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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900 vote 0 2011.02.02 (13:36:17)

 

 

세력전은 의사소통구조의 경쟁이다.

알아야 한다. 일체의 차별과 편견과 고정관념이 실은 극도의 긴장상태 속으로 들어가는데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다는 사실을. 아슬아슬한 긴장을 견뎌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사실을. 겁먹은 쥐떼마냥 한 곳에 뭉쳐있다가 몰사하지 말고, 우세한 적과 맞선 상황에서도 서로 간에 아슬아슬한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빠른 스피드로 그 간격을 메워야 한다는 사실을.


세력전은 전장에서 싸움을 벌여 승리하는 전술이 아니라 상대의 힘과 아이디어를 내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미리 갖추어 놓고 그 시스템에 의지하여 점차 세력을 점점 불려나가서 마침내 돌아가는 판 전체를 장악해 버림으로써, 구조적으로 더 이상의 전쟁은 불가능하게하여 평화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기술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힘과 아이디어를 내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을 잘 구축한 사람이 토마스 에디슨이고 스티브 잡스다. 에디슨의 발명 중 상당부분은 원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라고 한다. 골방에서 혼자 연구하는 발명가는 불완전한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그것을 구현하는 능력이 없다. 에디슨은 대규모 발명회사를 차려놓고 많은 직원들을 시켜서 그것을 실현해 내곤 했다. 시스템의 힘이다.


에디슨에게는 두 가지 능력이 있었다. 하나는 골방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려면 때로는 수십만 번의 실험을 해야 하는데 에디슨은 발명회사의 넉넉한 인력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둘은 에디슨의 타고난 응용력이었다. 골방의 발명가는 난관에 부닥쳤을 때 돌파하지 못하는게 보통이지만, 에디슨은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고, 임기응변 능력이 있었기에 그 경우에 대처하는 요령이 있었다.


최근 일본 소니가 부진에 빠진 이유가 지나친 기술주의 때문는 말이 있는데, 그 기술주의를 꾸준히 비판해온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기술주의로 논하자면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창의는 기술보다 그 기술을 인간의 니드와 융합하게 하는 인문학적 배경이 중요하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아니라도 누군가는 PC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애플은 스티브 잡스만이 만들 수 있는 예술작품이다. 중요한건 표준이며 올바른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싸움은 한신이 더 잘 했지만 유방이 리더이고, 활은 카사르가 더 잘 쏘았지만 징기스칸이 리더다.


애플을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스티브 잡스를 위해서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입자≫힘≫운동≫량 순서다. 스티브 잡스는 질의 결합 역할이고, 그 결합은 서로 다른 분야의 결합, 외부의 다른 것과 결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역할은 질 다음에 오는 입자에 있다. 입자는 내부의 부품을 조직하여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한다.


기술자들은 고집이 세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편법으로 우회하는데 대한 본능적인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기술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인재들은 잽싸게 다른 부분으로 우회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모든 문제에는 5가지 길이 있으므로 이 길이 막히면 저 길로 돌아갈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젊었을 때 인도 등지를 여행하며 직관적 소통에 대한 감각을 길렀다. 그는 서로 다른 것을 통합하고 막히면 우회하는 능력이 있었다. 에디슨도 마찬가지였다. 교착된 상황을 타개하는 힘이 있었다.


2차대전 벌지전투 때의 일이다. 어느 미군 공병대장은 도로에 고장난 독일군 타이거 전차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곧 있을 미군 전차부대의 진격에 방해되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려고 했으나 불도저가 달린 셔먼전차 4대로 밀어도 육중한 타이거 전차는 꿈쩍도 안했다고 한다. TNT 400키로그램을 써서 폭파를 시도했으나 전차 앞에 커다란 구덩이만 파놓았을 뿐이었다. 이틀을 허비하고 할 수 없이 주변의 나무를 베어 30분 만에 탱크가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30분만에 할 일을 고지식한 사람이 사흘간이나 끙끙댄 것이다. 그런 문제를 잘 우회하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특기다. 부품은 한국과 일본에서 조달하고, 조립은 중국에 맡기고, 소프트웨어는 인도인력을 데려오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시키는 한편, 다시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내는 것이다.


에디슨도, 잡스도, 유비도, 조조도, 유방도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성공했다. 에디슨은 교류를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 덕분에 성공했고, 잡스는 애플컴퓨터를 처음 설계한 스티브 워즈니악 덕분에 성공했다. 유비는 지식인 집단의 지지 덕분에 성공했고, 유방은 한신과 진평 덕분에 성공했고, 조조는 특유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 덕분에 성공했다. 모두 남의 힘을 끌어모아 세력을 만드는 방법으로 성공했으며, 이는 남을 이용해먹는 교활한 속임수가 아니라 그룹 내부에 세력이 뻗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속임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키피오는 숙적인 한니발을 전술의 스승으로 삼아 공부했다. 적의 전술을 학습하여 그 전술로 적을 이겼다. 징기스칸이 동생 카사르를 제거하려 했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 허엘룬이 나서서 징기스칸을 꾸짖었다. ‘오늘날 네가 성공한 것은 다 동생 카사르의 활솜씨 덕분이 아니었더냐고.’ 징기스칸 역시 동생들과 자식들 덕분에 성공한 것이다.


무협지에 여러 가지 무공이 소개되고 있으나 상대의 힘을 흡수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흡수신공이 그 중 강력하다. 상대의 힘과 지혜를 내것으로 만드는 자가 성공하며 이를 위해서는 마구잡이로 안 되고, 1회성의 빼먹기로 안 되고, 교활한 책략으로 안 되고 반드시 교범을 갖추어야 한다.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징기스칸은 군주가 되자 맨 먼저 제도정비에 착수했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남의 힘을 내것처럼 쓸 수 있다. 그것이 세력전의 진정한 의미다.


세력전이 판 전체에 파급되면 싸움이 중단되고 평화가 오지만 그 과정에는 치열한 싸움이 있다. 그 과정에서는 내부에 경쟁구조를 만들어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써 외부의 정보의 에너지가 내쪽으로 몰려들도록 하는 것이 진화형 생장구조다. 진화형 생장구조를 장착함으로써 세력전을 구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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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전에서는 내부에 진화형 생장구조를 세팅한 쪽이 점점 세가 불어나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개방형 생장구조라야 한다. 그런데 외연을 확대하려면 오히려 내부가 튼튼해야 한다.


유비 패밀리의 경우 관우, 장비, 조운, 손건, 미축, 간옹들 중에 유씨 직계는 없었다. 친족 직계의 구심점이 약하니까 외부세력이 비집고 들어오기 힘들다. 제갈량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유비와 관우 사이에 금이 가버린 예가 대표적이다. 홀로 고립되어 있었던 관우의 죽음도 이런 불협화음과 관계가 있다. 나이 어린 제갈량이 설치는 꼴을 못봐주겠다는 태도가 없지는 않았던 거다.


관우, 장비의 존재도 실은 유비가 외연을 확대하는데는 방해가 되었다.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한 침대에서 자고 한 솥밥을 먹었는데 모든 부하들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차별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분위기는 미묘해진다. 유비집단의 세력은 한동안 더 이상 불어나지 않았다.


유비가 형주를 얻은 이후 휘하로 들어온 위연, 황충, 마초 등은 리더인 유비를 보고 온 것이지 27살 먹은 풋내기 제갈량을 보고 온 것은 아니다. 그들은 유비이 신하가 되려고 했을 뿐 제갈량의 부하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외연은 차단되었다. 이후 더 이상 진도는 나가주지 않았다. 제갈량이 유비 세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지만 동시에 유비 세력의 한계를 결정했다.


징기스칸도 이와 같은 위기가 있었다. 징기스칸이 고원을 평정하자 무당이었던 뭉릭과 그의 아들 텝 탱그리는 징기스칸이 신의 계시를 받아 장차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며 징기스칸에게 최고의 지위를 주어야 한다고 선전했다. 이에 고무된 징기스칸이 뭉릭과 텝 탱그리를 신임하자 텝 탱그리는 방자해져서 실권이 징기스칸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텝 탱그리는 동생 카사르가 칸의 지위를 넘본다며 형제사이를 이간질해놓고 자신이 실세 노릇을 하려 했다. 고원의 귀족들은 징기스칸도 모르는 새 모두 실세인 텝 탱그리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이명박을 물먹이고 이재오가 대장노릇 하려 드는 경우다. 징기스칸은 막내동생 테무게를 시켜 텝 탱그리와 그 수하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정치판에 이와 같은 일은 흔히 있다. 내부가 약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세력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진다. 영입되어 들어온 인물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 사람을 심어 더 이상 외연이 확대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주군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자신이 권력을 오로지 한다. 국가의 구조는 달팽이처럼 말려버린다.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반면 내부가 강하면 새로 들어온 세력이 강한 내부의 기득권 세력에 맞서기 위해 더욱 많은 인재를 끌고 온다. 서서가 제갈량을 천거하고 제갈량이 방통을 천거하는 격이다.


고조 유방을 섬긴 소하는 한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천거하였는데 이런 일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당시 항우의 압도적인 무력에 밀려 전전긍긍하던 때라 어쩔 수 없이 그러했을 뿐, 역사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기보다 재능있는 인물은 천거하지 않는다. 자기가 천거한 인물을 통제하지 못하면 도리어 자신이 위태롭게 되기 때문이다. 무능한 인물은 항상 더 무능한 인물을 데려와서 나라를 망쳐놓곤 한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법칙이다.


어리석은 리더의 공통점은 자기보다 무식한 인물만 거느린다는 점이다. 바보 유비가 똑똑한 제갈량을 건드린다는 것은 만화적인 설정일 뿐, 실제로 유비는 똑똑한 인물이었다. 고조 유방도 본래 신분이 낮은 인물이었으나 사람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다. 멍청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넉살좋고 음흉한 자였다.


겁없이 자기보다 똑똑한 인물을 거느렸다가 감당을 못해서 왕위를 선양해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결국 리더가 똑똑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멍청한 리더라도 상관없지만, 초기 세팅과정에는 절대적으로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 만화에서는 멍청한 리더가 현명한 재상을 만나 정치를 잘 하는 것으로 설정되곤 한다. 민중은 폭군의 출현을 두려워 하므로 아무 생각없는 임금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 생각없는 임금이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곤 한다. 리더는 절대로 똑똑해야 한다. ‘영삼이 멍청하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는 좋자나’ 하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외연을 확대한다면서 무작정 외부인물을 영입한다면 넌센스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절대적으로 내부가 강해야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다. 먼저 내실을 다져놓지 않으면 안 된다. 나무의 줄기가 굵어야 가지도 크게 자란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징기스칸그룹도 초반에 이탈자가 많았던 것이다.


조조는 원래 하후씨였는데 아버지가 환관의 양자로 들어가는 바람에 조씨가 되었다고 한다. 조조그룹 내부는 조인, 조홍, 하후돈, 하후연 등 친족들과 성이 다른 영입파들이 대등하게 균형을 유지했다. 이것이 성공의 원인이 되었다.


조조가 완성전투에서 장수의 항복을 받아내고 방심한 사이 배신을 당해서 거의 죽었다가 살아났을 때의 일이다. 맏아들 조앙과 조카 조안민, 부하 전위가 장수군의 기습을 받아 전사하는 사이에 조조는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이때 조조는 아들 조앙의 죽음보다도 부하 전위의 죽음을 더 슬퍼했기에 부인 정씨와 사이가 나빠져서 결국 이혼하게 된다. 흔히 꾀 많은 조조가 부하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조가 관도싸움에서 원소를 제압하고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원소의 모사였던 허유가 조조진영으로 투항해 와서 오소의 식량창고 기습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조조 자신이 직접 별동대 5천을 이끌고 출정하여 오소의 식량창고를 불태우자 원소군은 패주할 수 밖에 없었다. 허유와 젊은 시절 원소의 친구였지만 조조와도 친구였다. 이후 허유는 고향친구인 조조를 믿고 방자하게 행동하였다. 원소의 도읍인 업의 성문에 들어서면서 조조의 맹장들을 향해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들이 어찌 이 성을 구경이나 했겠느냐’하고 신나서 떠벌이는 식이었다. 보다 못한 허저가 허유를 주먹으로 때려죽였다. 이때도 조조는 허저를 그다지 징벌하지 않았다. 이건 하극상이 될 수도 있는 중대사건이다. 주군의 옛친구를 벨 수 있다면 주군도 벨 수 있는 것이다. 조조가 허저를 관대하게 처벌한 것은 평소 부하들을 허물없이 대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갑자기 정색하고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천재로 소문난 선비 예형이 옷을 벗고 누드로 북을 쳐서 조조그룹을 모욕했을 때의 일이다. 조조 옆에서 예형의 악담을 듣고 있던 장료는 격분하여 칼을 뽑아 단숨에 예형을 베려고 했다. 그때도 조조는 말리느라 바빴는데 이런 분위기는 조조의 영입파 부하들이 조조와 막역한 친구처럼 우대를 받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권위적인 군주는 여럿 있는 자리에서 사람을 우세시킬 찬스를 주지도 않는다. 애초에 줄을 대지 않으면 만나주지도 않는다. 이 에피소드는 오히려 조조의 막사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고조 유방이 처음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가 되었을 때 막료들 중에는 궁중에서 칼을 휘둘러 기둥에 칼자국을 내는 자도 있었고, 황제 앞에서 술주정을 하는가 하면 겁없이 궁녀를 희롱하는 자도 있었다. 분위기가 아주 시장바닥이었던 것이다. 유방은 나중 숙손통의 건의를 받아들어 유교식으로 예법을 정했는데, 엄격한 의식을 연습하고서야 유방은 ‘내 이제서야 황제가 된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겠노라’고 말하였다는데, 조조의 막사는 유방의 초창기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다. 유방이나 조조나 격의없이 사람을 대하는 장점이 있었다.


조조가 관우를 극진히 대접한 것도 그러하다. 꾀가 많은 조조가 인재를 탐내서 그랬다고 말하는게 보통이지만 그렇지 않다. 부하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리더가 어떤 자세로 부하를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조조의 참모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무장들이 창의적인 전쟁을 한 것은 리더와 마음으로 소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리더가 속마음을 감추고 거짓으로 꾸미거나, 혹은 속마음 자체가 없이 텅 빈 멍청이라면 부하들은 창의적인 전쟁을 하지 않는다. 잘못되면 책임이 자신에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창의적인 전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조에게 문책을 당한 이순신 장군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외부인물을 영입하여 외연을 확대하려면 절대로 인물과 리더는 1 대 1의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인물이 왕을 독대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중간에 세워 전갈을 넣어야 한다면 반드시 내부에 파벌이 생겨서 인재는 떠나고 만다. 원소그룹은 원담, 원희, 원상 왕자들을 중심으로 파벌이 만들어졌는데 조조그룹은 이렇다 할 파벌이 없다. 조조가 많은 부하들을 맨투맨으로 모두 상대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원하면 조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조 진영의 활력은 조조가 이런 점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군대는 다른 어떤 군주의 군대보다 창의적인 전쟁을 수행했으며 그 중에서도 무슨 일을 맡겨놓아도 안심이 되는 장료가 단연 으뜸이었다.


조조와 부하들간의 관계는 모든 리더가 본받아야 할 만큼의 팀웍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친족직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구심점을 형성함으로써 외부 영입파인물이 파벌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언제든지 리더와 일 대 일로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조를 만나려면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한다든가, 소망교회 출신이어야 한다든가, 인촌이가 중간에서 걸치적거린다든가 이런거 없다. 이런 구조는 리더가 굉장히 활동성 있는 인물이어야 가능하다. 어중이 떠중이들이 다 리더를 만나려고 하는데 다 만나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조는 확실히 뛰어난 리더였지만 말년에는 암살을 두려워 하여 소심해졌다. 승상의 지위에 구석을 더하고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조조 역시 중간에 사람을 세우게 되었다. 삼각구도가 교착되어 천하통일의 꿈이 멀어지자 약해진 것이다.


원소는 제후연합군을 결성하여 동탁을 치면서, 동탁이 세운 헌제를 부정하고 제멋대로 유우를 황제로 옹립하려고 시도하는 등, 자신이 제왕이라도 된듯이 오만한 행동을 했고, 원술은 그러한 원소를 비판하여 원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한 술 더 떠서 숫제 자신이 스스로 황제를 칭하는 등 제멋대로 행동했다. 스스로를 높였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하를 낮추었다는 의미가 된다. 원소나 원술은 부하를 동료로 혹은 창업멤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부하가 주군을 만나려면 누군가를 통해야 하므로 파벌이 생긴다. 임금을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비서가 중간에서 전횡을 저지른다. 구조는 붕괴되고 만다.


조조는 진정으로 부하들을 우대한 것이며, 때로는 부하들을 말리느라 쩔쩔 매는 정도였다. 부하의 눈치를 보고 조심하여 행동한 것이다. 조조가 매번 전투에서 앞장을 선 것만 봐도 그러하다. 중간에 사람을 세우는 자는 절대 자신이 앞장서지 않는다. 잘못되면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해서다.


히틀러의 군대도 초반에는 구데리안, 롬멜, 만슈타인, 할더, 룬트슈테트 등 맹장들이 제멋대로 진격했는데 소탈한 이미지를 가졌던 히틀러는 이들을 말리지 않았고 그 때문에 창의적인 전쟁이 가능했다. 히틀러 역시 초반에는 조조처럼 부하의 기를 꺾지 않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 되자 겁쟁이 히틀러는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질적으로 변해 갔다. 일이 너무 크게 번져서 도무지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리더가 신경질을 부리면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사람을 세우게 된다. 괴링이나 괴벨스 같은 아부꾼들이 줄을 잡고 행세하게 되어 진화형 생장구조는 붕괴하고 만다.


정답은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세력전은 전쟁이 장기화 될때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 승리하는 원리이며, 가장 좋은 시스템은 최선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팀이다. 최선의 의사결정구조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의 자원을 빠짐없이 이용하는 구조다. 무력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마음도 이용하고 지혜도 이용한다. 자기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힘도 역이용한다. 단결된 힘 뿐 아니라 내부의 비판자도 이용한다. 내부고발자야말로 은폐된 불안요소를 사전에 드러내서 미리 대비하게 하는 점에서 참된 도우미라 하겠다. 좋은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조직은 그렇게 외연을 확대하고 세력을 불려간다. 판 안쪽의 모든 사람을 그 싸움에 가담시킨다. 싸움이 판 전체에 파급되어 남은 곳이 없게 되면 세력의 우세와 열세가 명확히 드러나서 전쟁은 멈추고 평화가 온다.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패자가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자는 패배하는 과정에서 적의 수법을 알아냈다고 믿기 때문에, 일단 도망쳐 숨었다가 힘을 기른 다음 알아낸 적의 수법을 역이용하여 반격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세력전이 무한정 전개되면 판 전체에 싸움의 여파가 미쳐서 어디 도망가서 숨을 곳이 없게 된다. 중간에 관망하는 세력이 사라져서 외부의 힘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이쪽 저쪽의 전술이 다 알려지고 판세가 확연히 드러나서 승부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고 평화가 온다.


유비팀은 지식인의 여론을 받아들이는 좋은 의사결정구조를 가졌으며, 조조팀은 부하들과 막역하게 대하는 점에서 좋은 의사결정구조를 가졌다. 특히 조조의 부하들이 창의적인 전쟁을 수행한 것을 보면 혼자의 능력이 아니고 막사의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가후, 곽가, 순유, 순욱을 비롯한 여러 천재들의 지략을 귀동냥으로 듣고 집단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바둑이 2년 전에 이미 합이 500단을 넘었다는 충암사단을 중심으로 집단학습하여 강해졌듯이 팀분위기에 편승하여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조조팀은 최고의 집단화된 의사결정구조였다.


반면 원소와 원술은 임금놀이에 빠져 스스로를 높이고, 아랫사람을 대할 때는 중간에 사람을 세웠기 때문에 나쁜 의사결정구조가 되어 내부에 파벌이 생긴 결과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전쟁은 실제로 의사결정구조간의 대결이다. 좋은 구조가 나쁜 구조를 이긴다. 좋은 구조가 정의다. 정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역량을 의사결정에 가담시키기 때문이다. 최대 다수가 의사결정에 가담하는 것이 대의다. 대의를 밝히는 것이 명분이고 명분이 있는 것이 정의다.


지금 한국은 역량있는 젊은이와 지식인들이 다들 삐쳐서 등을 돌리고 있고, 보수꼴통들의 지혜만 끌어다 쓰고 있다. 국민이 가진 능력을 조금도 동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나쁜 의사결정구조다. 이것이 불의다. 국민의 역량을 끌어쓰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자격이 없다.


징기스칸은 밖으로 눈을 돌려 세계정복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내부에서 교착되어 서로간에 무의미한 소모전을 반복하던 사태를 종식하였다. 외부로 눈을 돌리자 변방에 있는 민중의 아이디어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랍인의 기술을 빌려 남송을 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래픽에 뛰어난 애플을 만들어놓고 스프트웨어 시장을 만들기 위하여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었으며 예술가들의 장점인 직관적 소통의 지혜를 빌어 널리 소통하게 하는 새로운 도구들을 만들었다.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그 걸작이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용병을 사용한 귀족들의 돈싸움, 숫자싸움이던 전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징병제를 통하여 병사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림으로써 민중의 에너지를 밑바닥까지 끌어냈다. 병사들은 더 많이 훈련하고, 더 많이 행군하고, 더 엄격한 군율을 적용받았다. 반면 앞으로 불려나와서 불기짝을 드러내고 곤장을 맞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어졌다. 개인이 더 존중받은 것이다.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이 가장 많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또 참모제를 도입하고 서류사무를 늘려 로마의 전통을 이은 교범식 전투을 수행하였다. 승부를 운에 맡기지 않고 설계도 원안대로 시행하여 안성맞춤으로 제작해낸 것이다. 공장식 전쟁이었다. 이를 위해 구스타프 아돌프는 조국은 무엇이며 왜 시민은 조국을 위해 총을 들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역설했다. 시민의 창발성을 집단의 의사결정에 활용한 것이다.


고조 유방은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항우를 상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힘을 빌어야 했기에 합리적인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자신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판이라 임금을 바꾼 적이 있는 한신과 진평의 능력도 끌어다 썼다. 그 사람들을 믿어서 쓴 것이 아니라 믿지 않으면서도 쓴 것이다. 역시 의사소통구조를 최적화 한 것이 승인이다.


리더가 앞서가면 리더를 믿지 않는 부하도 일단 승산을 보고 따라온다.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자도 리더가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면 일단은 따라온다. 반면 리더가 중간에 사람을 세우고 뒤로 숨으면 충신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 경우 책임소재가 애매하고 권한이 불투명하므로 충성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결국 리더의 책임인 것이다. 좋은 시스템은 나쁜 사람도 쓸만하게 만든다. 사람탓 필요없고 다만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세력전은 결국 내부에 밸런스를 두어 의사소통구조를 최적화 하는 방법으로 외부세력을 끊임없이 가담하게 하여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방법으로 국가시스템 자체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다. 전장 안에서의 전투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우월한 체제를 만들었느냐를 가지고 승부를 보는 것이다. 내부경쟁이 활성화된 민주주의가 최고의 체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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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구조가 새로 나왔습니다. 인간은 공동체적 동물이며, 마음은 언제라도 그대를 공동체의 중심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 존엄이 있습니다. 존엄을 얻을 때 마음은 진정으로 다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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