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순환논증오류는 2차원에서의 모순이다. 이는 창과 방패의 모순과 같다. 창과 방패 중 누가 이기느냐는 그 자체로만 보면 절대로 결론이 나질 않는다. 이걸 해결하려면 숨겨진 전제를 찾아야 한다. 없으면 만든다. 숨겨진 전제는 우리가 흔히 규칙이라고 부르는 놈이다. 나의 무기가 이기느냐는 지공이냐 속공이냐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답이 안 나오는 문제는 차원을 높이면 된다.
이는 이전에 내가 지적한 구구단의 이상함과 맥락을 같이 한다. "2 x 1 = 2" 가 이상하다고 했던 것 말이다. 대수식에 단위를 붙여 일종의 기하식으로 바꾸면 이게 이해가 된다고 했다. "2(m) x 1(m) = 2(m^2)" 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우리는 일상에서 곱셈을 차원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덧셈을 간결하게 압축하는 도구로 사용을 한다. 그건 꼼수이므로 논외다. 곱셈의 본질은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피타고라스 정리도 이런 식의 차원 변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안 되는 것은 냅다 차원을 넣으면 설명이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미적분에서 접선의 기울기를 그릴 때 흔히 빼먹는 것이 있다. 바로 축의 기호다. 라이프니츠는 미분의 의미에 대해 접선의 기울기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라이프니츠가 빼먹은 건지, 후대가 못 본 건지는 몰라도 그래프에서 빠진 것이 "달라진" 축의 기호다. 다음은 보통 사람들이 접선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문제가 있다. 무슨 말이냐, 세로축이 y라고만 표기되어 있는데, 이건 녹색 곡선에 대한 축의 기호이다. 그러면 빨간 접선은? 미분하여 구한 접선의 그래프는 축이 달라져야 한다. 즉 빨간 선의 축의 기호는 y'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축의 기호를 바꾸지 않고 두 차원에 걸친 그래프를 대강 그리지만, 실제로는 두 차원을 겹쳐서 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좀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세로축의 기호가 잘못됐다고 하거나, 가로축의 기호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높은 차원, 즉 f(x)에 대한 그래프의 그림자가 f'(x)의 그래프라는 것이다. 이렇게 차원이 낮아지는 것을 동시에 그린다는 것을 보여주면, 우리는 이제야 "순간변화율"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순간과 변화가 중첩된 지점이 저기에 있는 게 눈에 잘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참고로 직선은 하나다. 직선 위의 모든 점은 비율이 같기 때문이다. 반면 곡선은 둘이다. 곡선 위의 모든 점은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그냥 접선이라는 표현은 이상한 것이다. 접해서 뭐 어쩌라고. 대신 둘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것을 표현했다, 즉 중첩했다고 해야 바르다. 접선이나 접점이 아니라 중첩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