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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60 vote 0 2024.06.10 (12:42:13)

    무에서 유가 나오지 않는다. 무한에서 유한이 나온다. 무한은 변화이고 유한은 멈춤이다. 변화는 멈출 수 있으나 멈춤은 변하지 않는다. 공은 무한이고 색은 유한이다. 변화가 교착되면 균형이다. 우리는 변화의 균형에 의한 멈춤을 존재로 믿지만 내부에 여전히 변화가 감추어져 있다. 모든 변화는 변화가 외부에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여전히 잠복해 있는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일어난다. 유한은 무한의 교착이다. 인류가 유한의 집합은 아는데 무한의 복제를 모른다. 무한은 유한의 자궁이다. 유한의 사유에서 무한의 사유로 바꿔야 한다. 무한은 유체이고 유한은 강체이다. 강체의 사고에서 유체의 사고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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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유클리드의 원론이 있다. 칸토어의 집합론이 있다. 수학적 체계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지식의 출발점을 찍는 문제다. 온고지신, 술이부작, 원형이정, 이유극강, 연기법칙이 지식의 원론을 구성한다. 이 말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지식에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직관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체계의 부재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온고지신 - 지식은 원형을 복제한다. 지식은 결과 측의 유한집합이 아니라 원인 측의 무한복제다.


    술이부작 - 존재가 먼저 인간에게 다가온다. 복제본이 원본을 칠 수 없다. 관객의 욕망이 작가의 의도를 침범하면 안 된다.


    원형이정 - 원형은 변화를 매개하는 엔진을 갖추고 있다. 의사결정은 변화의 시스템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유극강 -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다. 변화로 시작하고 안정으로 종결된다. 안정은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연기법칙 - 변화의 연결고리를 추적할 수 있다. 전부 한 줄에 꿰어진다. 통제할 수 있다.


    이로써 규칙은 정해졌다. 비로소 우주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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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체가 외부의 작용을 받으면 불균형을 일으키지만 유체는 내부에서 스스로 균형을 만들어낸다. 변화의 자궁은 유체다. 사건은 유체로 이루어진 닫힌계 안에서 격발된다. 인류는 그동안 유체의 외부를 봤을 뿐이다. 유체를 쪼개면 내부가 사라지므로 유체는 내부를 보지 못한다.


    당구공이 굴러가는 방향은 밖에서 결정된다. 화장실에 가는 시점은 위장 안에서 결정된다. 강체는 외부가 결정하고 유체는 내부가 결정한다. 그러나 이는 겉보기의 착각이고 강체라 해도 실제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은 에너지에 의해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닫힌계의 내부다.


    유체 내부를 보는 방법은 출산과정을 되짚는 것이다. 유체를 쪼갤 수 없으므로 자궁이 스스로 문을 열고 아기를 내보내기를 기다려야 한다. 대칭을 통해서 내부를 볼 수 있다. 대칭은 축을 공유하므로 추론할 수 있다. 인류가 수평 대칭은 아는데 수직 대칭을 모르는 것이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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