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05 vote 0 2021.12.23 (23:46:57)

    인간은 말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다. 말은 청산유수라 정통좌파인데 행위는 보수꼴통 따까리다. 인생 참 불쌍하게 산다. 진중권 신지예 말이다. 보수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가 보수다.


    인간의 행위를 추동하는 엔진은 권력이다. 알면 곧 행해야 한다. 그러나 앎과 행함은 별개다. 권력이 자동차라면 앎은 내비다. 내비가 없어서 차가 못 가는게 아니고 차가 없어서 차가 못 가는 것이다. 권력이 지식에 앞선다. 


    인간의 문제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시장에 화폐를 공급하듯이 사회에 충분한 권력을 공급해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화폐가 부족하고 사회는 언제나 권력이 부족하다.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듯이 일용할 권력이 필요하다.


    인간들이 뭐를 몰라서 잘못하는게 아니라 이겨먹으려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겨서 권력을 얻으려고 한다. 왜냐고?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듣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 


    말을 잘 듣는 것은 교실에 가둬져 얌전히 앉아 있는 학생들이다. 사회는 살벌하고 현장은 치열하다. 지식인의 계몽주의는 먹히지 않는다. 이겨서 그들을 실력으로 제압해야 한다. 이기면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쥐고 지면 그 차에 치인다.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생산력으로 이기는 것이고 둘은 거짓말로 이기는 것이다. 진실이 거짓말을 이길 수도 있지만 약하다. 진실에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효과 두 배다. 진실과 거짓이 경쟁하면 당연히 거짓이 이긴다. 


    왜? 진실은 거짓을 이길 생각이 없는데 거짓은 진실을 이길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포장해서 팔기 때문이다. 진실에 거짓말을 적당히 섞어서 이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연출하므로 거짓이 이긴다. 지면? 이길때까지 포장지를 바꾼다.


    문제는 그러다가 본 게임에 진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전투를 이기고 전쟁을 진다. 단기전을 이기고 장기전을 진다. 잠시 이기고 길게 진다. 내일이 없는 자들은 도무지 장기전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내일 탈탈 털려서 거지가 되어도 상관없고 오늘 당장 한 게임이라도 이겨먹고 싶다. 그런 자를 말로 설득할 방법은 없다. 


    나는 한때 지식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식은 객관적인 도구다. 지식을 던져주면 인간들이 알아서 잘 해낼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못하더라. 도구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인간들은 수술로 부족하고 치료후 재활까지 시켜줘야 한다. 


    본질은 권력이다. 권력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은행권을 찍어내듯이 권력을 찍어내야 한다. 과거에는 종교가 그 일을 했다.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은 종교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죽어보자고 말 안 듣는 인간을 조금이나마 말을 듣게 만든다. 다들 얌전히 교회에 모여 있잖아. 신기하게도 말이다. 


    종교를 이겨야 진짜 지식이다. 종교는 말을 듣게 만드는 대신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에너지를 빼앗는다. 그들은 너무 쉽게 핸들을 타인에게 양보해 버린다. 종교인처럼 말을 들으면서도 절대 핸들을 양보하지 않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이기는 구조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5654 윤석열은 인간일까? 김동렬 2021-12-27 3216
5653 사과하면 죽는다 김동렬 2021-12-26 3487
5652 넘버 3 윤석열 image 1 김동렬 2021-12-26 4219
5651 503 김건희 맞교환 3 김동렬 2021-12-25 4866
5650 쓸쓸한 사면 1 김동렬 2021-12-24 3716
» 권력과 지식 김동렬 2021-12-23 2905
5648 축차투입의 의미 김동렬 2021-12-23 4191
5647 설강화 논란 1 김동렬 2021-12-22 3393
5646 색깔에 대한 생각 1 김동렬 2021-12-21 3075
5645 여성의 적은 신지예다. 1 김동렬 2021-12-21 3316
5644 윤석열의 진실 김동렬 2021-12-20 3590
5643 세어보기 김동렬 2021-12-20 2462
5642 구조론의 의미 김동렬 2021-12-20 2086
5641 세상에 머저리가 많은 이유 김동렬 2021-12-20 2428
5640 갈릴레이의 빅 픽처 김동렬 2021-12-19 2295
5639 대의명분 윤서방 김동렬 2021-12-19 2959
5638 모든 질문의 어머니 김동렬 2021-12-18 2577
5637 대통령의 자격 김동렬 2021-12-18 2697
5636 엔트로피 총정리 김동렬 2021-12-16 2393
5635 경국지색 말희 달기 포사 쥴리 image 김동렬 2021-12-16 3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