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차투입을 모른다는 것은 전쟁의 본질을 모른다는 것이다. 주식이라 치면 가장 중요한게 손절이다. 50퍼센트가 하락했을 때 다시 50퍼센트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본전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50퍼센트 하락 후 100퍼센트 상승해야 본전이다. 상승은 하락의 두 배여야 한다. 주식은 상승으로 돈을 벌 수 없고 오로지 하락을 막아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럼 상승은 언제 하는가? 그건 내가 하는게 아니고 장이 좋으면 된다. 상승장을 기다려야 한다. 하락을 막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다. 나머지는 장에 달려 있다. 상승 - 시장이 결정한다. 하락 - 내가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연비운전도 그렇다. 엑셀레이터 페달은 잊어라. 브레이크를 안 밟는게 연비운전의 핵심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운동에너지가 마찰열로 바뀌어 소멸한다. 운동에너지를 자동차 밖으로 뱉어낸다. 그 짓거리만 안 하면 된다. 뭐든 하나로 조지는게 구조론이다. 주식은 손절을 해야 돈을 버는데 손절은 손실의 확정이다. 내 손으로 내 손가락을 자르는 것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손절한 돈으로 다시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의사결정 스트레스가 있다. 그 과정에 심리적인 타격을 받는다. 사람들은 손실확정도 싫고 재매수도 싫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주식 해서 돈을 잃었다면 심리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뭔가 깨져 있으며 그것은 다시 봉합될 수 없다. 유리처럼 깨진 것이다. 마음이 깨진 사람은 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방법이 없다. 전쟁에 이기는 방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손절을 해야하지만 손절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손절을 못하면 죽는다. 전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략과 전술이다. 전술은 평야에서 대등한 병력으로 회전을 하는 것이다. 이때는 포위냐 돌파냐의 게임이다. 포위를 잘하면 한니발이고 돌파를 잘하면 나폴레옹이다. 항우는 돌파를 잘했고 한신은 포위를 잘했다. 이런건 전술이고 전략은 다르다. 전략은 공격 아니면 방어다. 그런데 모든 전쟁은 기본적으로 방어가 유리하다. 역사적으로 큰 전투는 대부분 방어측의 승리였다. 삼국지라면 이릉전투, 관도대전, 적벽대전, 한중공방전이 모두 방어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방어측이 진 전투는 대개 싸워보지도 못하고 자멸한 것이다. 제대로 붙으면 거의 방어측이 이긴다. 관도대전 이후 조조가 원씨형제를 토벌하는 과정이 그렇다. 원씨가 자멸했다. 고구려도 남건과 남생이 싸워 자멸했다. 오나라의 손호도 자멸했다. 공수가 나뉘어 있을 때 제대로 붙으면 무조건 방어가 이기는게 전쟁이다. 독소전의 모스크바 공방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쿠르스크 전차전도 모두 방어가 이겼다. 공격이 이긴 전투는? 이름이 없다. 그 경우는 방어측이 자멸한 거라서 유명하지 않다. 공격측은 정면으로 붙지 말고 기습을 하거나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버려야 한다. 정면으로 붙으면 당연히 방어가 이긴다. 물론 이건 평지에서의 회전이 아니고 지형의 잇점을 가지고 공격과 수비가 정해져 있는 경우다. 그러므로 전쟁에 이기는 방법은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고 방어를 하는 공세적 방어다. 대전략을 그렇게 가져가는 것이다. 1차대전에서 독일군은 베르덩을 점령하고 방어하면서 프랑스군의 축차투입을 유도하여 적의 인적자원을 고갈시키는 전술을 선택했다. 실패했다. 1) 적진 깊이 들어가서 적이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지점을 선점한다.
이 방법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 항상 이렇게 한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드웨이 전투가 대략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유리한 지형인 미드웨이를 점령한 상태에서 둘리틀 특공대를 보내 적의 축차투입을 요구하고 하나씩 요격하여 박살낸다. 제갈량이 마속을 보낸 가정전투를 비롯해서 제갈량의 모든 전투가 이런 의도였다. 위나라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요해지를 접수한 다음 위나라가 대규모 지원군을 보내오는 족족 격파해서 숫자를 줄이면 위나라가 항복할 수밖에 없지. 이 멋진 작전은 당연히 망한다. 제갈량의 실패를 독일군이 반복한 것이 베르덩 전투다. 프랑스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베르덩을 기습적으로 접수한 다음 참호를 깊이 파고 프랑스군이 고지탈환을 노리도록 만들어 압도적인 교환비를 만들어내면 프랑스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 음 이거 멋진 전략인데.
한 나라와 흉노의 싸움도 대개 이렇게 돌아갔다. 흉노는 인구가 적으므로 흉노를 유인해서 10만 명만 잘라 놓으면 인구회복까지 30년은 평화가 오는데. 한나라는 역시 매번 실패했다. 이런 식의 전투는 중공군에 의해 백마고지에서 재현된다. 국군이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백마고지를 접수하고 참호와 터널을 만든 다음 국군이 고지를 빼앗으러 오면 오는 족족 갈아버린다. 국군을 하루에 3천 명씩 죽이면 이승만도 항복할 수밖에. 백마고지뿐 아니라 휴전선 전체에 토굴을 파고 국군을 유인해 몰살시키려고 했지만 융단폭격에 끔살된다. 전쟁을 하다보면 결국 전투에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적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장벽에 도달하게 된다. 땅빼앗기는 보급선만 길어지게 할 뿐 의미가 없다. 이기면 복원력에 의해 그만큼 지게 된다. 크게 이기면 크게 진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숫자싸움. 땅을 내주더라도 적의 숫자를 줄이면 된다. 모스크바가 불타더라도 나폴레옹군 숫자를 줄이면 러시아가 이긴다. 축차투입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이기는 전쟁은 결국 축차투입이기 때문이다. 적이 아군의 축차투입을 노리고 소모시키려고 하지만 그래도 밀어야 한다. 예비대를 두고 있다가 병력을 증원하여 이긴다. 타이밍이 늦으면 축차투입이 되고 적기에 예비대를 투입하면 명장 소리를 듣는다. 축차투입은 졌으니까 욕을 먹는 것이고 모든 이기는 전쟁은 축차투입을 잘해서 이기는 것이다. 이때는 파상공격, 제파공격이라고 한다. 이준석이 만화책 몇 권 읽고 축차투입 운운하는데 모든 고수는 축차투입으로 이긴다. 이걸 완벽하게 구사한 것이 몽골군의 망구다이 전술이다. 열 명으로 싸우다가 진다. 백 명을 추가로 보내서 또 진다. 일천 명을 추가로 보내서 또 진다. 이쯤 되면 적의 대군이 몰려온다. 이때 1만 명으로 막고 미리 감춰두었던 공성기로 화공을 펼쳐 적을 몰살시킨다. 이걸 할 수 있는 군대는 몽골군 외에 없다. 세 번 져주는 방법으로 적을 낚아야 하는데 아무도 져주기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몽골군도 자기 손가락 세 개는 잘라야 이긴다. 전쟁의 기본은 이 고지만 접수하면 이긴다는 환상을 적에게 심어주고 희망고문으로 적을 유인하여 적의 인적자원을 소모시키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장들은 어떻게든 그 고지를 접수해서 이긴다는 것이다. 전쟁은 꼼수로 못 이기고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