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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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150 vote 1 2008.12.30 (12:24:43)

 집이 한 채 있다. 그 집을 알고자 한다. 과연 집이란 무엇일까? 집을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을 분해하여 보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내 손으로 집을 한 채 건축하여 보는 것이다.

‘집’은 그 종류가 많다. 택(宅)이 있는가 하면, 실(室)이란 것도 있고, 당(堂)이라는 것도 있다. 옥(屋)과, 관(館)과, 우(宇)와, 주(宙)가 모두 집을 의미한다. 이렇게 종류가 많아서야 알아채기 어렵다. 정녕 집이란 무엇일까?

집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종류도 많다. 주춧돌이 있는가 하면, 대들보도 있고, 서까래도 있고, 벽돌도 있고, 기왓장도 있다. 그 모든 것이 모여서 한 채의 집을 이룬다. 이렇게 숫자가 많아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간추려야 한다.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중복된 것은 제외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알맹이만 추려보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알맹이만 골라낼 수 있을까? 그것은 내 손으로 직접 집을 한 채 지어보는 것이다.

사물을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왕에 이루어져 있는 것을 잘게 해체하여 보는 과학의 방법이다. 둘은 그것이 존재하기 이전의 백지상태로 되돌려서 새로이 하나를 이루어보는 철학의 방법이다.

과학의 전자는 귀납법이요 철학의 후자는 연역법이다. 우리는 과학의 귀납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해체와 분석을 위주로 하는 과학의 방법으로는 주어진 사태의 절반 밖에 파악할 수 없다. 전모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철학의 연역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널리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관찰과, 분석과, 과학의 방법으로, 우주(universe)라는 집을 해체하여 본다.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는 세계의 절반 밖에 볼 수 없다. 전체를 한눈에 보려면 직접 우주라는 집을 지어보아야 한다.

태초에 우주라는 집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태초로 돌아가서 신이 우주를 창조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보는 방법으로 만이 전모를 볼 수 있다. 아직 아무도 시도하여 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이다. 구조론은 이 새로운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과학의 분석과 해체 방법으로 보면 집은 기초와, 대들보와, 서까래와, 벽돌과 기왓장들의 집합으로 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이것이 전모일 수 있을까? 천만에! 틀렸다. 집을 직접 지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집을 지으려면 맨 먼저 필요한 것은? 그것은 대지(垈地)다. 땅이 있어야만 집을 지을 수 있다. 대지야 말로 집에 있어서 우선순위 1번의 필수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기왕에 지어져 있는 집을 해체하여 보는 과학의 방법을 사용할 경우 그 땅의 존재를 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땅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며, 집은 그 땅 위의 구조물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즉 실수로 무언가를 빠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의 귀납에 의존할 경우,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구분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 때문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핵심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역의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결코 건축의 핵심인 대지를 빠뜨린다든가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왜인가? 집을 해체하는 귀납의 방법을 사용할 경우 집을 온전히 해체하고 난 다음 맨 마지막으로 집터에 눈길이 가지만, 집을 지어보는 연역의 방법을 사용할 경우 맨 먼저 터부터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 과학의 귀납방법.. 맨 마지막에 집터가 남는다.
● 철학의 연역방법.. 맨 먼저 집터부터 닦아야 한다.

철학의 연역방법으로만이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과 생략해도 되는 것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러므로 일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반드시 연역적 접근방법을 연습하여야 한다.

모든 집들 중에서 가장 근본되는 집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주(universe)이다. 태초로 돌아가서 우주의 창조됨으로 부터 시작한다. 옛 사람들의 기록에 따르면 태초에 혼돈(chaos)이 있었고 질서(cosmos)가 그 다음에 나왔다고 한다.

혼돈은 집이 지어지기 이전 상태를 의미한다. 질서는 이미 집이 지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신은 ‘질서’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우주라는 집을 지었다. 그러므로 이 ‘질서’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구조론은 그 ‘질서’라는 건축재료의 사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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