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6007 vote 0 2006.11.07 (00:20:50)


점오와 점수

학문과 종교가 구분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는 승려들도 학문적 지식을 쌓아야 했기 때문에 돈오가 아닌 점오가 필요했다.

깨달음은 소통이고 사회적 소통은 언론과 방송과 예술계와 문화계의 역할이다. 종교가 예술을 담당하고 종교가 문화를 지배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 산중에서 수행하여 깨달은 사람이 그 절을 떠나서 따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점수가 필요했다. 문화도 예술도 산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는 보다 세분화 되었다. 선종불교가 등장하면서 종교와 학문의 역할이 구분되었다. 돈오돈수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점오는 필요하지 않다. 강단학계의 지식에 점오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색즉시공은 상대성이론으로 이름을 바꾸어 물리학에 반영되어 있다.

오늘날 점수는 필요하지 않다. 언론과 방송과 예술계와 문화계가 점수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오는 소통이요 돈수는 사랑이다. 소통은 지식의 상부구조요 사랑은 문화의 상부구조다. 그 하부구조는 사회의 역할이다.

돈오는 소통의 방아쇠를 당기고 돈수는 사랑의 맞선을 보인다. 그렇게 불을 지펴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렇게 맺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지펴진 불은 하부구조의 강단학계에서 퍼져나간다. 그 맺어준 사랑은 언론인과 방송인과 예술인과 문화인에 의해 구체화된다.

돈오는 개인의 소통을 완성시키고 돈수는 개인의 사랑을 완성시킨다. 소통도 사랑도 사회에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학계와 문화계의 몫이다.


시각화를 깨닫기

10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두 마리 개미는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두 마리 개미가 만나려면 10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 두 마리 코끼리라면 이미 만나 있다. 거기에는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이것은 관점의 차이다.

나는 서울에 있고 당신이 부산에 있다면 서로는 3시간 안에 만날 수 없다. 그러나 충청도가 내 오른팔이고 강원도가 내 왼팔이면 우리는 이미 만났다.

시간과 공간은 상호 전환된다. 점오는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다. 상대성의 원리에 의해 시간이 걸린다면 공간이 걸리는 것이다.

왜 공간이 걸릴까? 공간이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기에 걸리적 거려서 걸린다. 10미터 거리의 공간이 걸려서 두 마리 개미가 만나려면 10분이 걸린다.

소통은 가로막은 공간의 장벽을 터준다. 그러므로 공간이 걸리지 않는다. 공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이를 시각화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어를 나열하여 지식을 구성하는 사람은 백년이 가도 깨닫지 못하지만 구조를 시각화 하는 사람은 단박에 깨닫는다.

깨달음은 직관이고 직관은 공간적 구성의 시각화다. 패턴을 시각화 하고 밸런스를 시각화 하고 구조를 시각화 하고 닮아있음을 시각화하기다.

만남을 시각화하고 맞물리기를 시각화하고 함께서기를 시각화하고 하나되기를 시각화해야 소통을 시각화 할 수 있다.

바둑을 두되 초보자라면 내가 흑돌을 여기에 놓으면 상대는 백돌을 저기에 놓을 것이로 보고 이를 언어로 나열하여 선(線)을 잇는다.

이창호 쯤 되면 선에서 면, 면에서 입체, 입체에서 공간으로 바로 비약한다. 수순이 순서적으로 배열되는 것이 아니다. 형세로 단박에 파악된다.

이창호의 머릿속에서 흑돌과 백돌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일은 없다. 그러한 진행이 수십회 진행된 최종상태를 이미지로 찰칵 찍어본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라. 당신은 그곳에 있고 나는 이곳에 있다. 당신의 마음을 태산처럼 키워보라. 당신은 그대로 산이 되고 강이 되었다.

그럴 때 당신은 이미 나를 만났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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