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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85 vote 0 2025.03.11 (17:53:55)

    우리는 약해서 진다고 믿지만, 사실은 져서 약해진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안다. 천재는 이겼고 이겨서 강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천재가 이기는 이유는 이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호적수를 만났을 때 더욱 강해진다. 반대로 적수가 없으면 삽질한다.


    갈릴레이는 개신교를 제압하고 카톨릭을 부흥시키려고 지동설을 주장했다. 뉴턴은 대부분의 시간을 연금술 연구로 날려먹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에 의해 시작된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스티브 잡스는 쓸데없이 작은 스마트폰을 고집했다. 일론 머스크는 제 집을 불 질렀다.


    천재도 삽질을 한다. 전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천재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때는 그것이 필요할 때다. 그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이길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겼다. 이겨서 강해졌는데 원래 강하다고 착각하는 순간 바보가 된다.


    구조론을 모르면 천재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늑대에 쫓기는 사슴처럼 방향전환을 못 한다. 천재도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하는데 검사, 의사, 기자, 정치인 따위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겠는가? 어쩌다 좋은 판단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무대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유리할 때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독일군은 초반에 합리적인 판단을 했으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히틀러와 함께 단체로 바보가 되었다. 롬멜도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소련군은 초반에 삽질을 반복했으나 모스크바 공방전 이후로는 창의적인 전쟁을 했다.


    소련군이 만주를 칠 때는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열흘 만에 60만 관동군을 생포해 버렸다. 만주 침공 때의 소련군은 공산당 특유의 삽질을 하지 않았다. 소련군은 현장 지휘관의 재량에 맡겼다. 바보가 갑자기 똑똑해졌을까? 천만에. 상황이 유리해지면 누구나 현명해진다.


    전설의 관동군이 갑자기 소련군에게 항복해 버린 것은 그들이 수치를 몰라서가 아니다. 군기가 강하기로 유명한 관동군이 말이다. 인간은 왼쪽이 막혀서 오른쪽으로 가는 존재다. 천재도 전세가 불리해지면 바보가 된다. 동료를 의심하고 자해행위와 지랄발광을 한다.


    틀린 생각 - 조선군은 약했다. > 졌다.

    바른 판단 - 조선군은 졌다. > 약해졌다.


    우리는 약해서 졌다고 믿지만, 사실은 져서 약해진 것이다. 한번 이기면 계속 이긴다. 상승부대가 출현하고 그 전술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중에 조총병은 소수였고 대부분 창과 활을 들었으며 일본 활은 사거리가 짧았다. 초반에는 조선이 불리했다.


    조선군은 병력 숫자가 적고, 전투경험이 없었다. 왜군은 후퇴할 수 없으므로(일본으로 헤엄쳐 가리?) 강하다. 원래 기습하는 쪽이 초반에 유리하다. 조선군은 강해졌다. 산성을 이용하여 방어할 수 있고, 편전으로 조총을 상대할 수 있고, 보급문제 등에서도 유리하다.


    수비군은 약한 게 아니라 패닉에 빠져 지휘체계 붕괴로 전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이기면 상승부대가 출현하고 계속 이긴다. 나폴레옹도 한 번 지자 계속 졌다. 병자호란도 남한산성에서 조금만 더 버텼으면 이길 수 있었다. 이괄의 난으로 이야기하자.


    이괄 부대는 서북의 전선을 지키는 최정예 부대였다. 병력수도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지방 잡병을 끌어모은 정충신의 1천 명에 박살 났다. 이괄은 한 번 이겼으니까 계속 이길 것으로 믿고 상대를 얕봤고 정충신은 한 번만 이기면 계속 이길 것을 알기에 이길 수 있었던 거다.


    전쟁의 본질은 기세다. 한번 이기는 방법은 이순신이 알았다. 그것은 승자총통 밀집사격이다. 권율은 이순신의 조언으로 변이중 화차 40대를 동원하여 화력쇼로 행주에서 일본군을 막았다. 조총이 뛰어나도 밀집사격+지형의 우위를 이용하면 승자총통이 이길 수 있다.


    조총은 개별사격을 하지만 변이중 화차는 한 번에 40문을 쏘는데 각각 15발씩 날아가므로 화차 하나당 탄환 600발로 가운데를 빵 때리면 단번에 왜군의 진형이 무너진다. 진형이 무너지면 왜군은 물러갔다가 다시 올라온다. 병자호란 때도 전라도 근왕병이 잘 싸웠다.


    광교산에서 이기고 남한산성으로 진출하려고 화약 가지러 간 사이에 인조가 항복해 버린 것이다. 인조를 따라간 서울 군대가 제대로 된 군대가 아니다. 서울 양반집 자제들이 전쟁할 맘이 없었다. 홍타이지는 양면전쟁을 피하려고 예방전쟁을 한 것이므로 오래 끌 수 없다.


    윤관의 여진정벌 이후 여진족은 고려를 치지 않았는데 거란족, 홍건적, 몽골족이 침략했지만, 금나라는 신라의 후손이고 고려는 고구려의 계승이므로 조상의 나라를 침략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윤관이 여진족을 탈탈 털어서 트라우마를 입혀 놓았기 때문이다.


    홍타이지는 예방전쟁이 목적이었으므로 시간만 끌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점을 짚어주는 제대로 된 역사학자 한 명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이기지 못한 것은 결과론이고 이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약해서 진다는 건 거짓말이고 져서 약해졌다. 조총으로 기병을 못 이기냐?


    1. 이길 마음을 먹어야 한다.

    2. 어떻게든 한 번은 이겨야 한다.

    3. 이긴 방법을 복제해서 계속 이긴다.

    4. 수법이 먹히지 않으면 삽질이 시작된다. 

 

    천재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이유는 수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천재가 이길 마음을 먹는 것은 자신감 때문이고 이는 환경의 영향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이 모두 밑바닥 변두리 출신인게 그렇다. 변두리에서 그 정도면 왕이다. 왕을 경험해 봐서 자신감이 있다.


    천재가 한 번 이긴 것은 도전자 포지션에서 상대를 잘 분석했기 때문에 이긴 것이다. 그다음은 여세를 몰아 거저먹기로 이긴다. 천재가 여러 번 이겨도 유의미한 승부는 한 번뿐이다. 그다음은 날로 먹는 게 보통이다. 그러므로 천재의 명성에 위축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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