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없는 에너지가 형태를 획득하는 절차가 구조다. 에너지는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은 방향이 있다. 방향은 충돌하여 계 내부에서의 모순을 이루며 그 모순을 해소하려고 대칭을 띠게 된다. 대칭된 둘이 공유하는 토대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임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이 사건이다. 여기서 중핵은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고 정지한 것은 계속 정지해 있다는 법칙이다. 정지한 것이 이유 없이 움직인다거나 움직이는 것이 이유 없이 정지한다면 질량보존의 법칙에 어긋난다. 변화는 곧 일이며 닫힌계 외부에서 별도로 일이 추가되지 않으면 당연히 일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존재는 언제라도 그저 그 상태로 있다. 엄밀히 말하면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인다는 성질만 있다. 왜 움직이는지는 모른다. 빅뱅 때부터 자연은 계속 움직여 왔다. 에너지의 움직이는 성질은 물질의 성질인지 공간의 성질인지 둘을 통일하는 제 3의 존재의 성질인지 확정할 수 없다. 그것은 새로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의 근본은 동動이며 자연에 정靜은 원래 없다. 정은 둘이 충돌하여 교착된 것이며 곧 나란히 움직이는 것이다. 움직이는 둘이 꼬여서 하나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이 경우 주변에 비해 상대적인 효율성을 획득한다. 게임상황에서 언제나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결합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일어난다. 빅뱅 이후 우주 온도가 3천 도로 식었을 때다. 그 이전은 플라즈마 상태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질들의 거리가 멀어져 주변의 간섭을 덜 받게 되었다. 그럴 때 꼬이기 시작한다. 덩어리가 생겨나서 계가 이루어진다. 된장찌개를 식혀보면 알 수 있다. 뜨거운 상태에서는 덩어리가 풀어져 있다. 식으면서 몽글몽글한 입자가 탄생한다. 에너지가 형태를 획득하는 것이다. 두부나 버터라도 마찬가지 원리다. 자연에서 우연히 입자가 발생한다. 다만 조건이 맞아야 한다. 그것은 계의 균일이다. 씨앗이 되는 입자를 넣어주거나 적당히 휘저어주면 더 잘 만들어진다. 인조다아이몬드를 만들거나 별사탕을 만들 때의 방법이 그러하다. 먼저 작은 다이아몬드 씨앗을 넣어준다. 별사탕은 좁쌀을 핵으로 넣어준 다음 설탕을 묻히고 저어준다. 고온에 고압을 가하고 탄소를 넣어주면 다이아몬드 씨앗에 탄소가 달라붙어 다이아몬드가 자란다. 최근 중국에서는 1캐럿까지 인조다이아몬드를 키웠다고 한다. 식물이 씨앗을 만드는 원리도 같다. 단단한 씨에 과육이 달라붙으면서 형태가 만들어진다. 꽃가루받이에 실패하면 씨가 형성되지 않아 과일의 형태가 뭉개지고 죽는다. 어떤 경우는 형태가 찌그러진 채로 제법 자라다가 죽는다. 이때 코어가 되는 핵을 중심으로 대칭성과 균일성을 나타내는 것은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면 형태가 뭉개진다. 결국 죽는다. 쇠뿔이나 양의 뿔이 잘못 자라면 자신을 찔러서 죽는다. 야생 멧돼지의 송곳니가 너무 자라도 자기 이마를 뚫는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대칭성과 균일성을 지향해야 멧돼지의 웃자란 송곳니가 자기 이마를 뚫어서 죽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칭이 아니면 자가당착으로 형태가 뭉개지기 때문이다. 사슴뿔이 매년 새로 돋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확히 좌우대칭이 아니면 웃자란 사슴뿔 무게 때문에 목이 한쪽으로 틀어져서 죽는다. 한쪽 다리가 너무 굵고 다른 다리가 가늘다면 걷지 못하고 쓰러진다. 자연은 우연히 여러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서 대칭성과 균일성에 따른 효율성을 획득한 개체만 살아남았다. 많은 불균형한 존재는 탄생했다가 얼마 가지 못해서 소멸했다. 골반이 틀어진 우사인 볼트가 단거리는 잘 달리지만 장거리 운동이 필요한 사냥을 못 한다. 자연에서 우사인 볼트는 죽는다. 자연이 대칭성을 띠는 것은 효율적인 것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의 출발이 에너지의 자유운동이며 에너지는 형태를 획득한 후에도 여전히 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대칭을 중심으로 한 계에 붙잡혀서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부의 움직임을 밖으로 끌어내면 방사능이다. 방사능 물질이 체내로 침투하면 수천 도의 고열로 세포를 태워서 암을 유발한다. 화강암에 방사능 물질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고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내부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근본은 모두 움직이는 것이다. 정지한 것은 움직임이 계 내부에 갇힌 경우다. 움직임을 계에 가두어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유익하다. 자연은 우연히 온도와 압력이 맞고 균일한 상태에서 핵이 투입되어 움직임이 계 내부에 갇히니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것을 사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내부에서는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여전히 매우 운동하고 있다. 에너지가 사물로 변한 상태는 50 대 50으로 교착된 상태이며 잉여 에너지가 전혀 없는 한계상태에 고갈된 상태이며 경계선까지 밀린 아슬아슬한 상태다. 인간은 저축을 통해 상당한 여유를 갖고 있으나 자연은 저축하지 않는다. 고구마나 감자의 넉넉함은 인간이 종자개량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은 쓸데없이 저축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한계에 몰려 있다. 거기에 약간의 에너지를 투입하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자연에서 에너지가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라 일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잉여가 없이 한계상태 곧 효율적인 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는 효율적이다. 몸에 군살이 없다. 가장 효율적인 것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위태롭다. 효율적인 것은 저축이 없어서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한다. 환경이 변하면 위험해진다. 바다에 표류하게 되면 체지방이 0인 마라톤 선수가 제일 먼저 죽는다. 인간은 체지방이 대략 10퍼센트 이상으로 돼지보다도 높다. 돼지는 죽어도 인간은 살아남는다. 그래서 지구에 널리 퍼진 것이다. 마오리족이 바다에서 가장 잘 살아남는다. 그러나 인간의 넉넉한 체지방 저축은 예외적이고 10만 년 전이라면 뚱보는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맨 먼저 잡혀 먹힌다. 체지방이 0인 마라토너만 살아남는다. 자연상태는 효율상태고 효율상태는 위험상태이며 그러므로 엔트로피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다. 자연이 언제나 마이너스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잉여자원 고갈 때문이다. 우리는 무위자연을 좋아하지만 자연은 지극히 위험한 상태다. 효율을 한계선까지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저축이 전혀 없는 간당간당한 상태다.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곧바로 죽는다. 인간이 악착같이 살아남은 것은 그 자연에서 멀리 도망쳤기 때문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역주행하는 저축을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 엔트로피다. 변화에 미리 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한계선까지 폭주하려는 마음을 숨기고 있다. 적당히 해도 되는데 반드시 폭주한다. 나경원처럼 나대고 황교안처럼 날뛴다. 그러다가 죽는다. 가난뱅이는 굶어 죽고 부자는 배 터져 죽는다. 로또 맞고도 살인 저지른다. 에너지의 컨트롤은 언제나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호르몬의 동물이다. 호르몬이 폭주를 부추긴다. 호르몬의 부추김에 넘어가지 않는 인간은 백에 한둘이다. 그들이 공자의 제자다. 대부분은 이웃의 감시 때문에, 부모의 압박 때문에, 직장 상사의 갈굼 때문에, 경찰의 견제 때문에 겨우 폭주하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 뿐 언제든 사고 칠 태세로 있다. |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호르몬의 동물이다. 호르몬이 폭주를 부추긴다. 호르몬의 부추김에 넘어가지 않는 인간은 백에 한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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