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진짜 사랑한다면 인상주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인상주의 음악에 대한 마땅한 해석이나 담론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면서 인상주의 음악을 외면한다면 헛투루 들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음악을 찾게 되어있다.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인상주의 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구조론적으로 말하자면 물리학이 심리학을 이기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고전파 낭만파를 거치면서 쌓아왔던 '심리학적인 조성 논리'가 음색, 음량, 분위기와 같은 외부논리에 의해 깨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시대를 처음 연 작곡가는 드뷔시다. 하지만 드뷔시는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인상주의 시대를 말하자면 외부논리를 동원하여 조성논리를 깨는 것인데 드뷔시의 입장은 아예 조성논리 자체가 없으면 깨질 염려도 없다는 것이다. 조성논리란 음 간의 계급을 의미한다. 그는 음 간의 계급이 없이 모두 평등한 음악을 원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사뭇 변태적이다. 이 시대 음 간의 계급을 없애려는 '무조음악'을 시도한 작곡가가 많았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모든 음이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드뷔시는 모든 음이 평등하면서 '행복'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외부논리를 동원하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 시도가 나에게는 하찮게 들린다.
다음 거론되는 사람은 라벨인데, 라벨은 조성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라벨은 조성 그 자체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으뜸음을 다른 음으로 교체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물리학이 소용된다. 사실 라벨이 작곡가 중에 가장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때까지 없었던 '물리학'의 다양한 사용법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전에도 으뜸음을 교체하는 전조도 많았지만 대개 음의 헷갈림을 이용함과 같은 심리학적인 기동일 뿐이었다. 반면 라벨은 음악의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전조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물리학적인 의사결정'은 하나의 곡 안에서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과 다르다. 그런 수단을 라벨이 많이 발굴했다. (첨언하자면 그는 1차세계대전에 자원 입대한 인물이다. 그의 혁명적 성향을 알겠는가?)
인상주의 작곡가는 아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스트라빈스키가 다음 거론된다. 스트라빈스키는 심성이 꼬인 인물이다. 젊었을 적에는 진지했지만 1차세계대전으로 한차례 궁핍을 겪은 후 '꼬인' 곡만 써댔다. 젊은 시절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었던 '봄의 제전'은 첫 공연 때 그 전위성에 관객이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조성적 논리는 간데 없고 물리학만이 지배하는 곡이다. 그는 관객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려는 의도로 물리학을 사용했다. 관객을 적대시하고 어떻게 하면 패배하게 만들까 골똘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 결과 곡 안에서 박자와 음정도 서로를 속이려고 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술을 발굴했지만 후기로 가면서 밸런스를 잃어버리고 '신고전주의'라는 이름의 곡들을 쓰기 시작한다. '신고전주의'는 고전주의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어딘가 듣고 있으면 매우 불쾌해지는 곡이다. 그러나 대충 들으면 티가 안 날만큼 교묘하다. 그래서 지적할 수도 없다. 그런 곡을 쓰는 것에 그는 만족을 느꼈나보다. 그는 꽤 장수한 인물이다. 드뷔시나 라벨은 타락할 기회가 없었을 뿐일 수도 있다. 사실 드뷔시나 라벨도 후기로 갈수록 곡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드뷔시는 앞서 말했듯이 이상한 논리에 집착해서 변태가 되었고 천재 라벨은 곡을 즉흥적으로 쓰는 것에 재미를 들렸다.
마지막으로 사티를 곁가지로 끼워줄 수 있다. 사티는 앞의 셋과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워낙 자기애적이라서 자신만 아는 기술을 곡 안에 암호처럼 숨겨 놓았다. 라벨처럼 과시하지 않고 자기자신만을 위한 곡을 썼다. 훗날 대중 음악가들에 의해 발굴되어 진정한 개인주의자라고 칭송 받게 된다.
그외에 이상한 작곡가들이 많지만 대부분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한가지 당부하는 말씀은 인상주의 시대에 빛이 많은 만큼 지뢰도 많기 때문에 혹시나 들으신다면 조심하시길 바란다.
대표작가와 대표작품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와있습니다.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제가 다시 정리할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음악에도 어느 곳에나 있는 보편적인 구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 글 또한 상당부분 구조론의 논리를 그대로 복제한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전공자도 아니며 음악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습니다. 단지 음악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하는 곳을 단 하나도 보지 못해서 답답함이 있었을 뿐입니다.
구체적인 작품을 거론하는 것은 일부러 뺐는데 위 댓에서 말씀드린 제 취지(보편적인 구조를 밝히자)가 침해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작품이 어떻고 설명하는 것은 제대로 구조를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단어 자랑'이 되기 십상이고 구조랑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제 성격상 그렇게는 못하고 차라리 하나의 작품에 대해서 그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시간이 되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확답은 못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음악, 미술, 체육은 전공을 하지 않는한 체계적으로 교육받기가 어렵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서 논할때는 대표작가와 대표작품을 같이 소개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