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5512 vote 0 2003.11.18 (15:25:04)

‘기능은 편리를 준다’는 말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편리’라는 말이 효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해될 수 있다. 예컨대 기어가 수동인 자동차와 자동인 자동차는 기능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때 자동이 편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초보운전자의 경우이고 숙련된 운전자들은 수동에 애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기능이 낙후된 수동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전자시계가 편리하지만 처음에는 ‘저것도 시계냐. 장난감이지’ 하고 비웃음을 샀다. 즉 기능이 편리하다는 것은, 성능이 담보될 경우에 한정해서인 것이며, 또 효능은 성능에 포함되고, 성능은 기능에 포함되므로, 넓은 의미에서 볼 때 효능 또한 기능에 종속되는 것이어서 기능이 편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능=편리로 바로 연결하면 오해될 수 있는 것이다.

기능은 유무의 문제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체와 부분, 중심과 곁가지들의 문제이다. 기능이 주는 것은 잠재적인 가능성이다. MS가 애플보다 나은 것은 그 당시로서는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으며 그 가능성을 실현시킨 것은 나중의 일이었던 것이다.

즉 기능을 판단할 때는 그 기능이 현실화되어 편리를 주는 때.. 곧 많은 시간이 흘러서 더 많은 진보가 일어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러한 싹수가 주어지는 초기 단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기능의 문제는 쓸모없는 부가기능과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능을 구분하고 핵심기능과 부가기능 사이에 중요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핵심기능을 중심에 배치하되 부가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기능의 실패 중 하나는 핵심기능 한가지에만 주력하고 부가기능을 소홀히 하다가 업그레이드가 안되어 실패하는 수가 많다. 애플이 핵심으로 본 그래픽위주의 성능향상에만 주력한 것이나 포드자동차가 대량생산에만 치중한 예가 그러하다.

컴퓨터나 자동차와 같은 대발명의 경우 이 상품이 과연 어디에 사용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MS의 빌 게이츠도 컴퓨터의 진정한 용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빌 게이츠는 게임을 생각했고 스티브 잡스는 그래픽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정답은 인터넷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가능성을 개방하는 것이 기능의 문제에 바로 대처하는 것이며, 잠재적인 가능성을 닫아놓고 자신이 핵심이라고 판단한 한가지에 올인하는 것이 기능의 실패가 될 공산이 높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규칙은 컴퓨터나 자동차와 같은 대발명에만 해당될 수도 있다. 많은 상품들의 경우 그 용도는 분명하고 응용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또한 많은 상품들에서 그 응용가능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어떤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며 그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기능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기능의 문제는 곧 부가와, 응용과, 확장이며, 잠재적인 부가, 응용, 확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로 대처하는 것이며 이는 역으로 당장에 있어서는 약간의 불편과 성능의 저하를 감수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초대발명의 상품이라면 성능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기능적으로 완벽한 상품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성능이 뛰어난 로타리엔진이 성능이 뒤떨어진 실린더엔진에 밀린 경우이다. 분명히 로타리엔진이 더 편리하고 효율(일부 특정부분의 효율)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즉 크기가 작은 로타리엔진이 엔진룸의 공간을 적게 잡아먹고 가벼운만큼 연료도 적게 소모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로타리엔진이 더 효능이 떨어진다. 여기서 특정 부분은 로타리엔진의 성능과 효능이 나은데 전반적으로는 효능과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이런 식의 모순된 경우 때문에 기능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로타리엔진은 업그레이드가 안된다는 불편이 있다. 이건 애플이 호환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기능상의 결함이다. 실린더 엔진은 기기장치의 각 부품을 개선해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로타리엔진은 지나치게 기능을 단순화시켜 놓아서 그러한 점진적인 개선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애플의 장점을 MS가 모방할 수 있지만 MS의 장점을 애플은 베낄 수 없는 것과 같다. 기능에서 뛰어나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부가, 응용,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다른 제품의 장점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점진적인 성능의 향상이 가능한 것이다. 역으로 애초에 호환이 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성능향상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기능의 의미]
기능(機能) : 작용, 활동. 기능은 ‘짜임새를 통한 활동’을 의미한다. 즉 어떤 틀에 짜여짐으로써 비로소 활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능의 추가, 기능의 확장, 기능의 응용 등으로 현실화된다. 즉 기능은 짜면 짤수록 더욱 확대되는 것이며 이러한 확대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 기능의 이해가 될 것이다.

기능의 짜여짐은 어떤 중심(입자, 핵, 구심점)에 가지가 합류하는 형태가 된다. 기능이 입자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나의 중심체(體)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면 주변에 가지가 달라붙은 형태로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 및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기능의 실패]
기능의 실패는 주로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거대발명에서 그 상품의 용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기능에 한정하여 폐쇄적인 형태로 지나치게 편중되게 개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를 그래픽의 용도, 혹은 게임의 용도, 혹은 계산의 용도 한가지로만 특정하여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개발하며 추가적인 확장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터넷 콘텐츠들의 경우 특정한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기능들을 아우르려다가 실패하는 일은 흔히 있다. 이 경우 기능경쟁에서 성능경쟁으로 옮아왔는데도 그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된다. 반대로 대형포털사이트들은 여전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또 군소사이트라도 방문자가 증가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기능을 점차 확장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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