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561 vote 0 2013.09.26 (11:05:26)

     

http://newspeppermint.com/2013/09/25/language/


인간의 언어에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동물의 경우 같은 종의 동물들은 같은 신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역시 눈물과 웃음은 보편적으로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지만, 언어만은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언어들이 가능한 언어구조 중 특정한 몇 가지 구조에 몰려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셉 그린버그는 2천 개가 넘는 언어를 분석한 후 모든 언어에서 주어(Subject)는 목적어(Object)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동사(verb)와 목적어(O)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언어는 크게 영어와 같이 동사가 먼저 나타나는 SVO 언어와 일본어와 같이 목적어가 먼저 나타나는 SOV 언어로 나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주어인지 목적어인지를 알려주는 조사(markers)는 SOV 언어에서 훨씬 많이 나타나며 SVO 언어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즉 영어의 “The girl kicks ball”은 우리말로 “소녀 공 찬다”와 같이 표현되며 추가적인 품사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7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는 이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MIT의 테드 깁슨과 그의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주어와 목적어의 분명한 구분을 위해 나타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주어와 목적어가 충분히 떨어져 있어 혼동의 염려가 적은 SVO 언어에서는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지만, 주어와 목적어가 연달아 등장하는 SOV 언어에서는 이를 분명히 나타낼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이기 위해 이들은 기발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소녀가 공을 찬다”는 문장을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동작으로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녀, 공, 찬다는 행동의 순서로 이를 묘사했습니다. 즉 이들은 SOV의 순서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찬다는 행동에서 주어가 소녀이고 목적어가 공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 실험에서 이들은 “소녀가 소년을 찬다”는 문장을 역시 신체동작으로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이 경우 찬다는 행동의 주어로는 소녀와 소년이 모두 가능합니다. 놀랍게도 이 실험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소녀를 묘사한 후 찬다는 행동을 나타냈고, 그다음 소년을 묘사했습니다. 곧 SVO의 순서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SVO 언어인 영어사용자들에게만이 아니라, SOV 언어인 한국어와 일본어 사용자들에게서도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조사의 사용이 SOV 언어에만 나타나는 이유가 주어와 목적어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어느 정도 지지해줍니다.

그렇다면 왜 SVO 언어에 비해 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SOV 언어가 지구 상에는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깁슨은 여기에 대해, 실험에서와같이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SO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설명은 곧바로 왜 인간은 SOV를 선호하는가 하는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왜 일부 SOV 언어에서는 조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SVO 언어에서는 조사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도 남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Scientific American)


*************************************************************************************************

왜 SVO 언어에 비해 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SOV 언어가 지구 상에는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게 맞는지 모르겠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어와 중국어가 SVO인데  SOV가 더 많다고?

자연법칙으로 보면 SOV가 맞습니다. 컴퓨터를 처음 만들때 잡스는 컴퓨터가 작동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스명령어만 치는게 더 빠릅니다. 내부구조를 보여주는건 교육용이지 사실 업무용은 아니라는 거죠.

언어는 상호작용이므로 자기 포지션만 지키면 됩니다. SOV가 더 GUI에 가깝습니다. GUI는 원래 필요없는 겁니다. 소비자를 납득시키기 위해 만든 거죠.

절대어인가 상대어인가. 곧 상대가 내 앞에 있다고 치고 상대와 주고받는 과정을 반영하는가 아니면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는가입니다.

업무용으로 할 때는 상대라는 컴퓨터가 있으므로 상대어인 SVO를 씁니다. 업무용이 아닌 교육용으로 쓸 때는 실제로는 작업을 하지 않으므로, 컴퓨터가 무슨 짓을 하는지 구경만 할거니깐 절대어인 SOV가 맞지요.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과학적인 언어지만,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과학에 이롭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겠지만 과학적인 언어가 과학에 보탬이 되는건 아닙니다. 교육에 보탬이 됩니다.

실무자들은 단축키만 있으면 된다는 거죠. 어쨌든 한국어가 더 잡스의 꿈에 가깝습니다. 잡스는 가전제품처럼 누구나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디자인했지만, 컴퓨터가 가정용이 아니라 기업용으로 팔리는 바람에 실무자들이 직관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단축키만 있으면 된다고 빌 게이츠를 쫓아간 거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10.10 (12:55:25)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과학적인 언어지만,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과학에 이롭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겠지만 과학적인 언어가 과학에 보탬이 되는건 아닙니다. 교육에 보탬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132224
680 맘에 드는 작품을 찾아보세요. image 10 김동렬 2013-10-27 7070
679 붉은 수수밭 image 김동렬 2013-10-23 8128
678 생각의 정석 16회 1 오세 2013-10-23 3705
677 보물찾기: 나란 무엇인가? 3 오세 2013-10-22 4455
676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 1 김동렬 2013-10-21 5452
675 질 입자 힘 운동 량 찾아보기 image 7 김동렬 2013-10-21 5109
674 바그다드 까페 image 11 김동렬 2013-10-20 7084
673 빈곤층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13 김동렬 2013-10-17 6616
672 생각의 정석 15회 image 오세 2013-10-17 3497
671 브레인스토밍은 효과가 없다. 5 김동렬 2013-10-16 9043
670 글 잘 쓰는 방법 7 김동렬 2013-10-11 9234
669 생각의 정석 14회 오세 2013-10-10 4145
668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 image 5 김동렬 2013-10-02 17176
667 유전적 성적 이끌림 4 김동렬 2013-10-01 11370
666 신뢰의 시스템이 우리의 살 길이다 - 제민포럼 1 ahmoo 2013-10-01 3561
665 이것이 불편한 진실 image 7 김동렬 2013-09-30 4940
664 구조론 생각의 정석 13회 오세 2013-09-26 4171
» 인간 언어의 원리 1 김동렬 2013-09-26 5561
662 생각해볼만한 거짓말 8 김동렬 2013-09-23 5965
661 마지막 낙원 담 |/_ 2013-09-23 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