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와 GTX
기름을 절약할 수 있는 자동차 운전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 모두를 기억한다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것을 시험문제로 낸다면 외어서 정답을 맞히겠지만, 실제로 운전 중에 생각해내서 적용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데 딱 한 마디로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있더라. 간단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된다. 무슨 뜻이지? 원리가 납득되지 않으면, 알아도 실천이 잘 안 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애꿎은 운동에너지를 잃어버리니까.’ 바로 납득이 되었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나열하지 말고 딱 하나로 원리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차로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하는게 기름 절약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현대차 유리미션이 망가져서 도리어 손해를 보는가? 오르막길에서 올린 속도는 내리막길에서 보상받으므로 고속도로 오르막길에서도 100키로는 밟아주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90키로 정도로 속도를 늦춰주는게 이익인가? 나는 아직 효율적인 운전법에 대해서 몇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연료를 절약하려면 무조건 80키로로 가는게 좋고, 무조건 에어컨을 틀지 않는게 좋고, 아예 디젤승용차를 사는게 낫고, 그보다는 아주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만 합리적인 선이 있는 거다. 무조건 절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밸런스가 있다. 지키기 쉬운 목표를 알려달라는 거다.
어쨌든 ‘브레이크 밟지 않기≫아까운 운동에너지 내버리지 않기’ 이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이다. 바로 실천할 수 있다. 멀리있는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졌거나, 앞에 차들이 몰려있고 차들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을 때 미리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구간을 통과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절묘하게 넘어가면 쾌감이 있다. 일종의 게임과 같은 것이다. 이런 습관을 가진다면 확실히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즐기면서 절약한다. 이렇듯 딱 한 방에 먹히는 논리를 찾아내야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딱 한 방에 먹히는 논리는 무엇인가? 다른 나라의 부동산 폭락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대개는 동의하지만 절대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는 거다. 자기가 지켜봤는데.. 과거에도 여러번 일본의 부동산 폭락 예로 한국부동산 망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다 뻥이더라는 거다. 일본 보고 교훈 얻어서 팔았더니 속았다는 거다. 그러나 확실한건 부동산 폭락은 일생에 한번쯤 오는 일이지 두 번 오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미국, 일본의 부동산 버블도 일생에 한번 오는 일이다. 타이밍이 문제일 뿐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온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게 언제일까? 부동산 꾼들이 특히 지식인의 폭락 예견을 비웃는 이유는 자신은 정보에 빠르기 때문에 결정적인 피크 때 발을 빼도 늦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 사람들도 언젠가 폭락한다는건 인정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
가장 결정적인 한 방이라면 역시 인구감소다. 이건 확실한 논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러할 뿐 단기적이라면 역시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70년대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숫자가 많다. 그들이 지금 부동산을 구입할 40대다. 이걸 내세워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폭락위험은 알지만 아직 발등의 불은 아니라는 거다. 결정적인 논리는 없을까?
김문수의 GTX 계획은 획기적이다. 과거부터 필자의 주장은 도로가 뚫리면 그만큼 지구가 넓어진다는 거다. 영토가 늘어난 것과 같다. GTX가 개통되면 부동산값은 폭락한다. 이건 절대적이다. 일본의 예로 보면 3층도로도 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된다. 왜? 업자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도로는 계속 만들어진다. 일산에서 강남까지, 수원에서 강남까지 30분에 연결된다면 그만큼 토지면적이 늘어난 셈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정확도가 2배로 증가하면 에너지가 두배로 증가한 것과 같다는 거다. 아니 바로 그것이 에너지라는 거다. 에너지의 크기는 정보의 정확도 크기인 것이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교통의 발달은 토지의 팽창과 정확히 같다. 서울 땅값이 비싼 이유는 서울에 출퇴근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귀족이 특권을 가지는 이유는 아무나 귀족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학벌이고 판검사가 위세를 부리고 너도나도 의사가 되려하는 이유는 역시 아무나 그 관문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GTX 아니라도 도로개설의 증가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린다. 사무실의 탈강남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주거의 탈강남도 외고, 특목고의 등장과 함께 이미 뇌관이 기폭되었다. 서울 부동산값이 폭락하는 이유는 이명박의 밀어붙이기식 도로개설이 서울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버스노선 정비 등으로 서울을 두배로 넓혔는데, 김문수가 GTX 사업으로 세배 넓히려고 한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도로를 개설하는 만큼 지구가 넓어진다. 그러므로 서울땅값은 폭락한다. 이건 뭐 경기가 좋아지면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만큼 확실하다. 다른 논리도 있지만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설득력있는 한 방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대중들의 지식인에 대한 불신이 크고 이것이 개혁에 장애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대중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식인의 역할은 눈과 귀 역할이다. 먼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견해야 한다. 그동안 얼치기 좌파들의 엉터리 예언이 계속 빗나갔기 때문에 대중들은 지식인을 외면하게 되었고 그것이 패배의 한 이유가 되었다. 지식인은 맞는 예측을 해보여야 한다. 진보의 입장에서 듣기 좋고 달콤한 말이 결과적으로 예측을 빗나가게 해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은 흔하다. 진보를 옹호한다는 것이 오히려 진보를 파괴하는 결과로 되는 일은 흔하다. 진리에 입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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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가 에너지라.
GTX 건은 역설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가 되겠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