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베왕의 죽음 파푸아뉴기니의 추장이며 바누아투의 신이며 영국왕의 남편인 일베왕 필립이 백 살을 찍고 지구를 떠났다. 6일 전의 일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나라든 왕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시민이다. 돈 받고 왕을 연기하는 것이다. 직업이 왕이다. 시를 쓰면 시인이고 왕족놀이를 하면 왕인이다. 하여간 필립은 웃기는 자다. 별명이 퍼니맨funny man이라고 하니. 문제는 유머랍시고 하는 말이 죄다 일베유머라는 거. 사고방식이 인종주의 시절인 1920년대에 머물러 있는 꽉 막힌 자다. 딱 백 년 전의 인간. 영화 '보랏'의 영국판이다. 존재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가끔 맞는 말도 하기는 하더라. 어록에 ‘영국 여자들은 요리를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히 맞는 말이다. 주옥같은 명언을 많이 남겼다. '다시 태어난다면 바이러스가 되어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중국에 오래 머무르면 중국인들처럼 눈이 찢어진다.’ ‘학생이 파푸아뉴기니에 다녀왔는데도 용케도 안잡혀 먹었네.’ ‘호주 원주민 너희들은 아직도 서로에게 창을 던져대냐?' 사실 필립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 양반도 나름 배역에 맞게 연기를 한 것이다. 그 심리를 알아챌 필요는 있다. 나는 무례해도 되지만 너는 예의를 지켜야 하지 하고 엿먹이는게 콤플렉스다. 원래 여왕을 만나러 온 사람들은 긴장해 있다.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를 던진다는게 개소리 열전이 된 것이다. 하긴 친한 친구끼리는 그렇게 한다. 만나자마자 에라이 씹때꺄 하고 아랫배에 주먹을 먹이는 식이다. 영화 그랜 토리노에 나온다. 욕설과 개소리로 마초 남자라는 것을 과시해야 한다. 그런 문화가 있다. 필립은 자신이 조연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서열본능의 문제다. 서열본능이 영역본능을 침범한 것이 필립현상이다. 자신의 서열이 1위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자신은 서열 1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분열이다. 여왕이 1위고 자신은 2위다. 여왕을 앞서가도 안 되고 뒤따라가도 뭣하고 나란히 가기도 쉽지 않다. 누가 여왕에게 말을 걸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경호원이 차라리 편하다. 시종노릇을 하기가 더 쉽다. 여왕 본인도 편하다. 남편은 누가 여왕에게 말을 걸 때마다 괜히 멈춰서야 하는게 어색한 거다. 끊임없는 서열확인 행동이 일베충과 정확히 같은 것이다. 진중권서민 행동도 김어준을 의식한 침팬지의 서열확인 행동이다. 서열이 1위이면서 2위다. 김어준이 왜 1위냐? 돌아버린다. 영역본능이 앞서면 타인이라는 점을 의식하여 배려한다. 내 집이냐 남의 집이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게 인간의 영역본능이다. 내 집에서 편하게 행동할 때의 방법으로 남의 집에서도 제멋대로 굴면 필립현상이 일어난다. 앞에 있는 사람이 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괜찮다. 자기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연이 힘들다. 남을 받쳐주는 연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적절히 오버해야 한다.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동작을 한다. 조금 말해도 되는데 심하게 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말하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연이니까 하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 서민이 윤미향에게 쓸데없이 심한 말을 했다가 진중권한테 꾸지람을 들은게 그렇다. 나는 조연이니까 분위기를 띄워야지 하고 다른 사람이 발언하도록 유도할 의도로 심한 말을 한 거다. 그게 콤플렉스다. 저급한 동물의 서열본능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베충 심리가 그렇다. 친구와 만날 때 분위기를 띄울 의도로 스스로 자기를 비하한다. 그 방법으로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준다. 개그맨의 자학개그와 같다. 나는 또라이야. 나는 머저리라니까. 긴장 풀고 편하게 대해. 이러다가 진짜 또라이 되고 머저리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