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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번째 꼭지. 마흔 살 여성이다. 연애는 15년 쯤 했다고. 불같은 사랑은 6개월이나 1년씩, 그다음에는 정이 들어서 계속 만나왔고, 지금은 권태기인지 3개월째 만나지 않고 있는데 그만 헤어져야 할지 아니면 결혼을 해야 할지? 시시한 질문이다. 답변도 시시하다. ‘헤어져.’ 헤어지기로 작정해놓고 핑계를 찾고 있는거 아니냐는. 어쩌면 정곡을 찌른 거다.


    서로에게 매력을 못 느끼면 사랑은 끝난 거다. 헤어질거면 지금이 찬스. 그런데 사랑전도사도 문제있다. 사랑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혼하는 이유는 남들이 결혼하니까 거기에 맞춰가며 사는 것이고,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남들에게 맞춰주기로 하면 계속 맞춰줘야 하니까 피곤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강신주 사랑전도사는 전도사인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고객에게 요구하고 있는 거다. 근데 왜 맞춰줘? 누구 좋으라고? 결혼을 강요하는 세태에 맞춰주지 않으면 많은 불이익이 따른다. 그게 피곤해서 ‘에라이.’ 하고 맞춰주는게 보통이다. 그렇게 조금씩 떠밀리게 된다. 하나를 맞춰주면 열을 맞춰달라고 세상은 요구한다. 파트너에 대해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요구를 들어주면 열을 요구하므로 아예 싹을 잘라놓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혼이라는 세상의 편의에 맞춰 살 이유는 없다. 맞춰주면 계속 요구한다. 극복해야 한다. 관습을 강요하는 세상의 시선들 말이다. 중요한건 직업이다. 예컨대 전문직 프리랜서로 일한다면 세태에 맞춰주지 않고 살 수 있을 터이다. 경제능력이 없다면 맞춰주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라면 어떤지 모르겠다. 자영업이라면 세태에 맞춰주지 않고 버티기가 쉬울 것이다. 세상의 요구에 맞춰가며 살아야 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단절 때문이다. 친구가 하나씩 결혼하여 연락이 끊어진다. 간만에 결혼한 친구를 만나면 자식문제나 남편문제를 거론해서 머쓱하게 만든다. 멋도 낭만도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분위기 썰렁해진다.


    우리에겐 꿈이 있었잖아. 현실로 되받아친다. 곧 죽어도 우린 폼을 잡았잖아. 돈문제로 되받아친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거다. 그래서 결국 다들 한다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하면 어쨌든 대화상대는 생기니까. 남편이 생기고, 자녀가 생기고, 친정부모와 연락할 일도 많아지고, 시댁과 왕래할 일도 생기니까. 인간관계 단절의 두려움이 크다.


    그 때문에 어쩌면 먹이사슬의 정글일 수도 있는 인관관계의 지옥 속으로 제발로 기어들어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직업이 중요하다. 자영업자라면 어쨌든 계속 찾아오는 고객이 있으니까 인간관계의 단절을 걱정할 일은 없다. 그렇다. 본질은 인간관계다. 이거 인정해야 한다. 강신주의 사랑타령, 주인공타령은 그냥 웃어 넘기도록 하자. 그딴거 필요없다.


    15년간 연애를 했다면 그러한 세태와 벽을 쌓은 또다른 세계의 동지인 셈이다. 동지들 간의 유대는 있어야 한다. 사랑전도사 강신주가 설치해 놓은 덫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일생에 한번쯤으로 족하다. 사랑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결혼이라는 세태의 폭력을 피하여 또다른 인간관계의 질서를 건설하고 볼 일이다.


    정리하자. 사랑도 인간관계이고, 결혼도 인간관계이고, 연애도 인간관계다. 그 안에는 동지가 있다. 자기편이 있다. 자기편이 계속 존재하는지가 중요하다. 결혼한 사람과는 머쓱해진다. 애엄마가 되면 벌써 얼굴빛이 달라져 있다. 꿈과 낭만을 찾지 않게 된다. 다른 세계를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한번쯤 해보면 되는 것이고 결혼은 세태에 맞춰주면 되는 거다.


    미혼이면 또다른 인간관계가 있다. 삶의 답은 인간관계에 있다. 그 안에는 동지가 있다. 자기편이 있다. 정 자신이 없다면 결혼해야 한다. 어쨌든 남편과 자식과 부모는 내편이잖아. 내편 하나 없는 세상에 내편을 최소한 서넛은 결혼의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아도 동지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해봐야 한다. 내게는 동지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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