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260 vote 0 2003.05.25 (20:48:19)

아래 『내가 진중권을 불신하게 된 이유』라는 제목으로 쓴 연평총각 관련 글이, 진중권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연평총각의 주장 중 상당부분이 오류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진중권과 다른 결론을 내린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는듯하다.

나는 연평총각의 주장이 처음 방송을 탔을 때, 꽃게잡이 어부의 경험을 살려 짐작하되, 70프로는 뻥이고 30프로 정도는 사실이겠구나 했다. 이 점은 진중권의 판단과 비슷하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연평총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은, 당시 백령도까지 가서 특종보도한 MBC 아나운서도 했던 이야기다. 세상 무슨 일이든지 어느 한쪽편의 의견만 들어보고는 진상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동일한 사건에 대한 상이한 해석방법과 접근방법이다. 내가 보기에 진중권이 연평총각을 대놓고 갈군 것은 선민의식에 빠져서 어부를 우습게 보고, 곧 먹물이 노동자를 갈군 것이다.

『나는 외국 유학물 까지 먹은 잘난 넘이고 니는 보잘 것 없는 어부다. 까불지마』 이런 우월의식, 사회의 하층민에 대한 지독한 경멸적인 시선, 바로 이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왜 못배운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못하나? 왜 연평총각의 진정성을 이해 못하나? 나는 연평총각이 비록 실수를 했을지언정,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의 발언에 일부 잘못이 있었어도 전체적으로 유의미했으며 그는 국가를 생각해서 동료 어부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용기있게 행동한 양심수이자 내부고발자인 것이다.

연평총각은 다수 어부들의 이익을 배신해서 왕따가 된 끝에 백령도를 떠나야 했다. 이문옥은 다수 공무원들의 이익을 배신하고 내부고발을 한 끝에 공무원직업을 내던져야 했다. 나 또한 진중권을 내부고발하고 있다.

내가 연평총각을 역성드는 것은 내가 이문옥을 지지했던 것과 같다. 내부고발자에게는 응당한 사회의 대접이 있어야 한다. 또 연평총각의 발언 중 일부가 사실과 달랐다 하더라도 꼭 필요한 발언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설사 어선들이 월선을 안했다고 하더라도 서해바다를 그렇게 위험한 상태로 방치해선 안된다. 연평총각이 그 점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만 해도 큰 소득이다.

중요한건 인간에 대한 시선이다. 진중권의 시선은 사악하다. 나는 그의 글에서 약자를 물어 뜯는 상어의 이빨을 보았다. 그래서 안된다.

연평총각의 폭로를 보고 내가 맨 처음 생각한 것은 "연평총각은 이제 더 이상 어부 일 못하게 될 텐데 무엇해서 먹고 살지?" 하는 걱정이었다. 진중권에게는 그런 연민의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이다.

설사 부분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사회를 위해 내부고발자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문옥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1270 박근혜의 몰락공식 김동렬 2005-01-10 12768
1269 강준만의 잔소리 김동렬 2005-01-07 14504
1268 중도하면 반드시 망한다 image 김동렬 2005-01-05 13728
1267 유시민이 나서야 한다 김동렬 2005-01-05 13991
1266 이계진은 까불지 마라 김동렬 2005-01-04 14315
1265 이부영 천정배는 1회용 소모품이다 image 김동렬 2005-01-03 13439
1264 “인간쓰레기 박근혜” image 김동렬 2004-12-30 20621
1263 이해찬의 미소 image 김동렬 2004-12-28 14059
1262 위기의 우리당 image 김동렬 2004-12-27 14442
1261 보안법, 최후의 승부가 임박했다 image 김동렬 2004-12-23 13975
1260 "뭘하고 있어 싸움을 걸지 않고." image 김동렬 2004-12-22 14324
1259 누가 조선일보의 상투를 자를 것인가? 김동렬 2004-12-21 12895
1258 중앙은 변할 것인가? 김동렬 2004-12-18 12923
1257 홍석현의 출세신공 김동렬 2004-12-17 15679
1256 강의석군의 서울대 법대 진학을 축하하며 김동렬 2004-12-16 15516
1255 박근혜간첩은 안녕하신가? 김동렬 2004-12-15 14298
1254 박근혜 깡패의 화끈한 신고식 김동렬 2004-12-14 13708
1253 나가 죽어라, 열우당. 스피릿 2004-12-13 15568
1252 짐승의 이름들 김동렬 2004-12-11 14280
1251 자이툰은 씁쓸하지 않다 김동렬 2004-12-09 1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