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깨닫기
의미는 배달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러한 짝짓기의 원리를 활용하여 짝을 지어 배달하는 것이다. 화물을 운반하려면 그 화물을 자동차에 태워야 한다. 화물을 자동차와 짝지어야 한다. 아기를 낳으려면 파트너와 짝을 지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와 짝지워져 있다. 가족과 국가와 집단의 일원으로 짝지어져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질에서 버려진 존재다. 3살 아기는 신처럼 떠받들어지지만 17살 소년은 심판대에 선다. 운명의 기로에 서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강요당한다. 부모도, 국가도, 조직도, 집단도 등을 돌린다. 더 이상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 질병과 죽음이 다가온다. 소외와 고독과 이별과 상실이 엄습한다. 이런 때 허무를 깨닫고 비참을 깨닫는다. 그 어떤 것도 당신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온전히 혼자임을 깨닫게 된다. 그 때가 위기다. 위기 때 깨닫는다. 본래 혼자였음을. 당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던 그 모두가 허상이었음을. 허무와 비참이 존재의 진실이었음을. 깨달음은 인생을 깨달음이고 인생은 만남이고 만남은 맞섬이고 맞섬은 존재다. 내가 디디고 선 발판과 맞서고 내가 나아갈 길과 맞선다. 내가 만나야 할 파트너와 맞서고 내가 개척해야 할 운명과 맞서고 내가 받아들여야 할 죽음과 맞선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의 존재를 구성한다. 깨달음은 존재를 깨달음이다. 나의 존재는 일생동안 나와 맞서는 모든 것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음이다. 그 허무와 비참을 깨달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