 가지고 흑인은 대략 20일을 살 수 있고 백인과 동양인은 40일을 넘게 살 수 있다. 부시맨과 호텐톳은? 알 수 없다. 그들은 아마 100일 이상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굶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굶으면 쇠약해지고 쇠약해져서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죽는다. 단식을 하면 위산에 장이 녹아내린다. 또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쇠약해져서 죽는 것이다.

단식을 여러 번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웬만큼 단식해도 쓰러지지 않는다. 몸이 이미 단식에 적응되어 있어서 단식을 하면 곧 신진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때 단식에 적응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적응력의 차이는 매우 크다.

몇 년 전 이디오피아에 기근이 심할 때 한 백인 신문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굶주린 흑인들은 하루 평균 70그램의 적은 곡물을 섭취하고도 유럽인과 비슷한 활동량을 보였다고 한다. 인간은 본래 굶주림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 일대에 살고 있는 pima 인디언은 세계 최고의 당뇨병 발병율을 가지고 있다. 무려 마을 주민의 50퍼센트 이상이 당뇨병에 걸려버린 예가 있다. 인디언들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최근 그들의 식생활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원래 인디언들은 겨울잠을 자는 풍속을 가지고 있어서 겨울동안 거의 먹지를 않는다. 인디언들의 겨울잠 풍속에 대해서는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늑대와 춤을’에 단편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늑대와 춤을’을 원작소설로 읽은 사람은 더 잘 알 것이다.

겨우내 거의 먹지를 않는 인디언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풍족해진 식생활을 한 결과 주민의 대다수가 당뇨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이는 인디언들의 체질이 특별히 굶주림에 적응되어 있는 체질인데 갑작스런 식생활의 변화로 그 부분이 교란되었기 때문이다.

피마인디언들이 체질적으로 굶주림에 강한 것은 물론이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굶어줘야 건강해진다.

필자가 특별한 독서광은 아니다. 이런 정도는 상식은 약간의 독서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적도 무풍지대에 갇혀 조난당한 선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서점가에 있었는데 그 책만 읽었어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많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율스님이 100일을 단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여러 번 예비 단식을 해서 몸이 이미 충분히 적응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정신력의 힘으로 버틴 것이다. 여성이라는 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스님의 단식이 계기가 되어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존재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기를 바란다. 나는 스님의 단식을 의심하지 않으며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교양과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 제발 책 좀 읽으시라.


아래는 네이버 검색에서 얻은 참고할만한 텍스트

""1910년 경 아일랜드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코오크의 시장 마르크 위드와 추종자 10명이 코다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이들은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법의 실시를 반대하면서 옥중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단식 75일이 되는 날 시장 마르크 위드가 죽었는데 사인은 약물로 인한 쇼크사였다. 기운이 떨어진 마르크 위드에게 주사를 놓은 것이 잘못 되었던 것이다. 80일 째 되는 날 다른 한 사람이 죽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94일 째 단식을 중지할 때까지 죽지 않았다. 이들은 후에 모두 건강을 회복했다.(싱클레어가 쓴 ‘현대인의 생활전선’).

70일이 넘는 단식 기록은 세계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77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 그 기간 동안 마음과 몸의 변화를 일기로 써서 책으로 펴낸 스님이 있다. 이탈리아의 파킬 레이칸은 유리관 속에서 77일 동안 단식했고, 남아연방의 콜레리아 포스터 부인은 1953년 12월에 101일 단식에 성공함으로써 공인 단식세계기록을 세웠다.”(네이버)

중국 쓰촨성 출신의 한의사 천젠민(陳建民.51)이 기공을 통해 세계 최장 단식기록 수립에 성공했다. 천젠민은 7일 오후 쓰촨언덕 14m 상공 유리상자 안에서 49일 동안의 단식을 마치고 내려왔다. 이는 미국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31)이 지난해 영국 템스강변에 내걸린 유리상자 안에서 기록한 44일 단식에 비해 5일 긴 것이다.(연합뉴스)""


여러번 쓰려다가 그만둔 글입니다. 필자의 글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도리어 역효과를 낳을지 알 수 없겠지요.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조갑제라는 인간은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대단히 무식한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망설이다가 끝내 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부당한 억측과 오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편견과 오해는 버려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발 단식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제는 200일을 단식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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