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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 12월 16일 윌리엄 페섹(칼럼니스트)
상하이 발) 김대중 대통령은 5년 전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아시아의 만델라로 일컬어졌다. 한국의 4천 7백만 동포들에게 민주주의를 전하기 위해 수차례 암살 위기와 투옥,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사람에 대한 적절한 비유였다.
77세의 김대중 대통령은 한 세대의 지도자가 오직 한번 이룰 수 있는 것을 해냈다. 즉 붕괴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유권자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후임자 정하는 이번 주 목요일을 앞두고 김 대통령은 만델라보다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더 가까워 보인다. 다시 말해, 대담한 개혁에 대해 해외에서는 사랑받지만 국내에서는 경멸을 받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렇게 비난을 받고 있는 와중에 퇴임을 하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없었다면 한국인들은 훨씬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던 1998년에 한국은 경제붕괴 직전의 상황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은행의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을 시행하여 경제를 회생시켰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했다. 그 결과로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IMF 위기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은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IMF의 관계자는 말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IMF)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을 통합시킬 수 있었던"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주 한국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성공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실패한 정책으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투표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한국경제의 번영을 원한다면 노무현 후보가 그들의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소수의 카르텔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이회창 후보가 선택될 것이다.

투자자들을 위한 메시지
투자자들은 한국인들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이번 대선은 현재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고 이회창 후보의 승리는 5년전 아시아의 금융위기의 경우와 같이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다.
55세의 노무현 후보는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당원이며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한(?) 후계자이다. 노후보는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를 야기하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뒷거래를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정부와의 유착으로 혜택을 얻었던 부패상황과 잘못된 경영방식, 재벌의 사기금융 등이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노후보는 지난주 이후보와의 TV토론에서 "재벌을 개혁하지 않는 한 또 다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내부거래 및 일본의 관행과 유사한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비밀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지속하고자 한다. 그는 현재 미결상태인 조흥은행과 다른 공기업의 해외매각 건을 완수할 것이다.

대북관계
경제분야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북한과의 관계를 복구하고자 하는 노후보의 의지이다. 대북정책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하지만 북한을 고립상황에서 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최선의 접근방법으로 보여진다.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 남북긴장고조로 지지율 측면에서 댓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역사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할 것이다.
요컨대, 노후보에게 던지는 한 표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모든 나라들에게 금융개혁의 모델로 남게 될 것이라는 청신호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주요언론의 헤드라인을 빼앗기고 있지만 5년 전 경제붕괴 직전에서 회생한 한국경제는 결코 위기에 빠지지 않을 인상적인 위업을 달성했다.
이회창 후보의 승리는 한국경제를 5년전 위기상황으로 되돌릴 것이다. 67세의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후보는 재벌규제 완화를 지지한다. 그 근거로 그는 최근 수십년 동안 한국의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 재벌총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규제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방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의 역할
한국인 어느 누구도 대우, 현대, LG,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한국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아시아에서 4번째 규모인 한국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 대기업의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점은 위험하다. 한국산업 전반에 걸친 대기업들의 과대확장 및 황제적 권위는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고, 세계와 경쟁하기 위한 한국의 능력을 가로막고 있다.
이후보는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김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 내리고자 한다. 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가지 모든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려고 한다. 바로 이점에서, 이후보는 북한에 대해 더욱 불신이 커지고 있는 한국 유권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인들보다 북한 사람들이 더 득을 볼 것이라는 이후보의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먹혀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고립될수록 (북한이) 느끼는 공포는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이 더욱 대담하게 만들어 과감한 수단을 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는 지난 주 북한의 행보는 이런 점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더욱이 고립으로 인해 북한은 더욱 급진적인 대담성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외면할 것이다. 그는 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너무나 싸게 외국 기업에 팔아 치웠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김 대통령의 시장개방정책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쇼크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조흥은행 매각을 재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이 후보가 한국가스공사 매각과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는 아시아 경제 위기 동안 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157조(미화 1,310억불)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자산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자산매각이 늦춰질수록 한국이 개혁으로부터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을 세계시장에 알려주게 될 것이다.
이번 주 한국 유권자들에게는 이런 (불길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 유권자들이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윌리엄 페섹(William Pesek, Jr.)
wpesek@bloomber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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