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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162 vote 0 2010.12.07 (21:10:17)

 

 

 

  진법의 형태들


  다양한 진법이 있으나 구조로 보면 다섯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의 응용형태라 할 수 있다. 실은 다섯도 많다. 진법의 기본은 둘이다. 진법의 본질은 적을 포위후 섬멸할 것이냐 아니면 돌파후 각개격파할 것이냐다. 이는 전체적인 전력의 우위냐 아니면 부분적인 전투력의 우위냐로 결정된다.


 ◎ 학익진 - 강팀의 전체적인 우위

  포위후 섬멸한다. 아군의 강점을 고루 활용한다. 선 수비 후 반격한다. 강팀이 교범대로 원칙을 지켜 약팀을 꺾는다.


  ◎ 추형진 - 약팀의 부분적인 우세

  돌파후 각개격파한다. 부분의 우세를 전면화한다. 수비없이 공격 일변도로 간다. 약팀이 변칙을 써서 강팀의 허를 찌른다.


  전쟁이 항상 전체적인 전력의 우위에 따라 결정된다면 전쟁은 할 필요가 없다. 싸우기 전에 누가 이길지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싸우면 언제나 큰 나라가 이긴다. 그러므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력이 열세인 국가라도 신무기를 갖추었거나, 혹은 뛰어난 장수가 있거나, 혹은 병사의 사기가 충천해 있다면, 한 가지 장점을 극대화하여 부분적인 우세를 이룰 수 있고, 이를 전면화 하여 승리할 수 있다. 약팀이 강팀을 꺾을 수 있다.


  그러나 약팀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이고, 전쟁이 장기화 되면 전체적인 전력이 강한 쪽이 반드시 이긴다. 진법의 본질은 총체적인 동원력에서 우세한 국가가 어떻게, 부분적인 강점을 믿고 변칙을 쓰는 나라를 제압하느냐다. 강팀이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허를 찌르려는 약팀을 이기는 것이 진법이다.


  전체적인 전력이 앞서더라도 동원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아군의 역량을 전부 동원하려면 널리 소통해야 하고, 소통하려면 신뢰를 축적해야 하고, 신뢰를 축적하려면 원칙을 지켜야 하고, 원칙대로 가면 변칙을 쓰는 적이 그 허를 찌른다. 아군의 내부를 이간질 시키고, 서로간의 소통을 단절시켜서 전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한다. 이 상황에서 변칙을 쓰는 적의 교란전술을 막고 교범대로 이기는 것이 진법이다.


  약팀이 강팀을 이긴다면 그것은 신무기 덕분이거나, 혹은 뛰어난 지휘관의 덕분이거나, 또는 병사들의 사기 덕분이거나, 아니면 적의 내분으로 인한 자멸에 따라 상대적인 이득을 얻거나 등의 변칙적인 것이며, 이는 진법의 논의사항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물론 일시적으로 변칙을 쓸 수도 있지만 진법의 기본은 원칙으로 변칙을 꺾는 것이다. 원칙이 변칙을 꺾어야만 전쟁의 최종적인 목적인 평화가 달성되기 때문이다. 변칙이 원칙을 이긴다면 요행수를 믿는 자에 의해 전쟁은 계속 일어나게 되어 천하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진법의 기본은 총체적인 전력에서 우세한 강팀이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 하는 형태의 교과서적인 대응으로, 속임수를 쓰거나 요행수를 노리는 약팀의 변칙을 이기는 것이다. 강팀은 자신의 약점만 최소화 해도 이길 수 있다. 그러므로 구태여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전력이 강한 위나라의 사마의가 지략이 뛰어난 촉나라 제갈량과의 정면대결을 피하여 승리를 얻은 바와 같다. 전력이 열세인 제갈량이 변칙을 쓰므로 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하여 수비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며 그것이 교범식 전쟁이다. 강팀은 당연히 교범대로 가야 한다. 진법은 교범이다. 진법은 교과서다. 이길 수 있는 전쟁을 이기는 것이 교범이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강팀이다. 반면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원칙이 강조되므로 반드시 교범대로 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교범대로 한다는 것은 이쪽의 전술을 적이 훤히 꿰뚫어본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전술을 적에게 다 알려주고도 이기는 것이 교범이다. 반면 독재는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지배집단의 역량만 동원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약팀이다. 독재국가는 지배자 마음대로 할 수 있으므로 변칙을 써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법은 민주주의 원칙이 독재의 변칙을 꺾는 것이다. 최종단계에는 원칙이 변칙을 이긴다.

  

  ◎ 강팀이 교범대로 약팀을 이긴 전쟁.. 독일을 물리친 러시아

  ◎ 약팀이 변칙으로 강팀을 이긴 전쟁.. 아랍을 침략한 이스라엘

  

  아랍은 전체적인 동원력에서 분명히 이스라엘을 앞서고 있었다. 그러므로 원칙대로라면 아랍이 이스라엘을 당연히 이겨야 한다. 아랍에 유능한 지휘관이 있었다면, 아랍이 교범을 지켰다면, 교과서적인 전쟁을 했다면, 진법을 구사하여 이스라엘을 이길 수 있었다. 설사 이스라엘이 용맹을 발휘하여 한 두 번 전투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당나라가 숫자의 힘으로 용맹한 고구려를 꺾었듯이 배후를 차단하고 서서히 숨통을 조였더라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아랍은 원칙대로 하지 못했다. 이는 아랍이 민주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면 자원을 총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법은 원칙의 민주주의가 변칙의 독재를 꺾는 것이다.


  2차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을 물리친 것은 전쟁이 장기화 되어 러시아가 많은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타이거 전차가 성능에서 앞서 있었으므로 이와 같은 부분의 강점을 활용하여 적의 종심을 돌파하고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켰어야 했다.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스탈린을 사로잡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되어 러시아가 한 숨을 돌릴 시간여유를 주는 바람에 패배하게 되었다. 이는 러시아가 짜르가 지배하던 로마노프 왕조의 제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화 되어 동원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로마노프 왕조가 일본과의 러일전쟁에 패배한 것이 그러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조선왕만 사로잡으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었다. 왕은 도망갈 수 없다. 왕이 전투를 회피하고 도망가면 비겁자로 낙인찍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왕은 용맹을 강조하며 전선으로 나와야 하고 왕을 잡으면 승리한다. 그러나 조선은 유교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는 그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민주적인 체제였기 때문에, 의병항쟁을 끌어내는 등 국민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었기에 야만한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구한말에는 그 반대로 되었다. 서구의 문물이 조선보다 앞서있음이 알려졌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의 역량을 전혀 동원할 수 없게 되었다.


  구조는 질≫입자≫힘≫운동≫량의 다섯 포지션을 가지며 이 중에서 기본은 맨 위의 질이다. 질은 에너지의 유도이다. 에너지의 유도는 외부의 자원을 자기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적을 아군이 매복하고 있는 이쪽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수비가 모든 전략전술의 기본이 된다.


  공격은 적지에서 싸우는 것이며, 그 경우 이쪽의 자원을 적진으로 운반해야 하므로 보급의 문제가 생겨난다. 공격측은 단지 병력을 보낼 수 있을 뿐 가진 자원을 총동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적의 우두머리를 쳐서 단번에 항복을 받아내거나, 아니면 적의 대형을 붕괴시켜 적의 자멸을 끌어낸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전쟁의 수행이 곤란해진다. 적이 전쟁수행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공격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전투에 승리하더라도 전쟁을 완전히 종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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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양상은 기본적으로 공격측의 추형진과 수비측의 학익진 사이의 대결로 된다. 공격측은 전력을 한 지점에 집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수비측은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진법으로 보면 선수비 후 공격전환을 가능케 하는 학익진이 공격일변도의 추형진을 이긴다.


  양 날개를 벌려 적을 포위하는 것은 학익진이고, 쐐기 모양을 이루고 적의 종심을 돌파하는 것이 추형진이다. 이 둘이 진법의 기본이다. 구조원리로 보면 다섯이다. 전쟁은 세력≫조직력≫집중력≫기동력≫숫자의 다섯가지 형태가 있다. 각각 방원진≫학익진≫추형진≫장사진≫방진이 된다. 둥글게 진을 친 방원진은 주둔지 혹은 숙영지 개념이고, 긴 뱀 모양을 이루고 행군하는 것은 장사진이고, 이렇다 할 진법 개념없이 그냥 한데 모여서 무대뽀로 싸우는 것은 고대 유럽의 방진이다. 이 셋은 전투의 핵심이 아니며 실질적인 전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서 일어난다. 조직력의 학익진과 집중력의 추형진이 대결하는 것이다.


  방원진은 주둔지 개념이므로 논외로 하고, 장사진은 행군 개념이므로 논외로 하고, 방진은 이렇다 할 진법개념이 없던 시대의 원시적인 전투형태이므로 역시 논외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진법 논의의 핵심은 조직력의 학익진과 집중력의 추형진이 된다. 학익진은 수비에 강점을 가지고 추형진은 공격에 강점을 가진다.


  월드컵을 보더라도 유럽의 조직력과 남미의 개인기 대결이다. 유럽의 조직력이 학익진이라면 남미의 개인기는 추형진이다. 학익진은 공간운용의 효율성을 꾀하고 추형진은 시간운용의 효율성을 꾀한다. 단기전은 추형진이 이기고 장기전은 학익진이 이긴다. 제한전은 추형진이 이기고 총력전은 학익진이 이긴다.


  게임이나 스포츠나 전쟁이나 모든 전술의 기본은 선 방어 후 공격이다. 절대적으로 방어가 중요한 것이다. 방어는 에너지의 유도를 의미하며, 에너지의 유도에 의해 모든 전략과 전술의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방어와 공격을 겸하는 학익진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되어 있다. 축구로 봐도 초반에는 남미의 개인기가 우세하지만, 결승에는 유럽의 조직력이 이기게 되어 있다. 물론 수비에도 강한 브라질팀은 개인기와 조직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므로 예외가 된다.


  대부분의 전쟁은 초반에 추형진이 특유의 돌파력으로 이기다가, 전쟁이 장기화 됨에 따라 학익진을 형성한 쪽이 이겨서 전쟁이 종결된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신무기의 등장 때문이다. 신무기가 개발되면 신무기를 앞세우고 추형진을 편성하여 적진을 마음껏 유린한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신무기가 적군에게까지 흘러들어가게 된다. 신무기가 너나없이 일반화 되면 다시 학익진이 승리하게 된다.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이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항우가 초반 팽성전투에서 특유의 돌파력으로 유방의 진지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초토화 시킨 것이 추형진 개념이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앞세워서 한국의 허정무호를 마음껏 유린한 것과 같다. 그러나 독일의 조직력 앞에서는 메시도 끝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한신이 구리산에서 십면매복으로 마침내 항우를 잡은 것과 같다. 나폴레옹의 돌파전술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맹위를 떨쳤으나 워털루에서는 영국군과 독일군에 포위되어 졌다. 전차를 앞세운 히틀러의 돌파전술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러시아를 유린하였으나 전선이 길어지고 보급이 곤란해지자 숫적 우위를 앞세운 러시아군에 포위되어 졌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학익진이 이긴다. 역사는 이 패턴을 반복한다.


  한니발은 전차를 앞세우고 보병을 뒤따르게 하는 페르시아 다리우스 황제의 추형진을, 기병을 양 날개로 운용하는 학익진으로 제압한 알렉산더의 전술을 깊이 연구하여, 초승달 모양의 학익진을 편성하고 로마의 추형진을 이겼지만, 전쟁이 장기화 됨에 따라 카르타고의 군대가 로마진영으로 깊숙이 들어온 사실 자체가 추형진의 형세를 이루게 되었다.


  평원에서의 전투에는 한니발의 학익진이 로마의 추형진을 이겼지만 로마는 국가형세 전체가 학익진을 이룬 것이다. 한니발도 이를 알았기 때문에 그리이스인이 식민하고 있던 로마의 주변 해양도시를 설득하여 카르타고군에 가담하게 하고, 거대한 외교동맹을 이루어 로마를 고립시키려 하였다. 로마를 고립시키면 그 자체로 학익진의 형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해안지역의 그리스 식민도시들은 같은 그리스 식민도시인 카르타고가 아닌 로마편에 섰다. 세월이 흘러 그리스인의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에 있는 카르타고보다 같은 반도의 로마가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된 것이다. 카르타고는 원래 로마와의 싸움에 져서 몰락한 그리스의 해상세력이 북아프리카로 진출하여 건설한 국가였기 때문에, 한니발은 역시 같은 방법으로 그리스인이 이주해 온 주변도시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전쟁은 추형진으로 시작되어 학익진으로 종결되는 패턴을 반복한다. 침략하여 적진에 들어서는 자체로 추형진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신기술을 가진 쪽이 돌풍을 일으키지만, 시합이 거듭됨에 따라 전력이 노출되어 방어전술을 가진 쪽이 결국 승리하게 된다. 초반 돌풍이 오래가지 못한다. 한니발이 스키피오에게 패한 것도 전투가 거듭되는 중에 로마군이 한니발의 전술을 완전히 파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역사는 항상 이런 식이다.


  학익진은 포위 후 섬멸한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총체적인 전력에서 우세해야 한다. 또 정규군 중심으로 훈련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유능한 장수들이 각 대를 담당한 채 요소요소에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 각 진지 사이에는 통신이 원할해야 한다. 지리적인 잇점을 등에 업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비에 능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유능한 지휘관이 있어야 한다.


  추형진은 돌파 후 각개격파 한다. 제한된 전장에서 짧은 시간의 전투로 대번에 판세를 결정짓고 전투를 종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소수정예가 있어야 한다. 핵심전력이 강해야 한다. 장수가 맨 앞에서 독전해야 한다. 용맹한 장수가 있어야 한다.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해야 한다. 공격에 능해야 한다.


  추형진이 초반에 기세를 올리지만 이때 적이 싸움을 회피하고 수비 위주로 나오거나 혹은 아군의 소수정예가 고립되면 곤란해진다. 단기전에서는 추형진이 우세하고 장기전으로 가면 학익진이 우세하다. 전투력이 우세한 공격 쪽은 추형진으로 단숨에 적진을 유린하고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켜야 한다. 전투력이 열세인 수비 쪽은 싸움을 피하고 시간을 끌어 전력을 증강한 후에 학익진을 펼쳐 적을 포위 후 섬멸하여야 한다. 1회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전투력이냐 아니면 보급을 비롯하여 총체적인 전력이냐다. 전투력 위주로 공격하는 쪽는 추형진이고 총전력 위주로 방어하는 쪽은 학익진이다.


  전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전쟁은 창을 가진 쪽의 추형진 선제공격으로 시작된다. 추형진은 창만 있고 방패가 없다. 왜냐하면 공격은 적의 영토에서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최후에 학익진의 방패가 이긴다. 만약 창이 방패를 이긴다면? 그 경우 전쟁은 종결되지 않고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끝없이 전쟁을 일삼은 자는 티무르이다. 티무르는 일찍이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로 알려져 왔다. 전쟁은 티무르가 죽어서야 끝났다. 그는 도무지 공격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전투마다 승리했지만 획득한 지역을 다스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전리품을 얻고 난 후 그 지역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곧 반란이 일어나 다시 출전하여 제압하는 식을 반복하였다. 티무르는 싸움마다 이기는 데도 도무지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방패가 최후에 승리하기 때문에 전쟁이 종결되고 평화가 오는 것이다.


  최후에 방패가 이기는 이유는 방패는 창을 겸할 수 있지만, 창은 방패를 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를 수 있지만, 창으로 찌르고 방패로 막을 수 없다. 창으로 찌르는 순간 적진 안으로 깊숙이 뛰어드는 형세가 되기 때문이다. 학익진은 추형진으로 변할 수 있지만, 추형진은 학익진으로 변할 수 없는 것이다. 학익진은 종심이 뒤에 있으므로 후미를 앞으로 당기면 된다. 추형진은 종심이 앞에 있으므로 이를 뒤로 뺄 수 없다. 뒤에도 아군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앞으로는 달릴 수 있어도 뒤로는 못 달리는 것과 같다.


  오합지졸은 용맹한 대장이 앞장을 서야 뒤따르므로 추형진을 편성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오합지졸로 학익진을 편성하면, 병사들이 싸움을 회피하고 도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민반란군은 오직 추형진으로만 전투를 하게 되며, 상대편이 진영을 갖추기 전에, 초반에 돌격하는 기세로 승리하지만, 상대편이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대형이 무너져서 전멸하게 된다. 잘 훈련된 병사라야 학익진을 편성할 수 있다.


  ◎ 학익진 - 총력에서 앞서나 전투력에서 약한 군대. 잘 훈련된 정규군.

  ◎ 추형진 - 총력에서 열세이나 전투력에서 앞서는 군대. 혹은 소수정예를 앞세운 다수의 오합지졸.


  총력에서도 지고 전투력에서도 지면 원초적으로 싸울 수 없다. 총력에서 열세이더라도, 뭔가 한 가지 강점은 있어야 엇비슷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오합지졸이라도 그 안에 소수정예는 있기 마련이며, 이들을 앞세워 추형진을 편성하면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이때 적의 장수가 죽거나 혹은 적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면 약한 군대로도 강한 군대를 꺾을 수 있다.


  농민군이 중심이 된 잔다르크 부대는 오합지졸이었으므로 학익진을 편성할 수 없다. 학익진을 펼치려면 양날개를 벌려야 하고, 그러려면 양익을 맡아줄 지휘관이 필요하며, 이 경우 장교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잔다르크는 신속한 기동이라는 특유의 강점을 살려, 적이 대형을 이루기 전에 선제기습으로 승리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전투는 한 두 번 반격전을 성공시킬 뿐 전투가 계속되어 적직 깊숙이 들어가면 저절로 포위되어 버린다.


  적이 수비를 견고하게 하면 승리할 수 없다. 나폴레옹의 신속한 기동도 마찬가지다. 나폴레옹은 무장을 가볍게 하고 보병의 행군속도를 높여 적이 병사를 모으기도 전에 박살내곤 했지만 러시아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것이 불가능했다. 장거리를 행군하는 중에 러시아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로 보면 방원진≫학익진≫추형진≫장사진≫방진을 말할 수 있다.


  ◎ 방원진 - 병력의 집결

  방원진은 주둔지, 혹은 숙영지 개념의 대형이다. 둥글게 모여 원(圓)을 이루며 주변에 방책을 치고 참호를 파서 수비한다. 공격하려면 다른 진형으로 변화해야 한다. 전투에 임하여 여러 가지 진형으로 전개하는 시발점이 된다.


  ◎ 학익진 - 선수비 후 공격전환

  학익진은 종심을 뒤로 빼고 양익을 전개하여 V자 모양으로 적을 포위한다. 아군이 약할 때는 종심을 방어하고, 아군이 우세할 때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신속하게 전환한다. 적의 선제공격을 유도한 후 포위하여 일망타진한다. 


 ◎ 추형진 - 신속한 공격에 의한 정면돌파

  추형진은 전차를 앞세우고 보병이 뒤따른다. 아군의 전력이 적을 압도할 때는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어 종심을 파괴하고, 아군이 약할 때는 소수정예를 중심으로 적진을 돌파한다.


  ◎ 장사진 - 행군

  장사진은 행군할 때의 이동전술이다. 이 상태로 머무르다가는 쉽게 돌파당한다. 유비가 이릉전투에서 장사진을 쳤다가 육손의 화공에 말려 대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 방진 - 단순전투

  진법 개념이 없는 고대 유럽식 전투 대형으로 평원에 사각형의 묻지마 진을 친다. 이 경우 진법이 아닌 전투력에 의해 승부가 난다. 알렉산더로부터 학익진 개념을 익혔던 한니발에 박살이 났다.



  구조원리로 보면 승부는 방원진≫학익진≫추형진≫장사진≫방진의 순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방원진은 제대로 된 전투대형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여기서는 하나의 개념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둥글게 원을 그리는 방원진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이다. 전투시에 원진으로 뭉쳐져 있다가는 적의 화살세례에 몰살 당하기 쉽다. 혹은 겹겹이 포위되어 고립될 위험이 있다. 원진으로 포진하여 숙영하고 있다가 적이 접근하면 신속하게 다른 진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월남전에서 미군은 정글 한가운데 대규모의 진지를 편성하고 대대병력을 한 곳에 모아놓곤 했다. 밤만 되면 그 바깥은 완전히 베트콩 세상이 되었다. 미군은 여러 중대에 역할을 나누었기 때문에 작전이 펼쳐지면 각 중대가 호응을 해야하고 베트콩은 그 틈을 유린하여 미군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여러 중대가 합동작전을 펼칠 경우 연결부위에 관절이 만들어지고 그곳이 급소가 된다.


  반면 국군은 대규모 진지편성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따로 독립중대를 편성하여 폭넓게 전개하며 부진런히 야간매복을 했다. 그 결과 야간에도 베트콩의 동선은 제한되었다. 이는 원진으로 모여 있다가 몰살당하는 위험성의 예다. 실전이 벌어지면 원진을 고수할 수 없다. 좁은 지역에 몰려 있지 말아야 한다.


  단일 전투에서는 학익진이 가장 발달된 형태의 진법이며, 추형진은 압도적으로 전력이 강할 때, 혹은 소수정예일 때의 진법이다. 추형진의 기병중심 응용형태로 어린진이 있다. 적이 추형진으로 나오면 아군은 어린진에서 학익진으로 변화한다. 장사진은 행군할 때, 방진은 매복이나 기습이 없는 단순한 형태의 유럽식 전투로 평원에서 숫자로 밀어붙인다. 진법은 지형이 복잡한 동양에서 발달하고 있다. 서양의 경우 전통적으로 진법이 발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진법들이 각각 점, 선, 각, 입체, 밀도의 형태로 구조의 모듈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진은 점, 사진은 선, 추진은 각, 학진은 입체, 원진은 밀도를 이루고 있다.


  현대전에는 나폴레옹시대의 방진, 1차대전의 참호전, 2차대전의 전격전, 그리고 미사일과 항공모함을 포함한 현대전 개념의 입체전, 그리고 유격전이나 대규모동맹군을 편성하는 세력전을 들 수 있다. 역시 점, 선, 각, 입체, 밀도가 된다.


  ◎ 방원진 개념.. 모택동의 유격전이나 양차 세계대전 때의 대규모 연합군 편성. 냉전시대의 동서진영대치구도. 현대의 정보전, 이념전쟁.


  ◎ 학익진 개념.. 미사일과 항공모함 운용, 공중전 등이 본부가 뒤에 있고 멀리까지 가서 타격한다는 점에서 학익진 개념에 해당한다.

  

  ◎ 추형진 개념.. 전차를 앞세우고 보병이 돌격하여 적의 참호전을 무력화 시킨다. 항공모함이 주변에 이지스함, 순양함, 구축함 등을 호위함으로 거느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 장사진 개념.. 1차대전 때의 참호전은 기관총에 대응하려다가 어쩔 수 없이 장사진이 되었다.   


  ◎ 방진 개념.. 나폴레옹 시대에 병사의 용맹성을 앞세우는 묻지마 돌격전술



  인해전술은 일종의 심리전으로 실제로는 속임수다. 인해전술은 역사상 제대로 존재한 적이 없으며, 인해전술로 알려진 모택동의 야간행군에 의한 우회기동전술에 전형적인 유격전 전술이다. 모택동은 숫자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미군의 공중정찰을 피해 야간행군으로 멀리 우회기동한 것이다. 미군이 정찰을 잘못해놓고 인해전술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미군이 중공군의 참전을 알아챘을 때 중공군은 이미 국내로 깊숙하게 침투해 있었다. 이는 엄청난 숫자가 몰려온 것이 아니라 야간에 은밀히 침투해 있었기 때문에 중공군이 오히려 미군보다 더 남쪽으로 앞질러 가 있었는데도 미군이 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미군은 숫자에 밀려 진 것이 아니라 실은 정보에 밀려 패배했던 것이다.


  미군이 일부는 함경도로 가고 일부는 황해도로 가면서 가운데 폭 40키로 정도를 비워두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냥 엄청난 수로 밀어붙이는 것은 대규모 포격에 몰살될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중공군은 몰살된 예가 적다. 중국측 자료로 보면 중공군의 희생은 십 수만 정도인데 예상만큼 많지 않다. 중일전쟁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역대 동서양의 전투력을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동양이 우세하다. 이는 징기스칸에 의해 증명되었다. 동양식 전투는 매복, 기습을 능사로 하기 때문이다. 몽고군도 초반에는 송나라를 이기지 못했다. 아랍의 공성기계를 들여와서 겨우 이긴 것이며, 이는 진법에서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전술이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교범대로 싸우면 학익진이 이긴다. 민주주의가 이긴다.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가 발달하며 인적자원의 질이 높은 쪽이 이긴다. 적에게 이쪽의 전술을 다 알려주고도 이긴다. 손자병법식 속임수는 한 두 번의 전투에나 먹힐 뿐이다. 이렇듯 전쟁의 결과는 사전에 결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문명화된 이 시대에도 어리석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일본의 전국시대 혹은 유럽의 30년 전쟁과 같은 혼란기에는 봉건제도 하에서 국가체제가 낙후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무식해서 그렇다 해도, 지금과 같이 시스템이 발달된 민주주의 시대에 승패가 뻔히 정해져 있는 전쟁을 계속한다면 바보짓이다. 어리석은 전쟁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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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0.12.08 (00:35:04)

93-4년에 '사무라이쇼다운1'이라는 오락실용 2인용 결투게임이 있었소.
나는 오락을 그리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내가 살던 수원 권선동 오락실은 수원 최고 수준의 고수들이 있었소.
고수들에게 몇판씩 깨지고 나서 그중 최고수 한명과 친해지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소.
상대방이 이렇게 공격하면, 나는 이렇게 수비하고. 나아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나는 이렇게 하고.
게임상에서 동렬님이 말한 신뢰(상대방은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도 못막는 단계)를 주면서 상대방 꺾었소.권선동에서 실력이 좀 늘자 모교 아주대 부근(이 오락실의 부근에는 중학교 2개, 고등학교 3개, 대학교 1개의 배후지가 있었음)에서 어스퀘이크라는  뚱뚱이 닌자 캐릭터로 100판을 연속으로 이겼던 기억이 나오. 나중에는 아무도 이어서 하지 않더이다.  권선동 신기술로 아주대를 휩쓸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권선동 신기술은 아주대에서 먹히지 않았소. 신중한 방어기술에 신기술이 다 막히더이다. 실력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수비 잘하는 사람이 이겼소. 물론 수비만 잘해서는 안되고, 수비를 잘하면서도 아직 대비책이 공개되지 않은 필살기를 쓰는 사람이 판을 지배했소. 

2인 격투기 게임은
최초 혼란기-여러가지 공격과 수비가 우연적이고 실험적으로 적용되는 단계(승패를 알기 힘듦) 
'야비한' 기술 발달기-알면서도 당하는 막을 수 없는 필살기로 소수의 고수가 게임을 평정하는 단계(절대 고수의 연승기)
간파기-야비기술이 수많은 경험을 통한 수비기술에 간파당해서 더이상 필살기가 통하지 않는 상향 평준화 단계(공수의 역전현상)
후속기술 발달기-최초의 야비한 기술만은 못하지만 수비하기 까다로운 새로운 필살기가 뒷심을 발휘하는 단계(반짝 고수의 등장)
이완기-양쪽에서 필살기를 쓰거나, 필살기에 대한 거의 모든 경우의 수의 수비책이 마련되어 서로 수비만 해서 게임에 대한 재미가 떨어지는 단계(게임 유져들의 이탈기) 로 구성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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