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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7 vote 0 2022.09.17 (15:10:17)

    두 사람이 만나면 하나의 연결이 탄생한다. 그 연결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어떤 둘의 연결은 공유된다. 우리의 희망은 그 공유되는 것에 있다. 공유를 통해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은 임자가 있지만 길은 주인이 없다. 길은 공유된다. 집이 없으면 길도 없다. 점유가 없으면 공유도 없다. 많은 경우 공유는 거짓말이다. 서류상의 공유에 불과하다. 공유는 둘 사이를 연결한다. 어떤 둘이 없으면 그 둘의 연결도 없다. 


    누구도 지구를 소유할 수 없다. 태양을 소유할 수 없고, 땅을 소유할 수도 없고, 사람을 소유할 수도 없다. 실제로 개인이 점유하는 것은 의사결정권이다. 공유되는 것도 집단의 권력이다. 개인이 집단의 권력에 지분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두 집은 돌담 하나를 공유한다. 내가 담장을 쌓으면 옆집도 담장을 얻는다. 내가 담장을 허물면 옆집도 마당을 얻는다. 내 집이 있기 때문에 담장을 공유할 수 있다. 개인의 권리가 없으면 집단의 권력도 없다. 


    진정한 공유는 외부와 연결하는 라인과 그 연결상태를 유지하는 균형점의 공유다. 두 집이 이웃해 있는데 한 집이 2층을 올리면 위에서 내려다본다. 담장을 쌓아봤자 의미가 없다.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 균형이 없으면 공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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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와 승용차가 좁은 길에서 마주치면 누가 비켜야 할까? 버스는 공유되고 승용차는 사유된다. 버스가 이긴다. 승용차가 비켜야 한다. 공유가 사유를 이긴다. 사유든 공유든 권력이다. 사유가 권력의 기초라면 공유는 이기는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외부와 연결하는 촉수가 많은 나라는 흥하고 적은 나라는 망했다. 항구가 많고 국경이 많은 나라가 흥한다. 사통팔달로 연결된 나라는 흥하고 구석에 고립된 나라는 망했다. 연결된 나라가 팀플레이로 의사결정을 잘하기 때문이다.


    사유가 의사결정권이라면 공유는 팀플레이다. 먼저 개인이 점유하여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고 다음에는 집단이 공유하여 팀플레이로 이겨야 한다. 사유 없는 공유는 거짓말이다. 공유 없는 사유는 경쟁에 진다. 이기는 권력이 진짜다.


    우리는 사유로 시합에 출전하고 공유로 동료에게 패스한다. 막연한 공유는 의미가 없다. 패스를 해도 동료가 받지 못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부자와 빈자가 하나의 샘을 공유하면 빈자가 손해 본다. 부자가 수도세를 아끼지 않고 물을 써버리면 빈자가 타격받는다. 사유의 균형에 의한 공유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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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은 선이고 단절은 악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쪽을 연결하려면 저쪽을 단절하게 된다. 새 친구와 사귀면 옛 친구와 멀어진다. 어떻게든 연결의 생장점을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연결하고 끝나는게 아니고 다음 단계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의 혁명으로 이상사회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 반드시 뒤에 청구서를 받는다. 계속 가려면 적절히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연결은 목적이 아니다. 아군의 연결은 적군의 단절을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 연결은 상대적인 힘의 우위를 달성할 뿐이다. 게임에 이길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먼저 아군을 연결한 다음에는 단절된 적을 가둬서 쥐어짜야 한다.


    연결하려면 비용이 든다. 비용은 단절된 적을 쥐어짜서 얻는 이익으로 조달한다. 우리편의 연결과 상대편의 단절은 동시에 일어난다. 전체적으로는 연결이 단절보다 클 때 생태계는 작동한다. 반대로 단절이 연결보다 크면 망한다. 이기는 힘이 엔트로피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망한다. 키우는 양이 잡아먹는 양보다 적으면 망한다.


    모든 악은 외부와 연결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내부를 쥐어짜서 당장의 성과를 얻으려고 하는 데서 일어난다. 51 대 49로 외부와의 연결이 내부의 단절보다 크지 않으면 조직은 자체모순으로 인해서 죽는다.


    모든 악은 적을 단절시켜 아군이 이기게 하지 않고 반대로 자기편을 단절시켜 내가 주도권을 쥐려는 데서 일어난다. 내부에서 몰아주기를 하다가 구조의 불균형을 만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외부로 뻗어가는 촉수를 잘라서 새로운 연결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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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도 하나, 문명도 하나다. 우리는 하나의 지구와 문명을 공유한다. 그것은 쪼갤 수 없는 것이며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협력을 방해하는 무지, 거짓말, 고립, 패거리, 차별과 싸워야 한다. 


    무지 - 우리는 반지성, 반문화, 반과학, 반인간과 싸워야 한다.
    거짓말 - 우리는 각종 괴력난신, 음모론, 사이비, 주술, 개소리와 싸워야 한다.
    고립 - 외부 위험을 강조하며 자기편을 가둬서 먹는 고립주의와 싸워야 한다.
    패거리 - 각종 차별의 표지는 상대를 고립시켜 제압할 수 있다는 암시다.
    차별 - 차별은 약자를 심리적으로 제압하여 고립시킨다.


    두 개의 세포가 연결되면서 최초로 지능이 발생했다. 문명이 연결이라면 야만은 단절이다. 적들의 공통점은 가둬서 조지는 것이다. 외부와 연결하는 라인을 끊어 단절시키는 기술을 쓴다. 스스로 강해지지 못하므로 남을 약화시킬 궁리를 한다.


    물리적으로 가두고 심리적으로 가둔다. 지리적으로 가둬진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지정학이다. 상대를 이기려고 약한 사람을 고립시켜서 가두기도 하고, 자기편을 쥐어짜려고 스스로 고립주의 노선을 선택하기도 한다.


    농부가 소를 사육하듯이 나쁜 군주는 국민을 국경으로 가둬놓고 사육한다. 소련은 철의 장막으로 가두고 중국은 죽의 장막으로 가둔다. 너무 많은 쪽수의 압박이 가두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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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쥐들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동료와의 충돌을 피하다 보면 일제히 한 방향으로 몰려가게 된다. 그러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 쪽수의 압박에 가두어져 있는 것이다.


    집단이 한 번 방향을 정하면 그쪽으로 계속 달려가게 된다. 일본은 섬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이 고립주의로 이끈다. 열도의 고립된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고립되면 내부에 밸런스가 만들어져서 외부 자극을 피하게 된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기피하고 성진국을 고집하는 이유다. 외국의 트렌드를 따라가다가는 내부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집단은 어느 한쪽의 흐름에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의 유행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내부질서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다. 열린 나라는 내부에 어떤 불균형이 발생하면 또다른 외부 라인을 개설하여 균형을 회복한다. 닫힌 나라는 내부의 밸런스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재앙이 일어나는 수가 있으므로 필사적으로 내부를 지키려고 한다. 외부를 배척하다가 망한다.


    영국에 600년 동안 당한 아일랜드나 스파르타에 400년간 당한 메세니아나 아즈텍에 200년 동안 당한 틀락스칼텍이 그러하다. 한 번 잘못되면 계속 잘못되므로 일체의 변화를 거부하는 극단적 배타주의 경향을 보이게 된다. 산악에 고립된 알바니아나 사막 귀퉁이에 고립된 예멘의 내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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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은 협력이다. 우리가 협력으로 얻는 것은 권력이다. 진보는 내부 상호작용의 증대다. 상호작용으로 얻는 것은 그 권력의 균형이다. 권력은 집단의 의사결정권이다. 문명은 널리 연결하여 의사결정을 잘하게 한다.


    협력을 방해하는 것도 권력이다. 변방의 나쁜 패거리 권력이 중앙의 선한 보편권력을 방해한다. 우리는 나쁜 권력을 타파하는 방법으로 좋은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권력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권력수렴에 의한 권력소멸을 막아야 한다. 중국이 그러하다. 인구가 많으면 권력이 많고, 권력이 많으면 충돌이 많고, 충돌을 피하면 하나의 절대권력으로 수렴된다. 그 결과로 권력총량이 작아진다. 들쥐처럼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려가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


    서구는 왕이 수백 명이고, 일본은 다이묘가 삼백 명인데, 중국은 황제가 하나다. 의사결정권자가 한 명뿐이므로 집단의 의사결정 총량이 작아지는 것이 권력수렴에 의한 권력소멸이다. 권력수렴을 피하려면 권력간 전방위적 균형이 필요하다.


    진보가 상호작용 증대라면 보수는 균형에 필요한 속도조절이다. 가만 놔두면 무리 지어 일제히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 


    권력이 하나뿐이면 돌발적인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하므로 위태롭다. 권력이 너무 많으면 내부총질이 발생한다. 이를 조정하는 것은 진보다. 내부가 가득 찼을 때 외부에서 새로운 활로를 열어야 한다. 


    나무는 생장점을 가지 끝에 둔다. 인류는 생장점을 젊은이에 둔다. 외부에 공간을 만들어 내부에 여유를 얻는다. 부단한 권력 재조정을 통해 서로 협력이 가능한 긴밀한 연결상태, 활발한 내부 상호작용이 가능한 균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부단히 외부와 연결하면서도 적절한 내부균형을 취해야 한다. 구석에 숨어서 사설권력을 만드는 무지, 거짓말, 고립, 패거리, 차별과 싸워야 한다. 연결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가둬놓고 조지는 악의 무리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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