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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70 vote 0 2019.06.18 (19:49:41)

    
    엔트로피는 확률이 아니다


    두 상자를 연결한 다음 가운데를 약간 터놓고 기체를 주입한다고 치자. 일정한 시간이 지났을 때 상자 한쪽에만 기체가 몰려있을 확률은 아주 작은 것이 아니라 정확히 0이다. 그러므로 엔트로피는 애초에 확률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확률이 없다.


    확률개념이 엔트로피 개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지만 따지고 들면 오류다. 단 상자의 크기와 기체 분자의 숫자와 실험의 지속시간이 일정한 수치를 넘어야 한다. 아주 작은 상자에 기체분자 서너 개를 넣고 아주 짧은 시간을 주면 확률이 작용한다.


    이 경우는 분자가 우연히 한 쪽에 몰려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억지 설정이다. 엔트로피는 확률과 상관이 없다. 확률은 외부의 변수가 개입하여 실험환경이 잘못 세팅될 가능성을 해소하는 장치일 뿐이다. 확률을 도입하면 실험하기가 쉬워진다. 


    에너지는 외력의 개입없이 스스로 일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데 스스로 일한다는 전제로 보면 그 일한 결과로 정확히 50 대 50이 되어야 한다. 충분한 일할 시간을 안 주면 정확히 50 대 50이 안 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의도로 확률을 쓴다.


    만약 50 대 50이 아니면 일을 하지 않은 것이고 그 경우는 일하지 않았으므로 에너지가 아니다. 예컨대 기체 분자가 아닌 양떼를 상자에 넣어둔다면 어떨까? 양들이 한쪽 상자에만 몰려있을 수 있다. 이것은 엔트로피가 아니다. 이것은 그냥 양떼다.


    자연에서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는 이유는 에너지가 주어진 조건에서 스스로 일을 하기 때문이고 에너지가 일하는 이유는 원래 에너지를 그렇게 정의했기 때문이고 그렇게 정의한 이유는 빅뱅 때부터 우주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주는 스스로 팽창했다. 스티븐 호킹 아저씨가 얄궂은 포즈로 큐 사인을 주는 바람에 우주가 흥분해서 갑자기 불끈불끈 팽창한 것은 전혀 아니다. 생물은 스스로 진화했다. 역사는 스스로 진보했다. 문명은 스스로 발전했다. 자연 스스로의 힘이다.


    외계인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은 전혀 아니다. 하느님이 7일 동안 무슨 기술을 쓴 것도 아니다. 자연은 원래 스스로 존재하기에 자연이다. 자연이 일한 결과가 엔트로피 증가방향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효율성의 작용에 따른 밸런스 원리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많은 쪽이 적은 쪽으로 작용할 뿐 에너지가 없는 쪽은 에너지가 많은 쪽에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고 언제나 에너지가 많은 쪽이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애초부터 에너지는 스스로 일한다는 전제를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일한다는 뜻인데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우위에 서야 일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열세이면 일을 못한다. 상대적 열세라서 일을 못하는 에너지를 두고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라거나 혹은 무질서도의 증가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다.


    외력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일하려면 충돌해서 이겨야 하는데 이기려면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에너지가 많은 쪽이 적은 쪽에 비해 효율적인 구조다. 효율적인 이유는 구조의 중첩 때문이고 즉 구조압 때문이고 중첩은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토대의 공유에 의한 효율성이다. 분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정렬해서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한다. 커플은 둘이 방 하나를 공유하므로 방세를 절약하고 남는 돈으로 밥을 먹지만 솔로는 방세 내면 남는 게 없어 밥을 굶으므로 비효율적이라 대결하면 진다.


    커플이 솔로를 이긴다. 커플 한 팀과 솔로 두 명이 2대 2로 붙어도 커플이 이긴다. 솔로 두 명이 신호해서 작전을 짜면 되지만 그런 전제가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작전짜기 없기다. 합을 맞추어 작전을 짠다면 자연이 아니고 인공이기 때문이다.


    하긴 기체 분자들이 무슨 작전을 짜겠는가? 에너지가 높다는 것은 예컨대 분자가 공유결합을 하고 있다면 무거운 분자가 되어 더 작은 분자들을 밀어낸다는 말이다. 공유결합을 한 무거운 분자가 그렇지 않은 더 가벼운 분자를 지속적으로 밀어낸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분자의 공간을 빼앗으므로 균일하게 퍼진다. 검색해서 나오는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들은 에너지가 스스로 일한다는 전제를 빼고 있으니 쉬운 문제를 어렵게 풀고 있다. 에너지는 상대적 효율성이 사라질 때까지 스스로 일한다.


    커플은 솔로를 이긴다는게 엔트로피다. 물론 현실에서는 솔로가 이길 수도 있다. 그 솔로가 하필 나폴레옹과 징기스칸과 알렉산더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확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실험조건을 맞게 세팅하는데 필요한 편의장치일 뿐이다. 


    확률은 실험조건이 잘못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확률과 상관없이 무조건 커플이 솔로를 이긴다. 확률은 실험의 실패를 막는 장치이며 이론적으로는 무조건 커플이 유리하다. 솔로가 이긴다면 변수가 개입해서 실험이 잘못된 거다.  


    외부변수의 교란이 없는 완벽한 실험조건의 세팅이 불가능하므로 편의에 따라 확률개념을 쓰지만 만약 인간이 양자단위에 소립자 단위까지 통제할 수 있어서 실험조건의 완벽한 세팅이 가능하다면 확률없이 완벽하게 엔트로피를 도출할 수 있다.


    자동차 시동을 걸어두면 어떻게 될까? 기름이 바닥날 때까지 간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중간에 차가 퍼져버릴 수도 있다. 실험을 엄격하게 하려면 그런 변수는 차단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니까 확률로 얼버무린다. 엔트로피는 반드시 증가해야 한다.


    에너지는 스스로 일하는 것이고 엔트로피가 증가되지 않으면 일하지 않은 것이니 에너지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말과 에너지라는 말은 같은 뜻이다. 동어반복이다. 에너지라는 말에 엔트로피 증가가 숨어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말이 된다. 의미없는 동어반복이다. 에너지=엔트로피 증가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고 식사는 밥을 먹는 것이다. 같은 말의 반복이다. 반대로 보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즉 일하는 것이 에너지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19 (03:42:59)

"에너지는 상대적 효율성이 사라질때까지 스스로 일한다."

http://gujoron.com/xe/109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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