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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09 vote 0 2018.06.01 (11:29:55)

  

    약자를 격동시켜라.


    어제 팟캐스트에서 나온 이야기에 첨언하자면 어떤 사건의 시초에는 강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마지막에는 약자를 무대로 끌어내야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장애인과 성소수자와 다문화와 여성들이 활약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는 남자들의 활동공간이 많았지만 문화의 시대에는 여자들의 활동공간이 넓다. 또 넓혀져야 한다.


    남자가 배려해주면 여자가 잘하게 된다는 식의 사고는 위험하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지만 이는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고 갈수록 그 반대가 된다. 권력과 실리 중에서 하나를 취하라면 권력을 취해야 한다. 권력의 행사에는 책임추궁이 따른다. 양성평등은 여자가 더 많은 견제와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거다.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부분이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다. 호르몬의 영역이다. 무의식의 영역이다. 어떻게 약자를 움직이게 할 것인가? 노상 말하는 구덩이에 빠진 개의 비유와 같다. 약자가 어려운 처지에 내몰렸을 때 선뜻 도와주기보다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이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그러나 그냥 도와줄 수는 없다.


    구덩이에 빠진 개를 꺼내주려고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물어버린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손을 내밀었지만 김정일에게 물렸다.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의 대가는 핵개발이었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선전하여 해외에서 추종자를 모으는 방법으로 소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거기서 쉽게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중국의 압박 때문이다.


    북한의 김일성 숭배는 중국과 소련과 미국의 소제국주의에 대한 맞대응이므로 그러한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소련과 중국과 미국의 제국주의가 북한을 구덩이에 가둔 것이다. 그러나 강형욱 훈련사라면 함정에 빠진 개를 꺼낼 수 있다. 냄새를 맡게 하고 눈을 마주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개의 머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문재인이 북한을 함정에서 꺼내준다는 사실을 알지만 개의 본능과 무의식과 호르몬은 다르다. 문재인이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지만 손을 내밀면 본능적으로 물어버린다. 흥분해 있기 때문이다. 개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냄새를 맡게 해야 하고 긍정적 호르몬이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김정은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도 관료들이 틀어버리는 것이 개의 흥분상태다. 먼저 북한을 진정시켜야 한다. 김정은 한 사람이 진정되었을 뿐 2500만 북한주민은 진정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지혜가 있다. 삼국지에 노상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동지를 찾아가서 넌지시 떠본다. 그런데 반대로 말한다. '조조는 위대한 영웅이야.'


    '나는 조조가 좋아서 미치겠어.' '조조가 너무너무 좋아.' 이러면 상대방이 흥분해서 화를 낸다. '이런 고약한 자를 보았나? 자네가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조조는 황상을 겁박하고 스스로 천자가 되려고 역심을 품은 자라네. 자네가 사람이면 조조를 제거해야지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이러면 거의 먹혀든 거다.


    무슨 뜻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 입에서 나오게 하는게 기술이다. 강자가 약자를 격동시킬 때는 상대를 꾸짖거나 비판하여 주눅 들게 하지 말고 상대방을 부추겨 에너지를 업시켜야 한다. 상대를 자극해서 에너지를 끌어낸다면 다음부터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약자가 스스로 요구조건을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도와주겠다고 한 말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이 도와달라고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중국의 소제국주의에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가진 제국주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내정간섭을 의미하는 경제지원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제국주의에 맞서는 힘은 미국식 또라이 제국주의 힘밖에 없는 거다.


    미국과 중국이 격돌해야 북한은 슬그머니 빠져나올 수 있다. 북한의 전략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남한이 미국에 붙어서 북한을 중국쪽으로 밀어붙인다. 북한이 중국에 밀착할수록 손해다. 북한주민의 표현을 빌면 중국에 쌀을 주문했더니 반은 왕겨가 오더라는 식이다. 당할 만큼 당했다.


    모든 것은 권력이다. 약자가 원하는 것은 권력이다. 약할수록 권력에 의지한다. 돈이 있는 집은 결혼식을 대략 간소하게 하지만 거지된 집안은 결혼식에 빚을 내서라도 거액을 써야 한다. 거지라는 사실을 들키면 신용을 잃어 아주 끝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허장성세 소제국주의를 알아채야 한다.


    그렇다. 대부분 약자는 그런 허장성세의 함정에 빠져 있다. 10대 여성이 화장을 진하게 하는 것도 그런 권력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스스로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한다. 구해주겠다고 손을 내밀면 안 되고 곁에서 얼쩡대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문재인이 잘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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