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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54 vote 0 2021.07.06 (17:59:57)

    세상을 게임으로 이해하면 쉽다. 게임은 이길 사람이 이길 때까지 진행된다. 스승과 제자가 대결하면 스승이 이긴다. 제자가 이겨야 졸업을 시켜준다. 더 가르칠 것이 없다. 이제 그만 하산하거라. 이렇게 되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대결하면 당연히 보수가 이긴다.


    그런데 진보가 이겨야 끝이 나는 게임이다. 그것이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진보가 이기게 하려고 존재한다. 보수가 이기게 하려면 정치는 필요없다. 보수는 이미 이겨 있기 때문에 정치의 존재 이유가 없다. 


    축구는 공격이 이겨야 한다. 수비가 이기면 무승부다. 안 되면 승부차기라도 해서 어떻게든 승부가 나도록 해야 한다. 진보가 공격이고 보수는 수비다. 보통은 수비 잘하는 팀이 이긴다. 보수가 이긴다. 그런데 게임은 원래 공격이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원래 진보가 이기도록 설정되어 있다. 


    보수가 이기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어로가 멋지게 이기려면 빌런도 강해야 한다. 빌런이 이기면 영화가 안 된다. 지금 빌런이 이기고 있다면 그 이유는 상영시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가 이기고 있다면 뒤에 연장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로원과 민회가 싸우면 보나마나 원로원이 이긴다. 역사의 숱한 페이지들은 원로원 귀족들이 테러를 저질러 민중파 지도자를 암살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원래 제도는 민회가 이기도록 되어 있다. 그게 민주주의다. 민회가 법을 만들고 원로원은 뒤에서 비토만 한다. 그게 원칙이다. 


    민회는 일을 하고 원로원은 감시한다. 감시하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을 이기면 안 된다. 심판이 선수를 이기지만 심판이 선수를 이기면 안 된다. 주인공은 선수고 심판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다. 만담을 해도 보케가 츳코미를 이긴다. 김병만이 류담을 이긴다. 류담이 노상 김병만을 때리지만 그건 그냥 설정이 그런 거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이기지만 그건 설정이다. 주인공은 손오공이다. 


    지도자가 원로원에서 나오면 안 되고 민회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병사들이 전쟁터에 따라간다. 민주주의란 병사가 자기를 지휘할 지휘관을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목숨이 달려 있는데 누구에게 그 목숨을 맡기겠는가? 원로원의 귀족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 목숨을 맡기지는 않는다. 그들은 타인이기 때문이다. 내 가족인 민중파에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변방에서 일어난 민중과 중심을 장악한 기득권의 대결이다. 당연히 엘리트 기득권이 이긴다. 이기니까 기득권이지 지면 그것이 어찌 기득권이겠는가? 그러나 제도는 변방에서 중심을 치도록 되어 있다. 민중이 이기게 되어 있다. 엘리트가 지도록 되어 있다. 표는 민중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이긴다. 그런데 선거는 왜 하는가? 민중을 단련시키는 장치다. 민중은 패배를 통해 단련되고, 마침내 제자가 스승을 이기고, 민중파가 귀족파를 이기고, 사림세력이 훈구세력을 이기고, 민초가 엘리트를 이긴다. 그게 존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스승이 제자를 이긴다면 학교는 폐교가 맞다.


    엘리트가 완장질 하며 갑질면접 쇼를 한다고 들었다. 민주주의란 민초가 들고 일어나서 그런 엘리트 기득권을 때려부수는 것이다. 사이비 면접쇼에서 승리한 자가 패배한 자다. 그런 쇼에서 패배한 자가 선거에는 이기도록 되어 있다.


    왜? 그렇지 않으면 민중이 멍청해지기 때문이다. 민중이 멍청하면 답이 없다. 민중이 엘리트 기득권을 이기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에너지는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민중의 거룩한 분노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후단협 이낙연과 송영길 귀족을 때려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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