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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현강
read 2452 vote 0 2020.08.13 (01:03:25)

http://gujoron.com/xe/1200096
이금재님의 예전 글 링크

베이즈 확률에서는 쌍자적 확률의 조합에 의해 최종적인 확률이 구해진다. 예컨대 감기와 기침의 조합이다. 그런데 필자는 엄밀히 말해서 모든 확률은 원리적으로 쌍자적일 수밖에 없음을 짚고자 한다.

베이즈 추론에서는 사전확률과 시행확률을 대략 최초 전체 모집단에 대한 확률과 검출도구의 정확도로 구분한다. 그런데 이는 필연적으로 모든 확률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동전 던지기에 대해서도 말이다.

동전의 한쪽 면이 나올 확률은 굳이 추론할 것도 없이 1/2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에 맞지 않다. 무슨말이냐 하면 동전의 경우 이론적으로 1/2의 확률을 가질 것이지만 과연 동전이 설계대로 완벽히 제작되었나?

이건 좀 너무한 태클일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러면 일단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쳐주겠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던진 동전의 면을 보는 눈은 정확한가? 만약 눈이 나빠서 동전의 면을 제대로 판정할 정확도가 80% 밖에 안 된다면?

물론 이 경우엔 애초 대상이 5대5라는 극단적으로 쓸모없는 사전확률을 갖기 때문에 내가 앞면이라 판정한 면이 진짜 앞면일 확률은 검사 정확도 80% 그대로이다. 그런데 관측대상이 동전이 아니라 윷놀이의 윷만 되더라도 얘기는 달라진다.

윷의 둥그런 면이 지면에 닿을 확률은 50%보다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 왜 이게 중요하냐 하면 우주는 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운에 맡겨진 도박판이 아니라 패를 늦게 깔수록 유리한 살 떨리게 냉정한 게임판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확률은 값이 정해져있는 바 이미 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누구나 추가 정보를 얻어 확률을 갱신해나가려 한다. 이기고 싶으니까. 그러므로 관측이라는 개입에 의하여 모든 확률은 최신화되며 보다 정확해진다.

대략 대상에 대한 정보가 사전확률이라면 대상에 대한 관측이 시행확률이다. 관측 이전까지 대상의 존재조차 몰랐다면 사전확률은 극한으로 쓸모없는 1/2과도 같다. 이는 비유이며 모든 대상이 1/2의 확률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대상은 관측되어야 비로소 존재가 드러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측은 원리적으로 상호관측이지만 우리는 보통 상호작용 결과 살아남은 쪽을 관측자라고 친다. 관측하면 관측자가 죽어버리는 실험을 들어본 적 있는가?

관측자가 관측대상과 충돌하여 죽어버리면 관측값을 회수할 수 없으므로 이런 경우를 상정하지 않는다. 논외로 친다기보다는 이런 경우에 충돌 결과 살아남은 대상만을 관측자라고 쳐주게 된다.

계란이 바위에 부딛혀 깨졌다면 살아남은 바위쪽이 관측자이며 계란이 외력이다. 바위는 외력을 통해 계란이라는 대상을 느끼지만 계란은 바위를 느끼는 순간 깨져 늘러붙어서 바위의 일부로 흡수당한다.

사건 전체적으로 보면 '바위+계란+운동에너지' -> '바위+계란 합체'로 진행했으니 분명 전체 에너지는 감소한 것이 맞다. 다만 결과적으로 보면 살아남은 바위는 계란을 흡수해 자신의 구조값을 키웠다.

지구와 떨어진 사과를 예로 들자면 '지구+사과+위치에너지' ->'지구+사과 합체+운동에너지'로 진행하므로 위와 비슷하다. 상호작용 결과는 언제나 전체 포텐셜의 소모와 동시에 어느 한 쪽으로의 구조값 몰아주기로 나타난다.

관계들이 충돌하면 느슨한 관계가 풀어지면서 긴밀한 관계에 일부 흡수당한다. 전체적인 관계 밀도는 낮아지나 국소적인 관계 밀도는 성장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루트가 구조이며 관계가 성장하면 시스템이 된다.

그러므로 시스템의 성장은 물질의 발달은 생명의 탄생은 문명의 진보는 필연이다. 우주는 죽어가지만 죽는 과정에서 일부는 살아남은 일부에게 부산물을 배달한다. 그것이 정보이다. 관측자는 대상을 만지지 못한다.

다만 대상과 상호작용한 정보로부터 대상의 존재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상호작용해서 관측자인 내가 온전히 살아남아 대상의 정보를 얻었다면 반대로 대상은 구조값을 잃은 것이다. 관측되었다면 이미 대상은 정보를 남기고 떠난거다.

우리는 언제나 대상과 관측자가 둘 다 살아남는 경우를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특이한 경우이다. 엄밀히 말해 상호작용 결과 둘 다 살아남았더라도 전체의 에너지는 상호작용의 연료로 소모되었음이 틀림없다.

이 경우 상호작용 이후의 상태가 이전의 상태로부터 복제되어 정보를 얻고 살아남은 셈이다. 어찌되었든 원리적으로 살아남은 쪽이 추가정보를 얻는 것이다. 대상에는 대상이 없으며 확률에는 확률이 없다.

우리가 소위 사전확률이라고 대접해주는 값 역시도 무수히 많은 시행으로 최신화되는 중이다. 혹은 이론 연구라는 마찬가지로 일종의 관측을 통해 구조값이 보강된 것이다. 확률은 상호경쟁을 통해 진보한다는 맥락에서 쌍자적이다.

경쟁이 잘 안 보인다면 시행의 누적이 경쟁이다. 시행의 누적 역시도 패를 늦게 까는 행위이다. 시행 전과 시행후의 조합으로 벌써 쌍자적이다. 관측값을 얻었다면 외력에 비해 밀도가 높아 살아남은 것이며 입자로서 량을 소화해낸 것이다.

관측 시행 전보다 관측 시행후가 더 정확하며 더 경쟁력 있다. 우리가 확률을 구하는 본래 목적은 최대한 관측을 해서 최후로 패를 까 유리해지기 위해서이다. 윷의 사전확률을 알려는 것과 윷이 굴러간 걸 눈으로 보려는 목적은 본질적으로 같다.

최대한 정보를 많이 모아 써먹기 위함이다. 때문에 관측기술에는 경쟁이 붙는다. 정보들의 조합에서 동전과 같이 극단적으로 쓸모 없는 정보는 팽해진다. 반대로 정확한 검사수단일수록 대접을 받으며 이 방향으로 관측기술은 진보한다.

사실 모든 사전확률은 그것이 누적된 데이터의 값이든 이론적인 체계이든 하나의 관측수단이다. 다만 그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높기 때문에 사전확률이라고 따로 명찰이 붙어 무시받지 않고 대접을 받는 셈이다.

우주의 빅뱅 이후 물질의 발달이나 생명의 진화나 감각기관의 발달이나 모두 더 정확히 관측하는 존재가 발전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보다 정확한 정보가 덜 정확한 정보를 흡수해 관계를 발달시켜 나가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하여 사전확률이 전혀 없어서 아예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시절을 상기해보자. 이 때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곧 모든 관측수단이다. 물론 여러가지 증상 조사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이렇듯 극단의 예를 들겠다.

길에서 지목한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렸을 확률은? 코로나 진단키트의 검진결과가 100% 맞다고 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선 사실 항상 새로 맞딱드리는 일들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시행이 옳다고 치고 밀고나가서 시행착오로부터 부산물을 얻는다.

사전확률도 이전 시행과 이후 시행을 조합해서 얻어진다. 결국 시행이라는 상호작용이 중요한 거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처음보는 것에 대한 관측정확도가 향상된다. 우리는 연역을 하지만 연역을 하는 뇌는 생명의 진화라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얻어진 것이다.

코로나 진단키트가 일단 백프로 맞다고 가정하고 시행착오를 하다보면 모집단에 대한 사전확률이 갱신된다. 사전확률과 코로나 진단키트의 검사값 간 비례를 통하여 진단키트의 시행확률인 정오율 역시도 최신화된다.

단서인 검진수단이 다양해지더라도 원리적으로는 이러하다. 중첩 상태인 확률은 한 단위의 관측 곧 시행을 거칠수록 중첩이 풀려나간다. 자연에선 중첩이 풀릴수록 원본이 훼손되지만 살아남은 쪽의 관측 정밀도는 반대로 점점 정확해진다.

사실 사전확률과 시행확률은 이름 그대로 이미 알고 있냐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얼마나 많은 상호작용을 거쳐서 얼마나 정확히 알게 된 정보이냐가 중요하다. 물론 상호작용이 꼭 충돌과 같은 시행착오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추론에 근거한 이론의 정립 역시도 (생각)연구라는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전혀 모르던 정보에 대한 관측도 관측 전후로 확률이 쌍을 이룬다. 우리가 코로나를 코로나라고 특정할 수 있었던 것조차 이미 알고 있던 무수한 다른 질병들에 대한 누적된 데이터 덕분이다.

원시시대엔 감기가 병인지도 몰랐었다. 의학의 발달에 의하여 감기를 특정할 수 있었고 감기와 기침과의 연관성을 구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또다시 콧물과 감기와 기침의 연관성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 발병률에 대한 사전확률을 모르더라도 진단키트에 대한 어느 정도 신뢰성을 담보함으로서 출발선을 끊을 수 있다. 다만 진단키트의 신뢰성은 의료기술의 누적된 발달로 얻어진 것이다.

시행확률 역시도 시행이라는 검사가 맞을 확률을 사전에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전확률과 시행확률 둘 다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인 것이다. 사전에 아무 정보를 몰라도 생애 첫 관측을 기준으로 정보를 얻기 전후가 쌍을 이룬다.

모든 확률은, 모든 관측은 보다 정확해질 수 있다. 정확하지 않은, 크지 않은 정보는 그 자체로 정확한 정보에 기여된다. 추론은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긍정에 기반한다. 전체의 확률이 정해졌다 해도 부분이 다른 부분의 확률을 빼먹을 수 있다.

우주 전체의 확률이 척력이지만 국소적으로는 그에 반해 보이는 인력이 형성될 수 있다. 빅뱅 때 결정된 우주 팽창의 절대 확률은 빅뱅을 일으킨 하느님한테 물어볼 일이다. 이미 빅뱅이라는 사건에 참여자인 우리는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적극적 개입을 통한 주변의 확률 빼먹기 전략이다. 베이즈 추론에 주목해야 할 대목은 베이즈라는 말보다 추론이라는 말이다. 일원론으로 보면 모든 추론은 하나의 추론이다. 또한 추론은 연역이다.

베이즈 추론이 바로 추론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전확률이 쓸모없는 50%라고 해서 검사정확도 100%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우주에 의해 이미 던져진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바로 이 검사정확도이다.

우주가 탄생할 확률이 몇인지는 모르나 이미 탄생해버린 우리는 검사율을 올림으로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우주에서 에너지가 반감될 확률, 아니 속도는 마치 암호화폐의 승수율 마냥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채굴해가는 관측자의 채굴속도는 각자의 노오력 나름이다. 우리는 구조론이라는 연결방식을 통해 정보에 대한 채굴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관계가 긴밀해지면 구조를 이룬다. 확률적인 세계에서 바로 이 점에 희망이 있다.

모든 확률은 관측 전후의 조합에 의해 획득 및 갱신되므로 원리적으로 쌍자적이다. 작은 정보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날수록 정보의 덩치는 거친다. 서로 얽혀 커진다는 건 보다 정확해진다는 뜻이다. 관측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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