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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05 vote 0 2010.12.02 (00:54:28)

 

  포지셔닝 게임


  커피집에서 친구를 기다린다면 어느 자리가 좋을까? 눈에 잘 띄는 창가자리가 좋을 수도 있고, 남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진 자리가 좋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군대에서는 중간에 끼어있는 것이 낫다. 지휘관의 눈에 띄어봤자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판에서는 중도파가 손해를 보고, 극단주의자가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목청을 높이고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해야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


  여기서 가운데가 낫다는 법칙과 양 끝단이 낫다는 법칙이 있다. 어떤 상황을 통제하려면 힘이 모이는 가운데 자리에 있는 것이 낫고, 정보를 소통시키려면 눈에 잘 띄는 극단에 자리를 잡는는 것이 낫다. 내부를 통제하려면 가운데가 좋고 외부로 뻗어가려면 가장자리가 좋다. 두 원칙은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인다. 구조는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법칙을 하나의 논리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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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으로 보면 답이 없지만 입체로 보면 길이 보인다. 배를 통제하는 키는 좌현도 아니고 우현도 아닌 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또한 바깥으로 돌출되어 바다와 싸우고 있다. 배와 바다를 통일하여 보면 키의 위치는 정확히 가운데인 것이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의 손잡이는 가장자리에 있지만 그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과 통일시켜 보면 가운데 있다. 가운데이면서 동시에 가장자리인 곳이 있으며 그곳이 바로 바둑의 화점이다. 외적인 소통과 내적인 통제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황금률은 존재한다.

   

  구조로 보아야 한다. 고정시켜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 보는 것이다. 어린이의 신발을 살 때는 발크기보다 조금 큰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까지 감안하여 보는 것이다.


  구조론은 포지셔닝 이론이다. 어느 자리를 맡아두는 것이 좋을까? 전철 좌석이라면 양쪽으로 방해받지 않는 가장자리가 좋다. 기차라면 창가풍경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창가자리가 좋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려면 통로쪽이 좋다. 축구시합이라면 패스를 받기 쉬운 쪽에 가서 서 있어야 한다. 주변에 빈공간이 있는 쪽이 패스를 받기에 유리하다.


  구조를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조는 거쳐감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 이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을 성립시켜야 하므로 거쳐가는 회수가 많은 쪽이 더 쌍을 성립시키기에 유리하다. 짝짓기 놀이를 한다면 구석에 있는 사람보다 길목에 있는 사람이 더 쉽게 짝을 지을 수 있다. 이런 점을 수학적으로 계량화 할 수 있다.


  구조론은 짝짓기 게임이며, 짝짓기 쉬운 쪽에 가서 서 있으면 이긴다. 남자가 파트너를 구하려면 여자가 많은 동아리에 가담하는 것이 좋다. 댄스 동호회라면 아무래도 여성이 많을 것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무작정 숫자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


  남의 눈에 잘 띄는 뾰족한 지점에 가서 서 있어야 한다. 걸치적 거리는 방해자가 없는 곳이어야 한다. 내륙에 끼어 있어서 안되고 바다처럼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상대방이 내게로 다가오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 클럽에서 여자를 만나기 쉽지만 그곳은 가운데 낀 자리다. 걸치적거리는 장애요인이 많다. 이놈이 저놈같고 저놈이 이놈같아서 비교판단이 서지 않는다. 바다처럼 시원하게 열린 공간이 아니다. 산의 정상처럼 우뚝한 곳이 아니다. 질이 높은 자리가 아니다.


  중요한건 층위다. 층위가 낮으면 물리적으로 가깝지만 같은 비례로 방해요인이 많다. 시장바닥이나 길거리와 같아서 그곳에 여자가 바글바글하지만 내 사람은 없다. 층위가 높으면 물리적으로 멀어도 정보소통이 쉽다. 방해요인이 없어 나의 전부를 꺼내보일 수 있다. 상대의 전부를 파악할 수 있다. 바다처럼 시원하게 열려있는 공간이 층위가 높은 곳이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미개척지가 층위가 높은 곳이다. 그곳은 정상과 같아서 상대가 누구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정상에서 만났다면 보나마나 상대방도 정상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의기투합 된다.


  층위는 주변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의 수를 나타낸다. 남자와 남자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뿐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친구도 될 수 있고 부부도 될 수 있다. 남자와 남자의 관계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더 구조의 집적도가 높다. 구조는 이런 점을 수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다.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




  구조론과 전쟁


  과학은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여 이를 수학적으로 정량화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수(數)는 자연에서 관측되는 패턴들 중에서 가장 단순한 개체를 다루고, 구조는 그룹 단위의 보다 큰 덩어리를 다룬다. 여기에 질서가 있다.


  우리는 먼저 자연을 관찰하여 일정한 패턴들을 포착할 수 있다. 그 패턴이 중첩하여 포지션을 이루고, 그 포지션이 집적되어 밸런스를 이루고, 그 밸런스가 발전하여 메커니즘을 낳고, 메커니즘이 발전하여 시스템을 이룬다.


  ‘패턴≫포지션≫밸런스≫메커니즘≫시스템’ 순으로 구조는 고도화 된다. 더 높은 레벨의 층위에 이르게 된다. 맨 뒤에 오는 시스템이 가장 큰 덩어리가 된다. 가장 높은 층위가 된다. 반대로 맨 앞의 패턴은 가장 잘게 해체된 낱 개의 개체들이다. 덩어리가 작다. 층위가 낮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조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세 번째의 밸런스다. 그러므로 구조는 시스템의 하부구조라 할 수 있고, 또한 시스템은 구조의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패턴은 시장바닥과 같아서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관계를 맺기 쉽지만 관계의 질은 낮은 것이다. 방해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패턴이 포지션으로 발달하고, 밸런스로 발달하고, 메커니즘으로 발달하고, 시스템으로 발달하면서, 점점 관계의 질을 높여간다. 덩어리가 커진다. 시스템으로 갈수록 관계의 질이 높아진다. 더 많은 변수들과 맞물리게 된다.


  패턴은 점(點)과 같아서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바둑에서 하나의 점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변의 위치는 넷 뿐이다. 장기의 졸(卒)과 같아서 한칸 앞의 말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뿐이다. 포지션은 선(線)과 같아서 움직일 수 있다. 선은 길이를 연장할 수 있으므로 장기의 차와 같아서 가까운 상대 뿐 아니라 멀리 있는 상대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밸런스는 면(面)과 같아서 혼자서 여럿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 메커니즘은 입체와 같아서 직접 나서지 않고 부하를 파견하여 원격조종으로 상대할 수 있다. 시스템은 밀도와 같아서 점점 성장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현재 뿐 아니라 미래까지 상대할 수 있다.


  층위가 높아질수록 관계의 밀도가 증가한다. 더 많은 상대방과 짝지을 수 있다. 하나가 움직일 때 더 많은 변수들이 영향받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 한 명이 사라져도 큰 문제는 없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면 된다. 그러나 지휘자가 실종되어 버리면 연주회는 취소되어야 한다. 이와 같다. 층위가 높을수록 문제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더 큰 파급효과가 있다.


  구조론은 이를 입체적 모형으로 설명한다. 구조의 발전된 정도, 혹은 중첩된 정도에 따라 ‘패턴, 포지션, 밸런스, 메커니즘, 시스템’의 다섯가지 모형이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첫 번째 패턴은 외형이 닮음을 의미하므로 쉽게 알 수 있다. 주변에 매우 흔하다. 그냥 비슷한 것을 찾아내면 된다. 포지션은 앞과 뒤, 위와 아래,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겉과 속, 원과 근, 고와 저, 장과 단 하는 씩으로 항상 짝을 짓고 쌍을 이루므로, 작용반작용의 규칙을 적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역시 자연에서 관측하여 쉽게 알 수 있다.


  아침이 가면 저녁이 오고, 낮이 다하면 밤이 오듯이 포지션은 둘씩 짝을 지어서 함께 다니므로 쉽게 확인이 된다. 아침이 저녁을 빠뜨리고 혼자 다닌다거나, 낮이 밤을 잊어버리고 혼자 떠돌아 다닌다거나, 바늘이 실을 잊어버리고 혼자 옷감을 꿰맨다거나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 세팅되어 있으므로 쉽게 포지션을 분별하여 알 수 있다. 공격의 반대쪽에 수비가 있고, 하늘의 반대쪽에 땅이 있듯이, 원앙이처럼 항상 짝이 있어서 주변에서 쉽게 포지션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밸런스부터는 복잡해진다. 피상적인 관찰로는 알 수 없고, 구조를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부터 이론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밸런스 원리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따라서 구조론은 밸런스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또 밸런스가 메커니즘을 거쳐 시스템으로 발전하는데 따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메커니즘 이론 혹은 시스템이론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구조로 말하면 서구의 구조주의 철학이 알려져 있으나 이론적 기반이 부실하다. 근래에 노벨 경제학상을 무려 8개나 배출하여 유명해진 게임이론이 구조론과 유사점이 있다. 게임은 서로 대칭관계을 이룬 두 플레이어가 하나의 축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운명을 제한하게 된데 따른 일정한 합법칙성을 유도한다.


  권투선수 둘은 하나의 링을 공유한다. 농구선수 10명은 하나의 코트를 공유한다. 축구선수 22명은 하나의 그라운드를 공유한다. 이러한 조건은 작용반작용 사이에서 밸런스를 성립시킨다.


  전쟁 역시 피아간에 하나의 전장을 공유한다. 바둑도 두 플레이어가 하나의 반상을 공유한다. 시장원리 역시 수요와 공급이 하나의 가격대를 공유한다. 이러한 게임의 구조 하에서는 축을 지배하는 자가 무조건 승리하게 되어 있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다. 룰을 정하는 경찰이 축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두 죄수가 플레이어다. 두 죄수가 추구하는 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행동은 결국 경찰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죄수는 양쪽에 별도로 격리되어 있고, 가운데 있는 경찰과만 관계를 맺지만 가운데 있는 경찰은 양쪽에 있는 죄수와 동시에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이때 관계를 맺는 회수를 ‘질서’라고 할 때, 가운데 있는 경찰이 질서 2를 가져 질서 1을 가진 두 죄수보다 더 높은 질서를 가진다. 죄수가 경찰보다 더 무질서도가 높은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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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모든 변화는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이행한다. 가운데를 차지하는 것이 포지션의 우위다. 게임과 전쟁에서 가운데의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자가 무조건 이기도록 되어 있다. 무조건 경찰이 이긴다. 물론 죄수 중에도 영리한 자가 있으므로 부분적인 예외가 있겠지만 확률로 보면 분명하게 답이 나온다. 문제는 룰이다. 누가 룰을 결정하는가이다. 룰은 관계의 성립을 통해 이루어진다. 두 죄수는 격리되어 있으므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게임에서는 룰을 바꾸는 권한을 쥔 자가 무조건 이긴다.


  축구시합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있다면 누가 가장 많이 공을 잡을까? 당연히 가운데 있는 미드필더다. A, B, C 세 사람이 12개의 사과를 나눠갖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때 공정하게 배분하려면 한 방향으로 계속 돌거나 아니면, 매번 같은 사람에서 새로 분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어수룩한 사람이 잘못 분배하여 ABC로 갔다가 다시 BA로 오는 식으로 돌리면 가운데 사람이 두배의 이익을 가지게 된다. 시장에서 이런 속임수는 흔히 일어난다.  은행이 여신과 수신 양쪽에서 이득을 취함과 같다.     

A B C

1 2 3

  4  

5 6 7

  8

9 10 11

  12


  축구경기에서 A는 공격수, B는 미드필더, C는 수비수다. 공은 미드필더를 거쳐 가게 되어 있으므로 미드필더가 가장 많은 패스를 받게 되며, 그 중에서 볼배급 전담의 지네딘 지단은 단연 발군이다. 모든 공격과 수비가 지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두 죄수와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이 B의 포지션을 차지한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내시균형은 양쪽 두 죄수가 같은 숫자의 사과를 받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게임이론은 이를 수학적으로 복잡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구조론에서는 간단히 질서의 수를 센다. 어떤 구조에서 누가 주변과 몇 개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보면, 누가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했는지 알 수 있다. 위 A, B, C에서 A는 셋, B는 여섯, C는 셋으로 답이 나와 있다. B가 가장 좋은 포지션이다.


  야구는 투수가 가장 좋은 포지션이다. 박찬호가 한국 야구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투수는 포수와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상대팀 타자와도 관계를 맺는다. 코치나 감독의 사인을 봐야 할 뿐 아니라 심판도 신경써야 하고, 또 내야와 외야의 모든 수비수와도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반면 타자들은 자기 타순이 올때까지 덕아웃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는다. 외야수는 외야로 공이 날아와야 일이 주어진다. 감독의 사인을 신경쓸 일은 없다. 관계의 밀도가 낮은 것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첫째 무조건 주변과 많은 관계를 맺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둘째 층위가 높은 쪽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다. 층위가 높다는 것은 기존의 관계 뿐 아니라 외부로 나아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여지가 열려 있는 것이다.


  도시라면 사통팔달로 길이 연결된 도시가 유리하다. 전주라면 남으로 임실, 남원이 있고, 북으로 대전, 논산이 있고, 서로 익산, 군산이 있고, 동으로 진안, 장수가 있다. 그 외에도 광주, 부안, 김제, 태인, 삼례로 길이 나 있다. 못 가는 데가 없다. 그러나 강원도 태백이라면 어떨까? 길이 별로 없다. 갈 데가 없다. 이는 관계의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법칙이다.


  한편으로는 내륙도시보다 항구도시가 유리한 점이 있다. 항구도시는 외국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륙도시인 대구는 요즘 정체되어 있지만 항구도시인 창원은 마진창이 합세하여 계속 번창하고 있다. 이는 층위가 높은 쪽이 무조건 이기는 법칙이다. 두 법칙은 언뜻 충돌하는 듯이 보이지만 같은 법칙이다. 엔트로피 법칙 하나로 모두 설명이 된다. 질서도가 높은 쪽이 이기며 질서도가 낮은 쪽이 진다. 자연의 모든 에너지 작용은 질서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행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질서도가 높은 쪽이 룰을 결정한다. 즉 에너지의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가 이동할 때는 반드시 축과 대칭의 밸런스를 성립시켜야 하므로 에너지는 높은 밀도에서 낮은 밀도의 일방향으로만 이동하여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성립시킨다. 이에 따라 좋은 포지션과 나쁜 포지션이 결정된다. 더 많은 관계를 맺는 쪽이 좋은 포지션이다.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1500개 자리에 임명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 2만개의 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주변과 굉장히 많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전 국민이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받는다.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미래에까지도 영향이 남아 있다. 방해자도 없다. 층위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자는 누가 그 자리에서 나와야 자신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형편이다. 자기 한 사람의 판단에 영향받는 사람은 자기집 식구와 이웃 정도다. 관계의 밀도가 낮다.


  관계의 밀도를 판단하여 승부를 예측할 수 있다. 바둑에서는 네 귀의 화점이 축구의 미드필더에 해당한다. 변은 한쪽이 막혀 있으므로 중앙으로만 진출할 수 있어서 밀도가 낮다. 천원은 사방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적이 앞길을 차단하고 있으므로, 휴전선에 막혀서 역시 밀도가 낮다. 네 귀의 화점은 상대방과 둘씩 나누어 차지할 수 있으므로 적과의 거리가 멀고 변과도 멀고 사방으로 진출할 수 있다. 물론 바둑은 집짓기 게임이므로 천원이 집짓기에 불리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가 안정되어야 감독이 안심하고 작전을 낼 수 있다. 임창용이 마무리를 맡아주면 선발투수가 안심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과도 같다. 공격은 자기가 잘해야 골을 넣지만, 수비는 상대방의 전술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은 이길 게임을 더 큰 점수차로 이기게 할 뿐이지만, 수비는 이길 게임을 지게 하기도 하고 질 게임을 이기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비가 공격보다 더 층위가 높은 것이다. 공격보다 수비에 더 많이 밸런스의 원리가 작용한다. 더 많은 외부변수들과 맞물려 있다. 결국 수비 잘하는 스페인이 월드컵을 가져갔다.


  전쟁도 이와 같다. 외부와 더 많은 관계의 촉수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 숫자가 많으면 이긴다. 일단 관계가 많기 때문이다. 숫자가 같을 때는 속도가 빠른 쪽이 이긴다. 움직여서 관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속도가 같을 때는 힘이 센 쪽이 이긴다. 어느 한 지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같을 때는 조직이 있는 쪽이 이기고, 조직이 같을 때는 세력이 있는 쪽이 이긴다. 숫자, 스피드, 힘, 조직, 세력 중에서 뒤로 갈수록 더 많은 관계의 촉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더 층위가 높은 것이다.


  구조론은 이를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층위로 나타낸다. 전쟁이라면 질은 세력이고, 입자는 조직이고, 힘은 그대로 힘이고, 운동은 스피드고, 양은 병력의 숫자다. 층위는 관계가 교차하는 방식이다. 량는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교차이고, 운동은 움직임에 의한 교차이고, 힘은 움직이는 방향의 충돌에 따른 대칭에 의한 교차이고, 입자는 에너지를 태워 그 교차점이 되는 축을 움직이는 데 따른 교차이고, 질은 낳음에 따른 세력화에 의한 교차다. 질이 가장 층위가 높고 양이 가장 낮다.


  층위가 높을수록 주변과 더 많은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계급이 만들어진다. 양이 운동을 이길 수 없고, 운동이 힘을 이길 수 없고, 힘이 입자를 이길 수 없고, 입자는 질을 이길 수 없다. 장기에서 졸은 한 칸을 움직일 뿐이지만 차와 포는 여러 칸을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같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더 많은 관계를 맺으며, 더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따라서 층위가 높다. 더 많은 선택의 옵션이 주어지고, 더 많은 작전이 걸리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그냥 앞만 보고 가는 거지만, 자전거는 좌우를 잘 살펴야 하고, 자동차는 멀리 전방을 봐야 할 뿐 아니라 백미러로 후방도 살펴야 한다. 자동차가 더 많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비행기라면 아주 장난이 아닌 거다. 위아래 고도에 풍속에 풍향까지 신경써야 한다. 계기판이 잔뜩 있어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구조원리에 따라 층위가 한 단계 상향할 때마다 다섯배씩 복잡해진다.


  포지션은 관계의 수를 나타내며 모든 에너지의 이동은 관계의 집적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움직이므로 관계의 집적도가 높은 포지션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되어 있다. 더 많은 친구와 친척과 동지와 배후세력이 있는 것이다. 숫자가 많으면 관계가 높아서 이기고, 속도가 빠르면 숫자를 이기고, 힘이 세면 속도를 이기고, 조직이 세면 힘을 이기고, 세력이 세면 조직을 이긴다.


  ◎ 질  - 세력이 점차 불어난다.

  ◎ 입자- 리더가 지휘하는 조직이 크다.

  ◎ 힘  - 한 곳에 집중하는 힘이 세다.

  ◎ 운동-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다.

  ◎ 양  - 병력의 숫자가 많다.


  승부는 무조건 세력이 있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으며, 세력이 없을 때는 조직이, 조직이 없을 때는 힘이, 힘이 없을 때는 스피드가, 스피드가 없을 때는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긴다. 전쟁에서 병력을 많이 동원하는 것이 숫자의 전쟁이며, 기병을 동원하여 빠르게 포위하는 것이 속도의 전쟁이며, 일점포격으로 종심을 돌파하여 적의 대형을 붕괴시키는 것이 힘의 전쟁이며, 여러 곳에 분산시켜 매복해 놓고 지휘부가 배후에서 통신하여 조정하는 것이 조직의 전쟁이며, 외교동맹으로 대규모의 연합군을 편성하는 것이 세력의 전쟁이다.


  대결하면 무조건 세력의 전쟁이 포지셔닝의 우위에 따라 이기게 되어 있지만 이는 장기전으로 가야하므로 단기전에서는 숫자로, 혹은 스피드로, 혹은 힘으로 이길 수 있다. 상대방이 조직을 가동하고, 세력을 불리기 전에 신속하게 전쟁을 끝내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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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2.06 (16:59:30)



그동안의 언어에 구조론의 언어를 다시 안다는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되오.
부분으로 조각조각 나열된 것들을 한 줄에 꿸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면에서 보자면 시급한 것은 정작...정치인들이 구조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들은 관심이 없는 것일까? 표현을 안하는 것일까? 이미 굳어 버려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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