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04 vote 0 2023.06.11 (23:54:09)

    수도꼭지를 틀어막으면 수압이 강해진다. 2를 1로 줄이는게 힘이다. 면적을 줄였더니 압력이 강해졌다. 선택지를 줄였더니 권력이 강해졌다. 


    벽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면 걱정이 없다. 두 방향에서 오던 적군이 한 방향으로 좁혀졌다. 공간을 좁히는 것이 힘이다. 신은 힘이다. 신은 내 역할을 좁힌다. 


    나를 이끌어 여기까지 도달하게 한 것은 등 뒤의 벽이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일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내가 여기까지 도달한 것은 우연히 흘러든 것이 아니라 필연의 거대한 힘에 등을 떠밀려 온 것임을 아는 것이다.


    나는 바둑의 포석처럼, 장기의 행마처럼 임무를 부여받고 여기에 포진해 있다. 내가 잘못한다면 나를 잘못 배치한 신의 책임이다. 


    인간이 기도하는 것은 신의 벽을 등지고 서서 앞으로 갈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신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임무의 실천을 약속하게 하는 존재다. 


    신은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힘을 깨닫게 하는 존재다. 인간은 신의 은총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약속 때문에 강해진다. 


    빅뱅에서 출발하여 은하계와 태양계를 거쳐 역사와 문명을 거쳐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내 등 뒤의 벽이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명백하다. 온 길을 알면 갈 길을 안다. 벽을 등졌으면 앞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 


    인간은 운명에 등을 떠밀리고 수렁에 빠지고 코너에 몰리고 선택지를 빼앗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든든한 벽으로 삼아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가야 할 길은 가게 된다.


[레벨:12]청풍녹수

2023.06.12 (12:52:06)

프로필 이미지 [레벨:7]SimplyRed

2023.06.12 (23:51:32)

우리도 결국은 근본으로부터 흘러온 에너지의 일시적인 모습... 

에너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493 인류원리 6 신과 인간 김동렬 2023-09-27 4761
6492 한동훈의 정치뇌물 김동렬 2023-09-27 4550
6491 인류원리 5 김동렬 2023-09-26 3630
6490 검찰망국 한국인들 3 김동렬 2023-09-26 4358
6489 인류원리 4 김동렬 2023-09-25 2858
6488 인류원리 3 김동렬 2023-09-25 2756
6487 인류원리 2 김동렬 2023-09-24 3972
6486 이재명의 큰 승리다 1 김동렬 2023-09-24 4177
6485 인류원리 김동렬 2023-09-24 3974
6484 조절가설 김동렬 2023-09-22 4311
6483 완전체 대통령이 위험하다 김동렬 2023-09-20 4421
6482 수수께끼 김동렬 2023-09-20 2992
6481 한동훈의 이재명 죽이기 김동렬 2023-09-19 4555
6480 자발성 원리 김동렬 2023-09-18 2895
6479 강체와 유체 김동렬 2023-09-15 2885
6478 세 친구 준석 중권 석열 1 김동렬 2023-09-14 4534
6477 사건의 메커니즘 김동렬 2023-09-14 2649
6476 힘의 마술 김동렬 2023-09-13 2827
6475 마광수와 화사 김동렬 2023-09-12 3226
6474 권력균형 김동렬 2023-09-11 3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