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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이겨놓고 싸워야 한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생각키운다. 이회창이 이인제 따라배우기를 충실히 하고 있으니 4월 국민경선에서 깨진 이인제가 알아서 12월 대선을 다 해결해주는 듯 하다.

"그거 4월에 이인제가 다 짚고 넘어간 거 재탕이잖어! 안그래?"

병법에 이르기를 선승이구전(先勝而求戰)라 했다. '이겨놓고 싸운다'는 말이다. 싸워서 이기려고 해서는 이미 늦다. 한 번 판이 짜여지고 나면 아무리 흔들어도 조금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수가 있다.

625 때 백마고지 전투가 그렇고,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에서의 솜므전투나 베르뎅전투가 그렇다. 전황이 요지부동의 교착상태에 빠져 벼라별 수법을 다 써 봐도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인류 최악의 바보전쟁 솜므전투]
1916년 프랑스의 솜므강 유역에서 있었던 전투는 인류의 전쟁사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전투로 기록될만 하다. 영국의 더글러스 헤이그장군이 지휘한 영국, 프랑스연합군은 솜므강 유역에 영국군 11개 사단과 프랑스군 5개 사단을 배치한 후 독일군 진지를 향해 일주일 동안 대규모 포사격을 실시한다.

후일 이 포사격은 최악의 오판으로 확인되었다. 연합군의 총공세를 독일군에게 미리 알려준 셈이 된 것이다. 넉달 동안 계속된 솜므전투에서 영국군 42만명, 프랑스군 19만명 독일군 44만명 등 모두 합해서 무려 105만여명이나 죽었다. 연합군은 60만명의 희생으로도 솜므강을 넘어 겨우 12km 밖에 진격하지 못하고 패퇴하게 된다.

전투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흙 구덩이 참호 속에서 서로 기관총을 갈겨대는 것으로 시종하는 최악의 참호전으로 전개되었다. 참호에서 기어나오는 즉 100프로 죽음이다.

밤이면 독일군과 영국군이 한 참호에 모여서 위스키를 나눠마시며 포커를 치고(실제로 있었음) 낮이면 각기 자기 진지로 돌아가 기관총을 갈겨대는 식의 전투였다. 일주일에 겨우 100미터를 전진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사이에 수만명씩 죽어나가곤 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바보같은 전쟁은 인류사에 일찍이 없었다.

문제는 아무도 전투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지 몰랐다는 데 있다. 기관총과 참호전은 그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전쟁형태로서 최악의 궁합이었던 것이다.

독일군이 선공한 베르뎅요새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양쪽에서 기관총을 몇 달동안 지겹게 갈겨대었는데 독일 33만명, 프랑스 30만명이 불과 몇백미터를 사이에 두고 몰살되었다. 베르뎅전투에서는 페텡원수의 프랑스군이 승리하기는 하였지만 전쟁이 바보같이 진행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회창진영의 너죽고 나죽기]
이회창진영의 선공으로 솜므전투를 연상시키는 최악의 네거티브싸움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왜 이런 어리석은 전술을 구사하는 것일까? 전쟁에서 한 번 판이 짜이면 요지부동의 교착상태에 빠지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판을 흔들어야 한다. 문제는 너무 늦어서 판이 흔들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회창진영의 네거티브캠페인은 더글러스 헤이그장군의 무리한 포사격과 같다. 적군이 결집하기 전에 대포로 갈겨서 적군을 무력화시켜놓고 싸우겠다는 것이다. 즉 이겨놓고 싸우자는 것이다. 언뜻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천만에!

적에게 이쪽의 전술을 다 알려주고는 전쟁이 되지를 않는다. 물론 네거티브 캠페인도 때로 효과를 내는 수가 있다. 그것은 아직 적이 전열을 정비하지 않았을 때이다.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런 네거티브전술을 구사하였다면 이회창진영이 큰 이익을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군이 이미 진지를 편성하고 참호 속으로 숨은 다음에 허공에다 수백만발의 대포를 갈기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왜?

여기서 본질은 유권자의 심리다. 판이 짜여지기 전에 유권자의 관심은 누구를 그 돌아가는 판에서 배제하는가에 있다. 예컨데 3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때 유권자의 관심을 일단 셋 중 누구 한 명을 배제해 놓고 나머지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한다.

판이 짜여지기 전에 네거티브 공격이 먹히는 것은 그 먼저 배제할 한 명에 해당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에게 격렬한 공격이 가해지면 유권자는 그 한명을 일단 배제하고 나머지 2인 중에서 선택하려 한다.

그러므로 만만해 보이는 약자를 살려주고, 대신 강해보이는 상대 한명을 십자포화로 두들겨서 그 한명을 먼저 배제하고 본 게임 들어가면, 그 살아남은 약자를 수월하게 이기므로 병법에 나오는 대로 이겨놓고 싸우는 즉 선승이구전(先勝而求戰)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네거티브게임의 마력이다.

그러나 지금 회창진영의 네거티브게임은 인류전쟁사 최악의 바보장군 더글러스 헤이그의 무대뽀 포사격과 같다. 이미 판이 짜여지고 적군이 참호 속에 숨었는데 대포를 갈긴들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간단한 이치를 그렇게도 모르는가?

판세는 이미 안정되었다. 유권자의 심리는 한번 판세가 정해지면 그 판세를 교란하여 유권자의 판단에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부터 먼저 제거하려 한다. 즉 판세가 짜이기 전과 그 후의 유권자심리가 180도로 변하는 것이다.

■ 판이 짜이기 전 - 양자대결로 압축하기 위하여 다자 중 한 명을 우선 배제하려 한다. 이 때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큰 효과가 있다.

■ 판이 짜여진 다음 - 기존에 제시된 판단의 준거와 다른 판단자료를 제시하여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는 쪽을 먼저 배제하려는 심리가 있다. 뒤늦게 새로이 제시되는 네거티브는 유권자의 귀차니즘을 유발하여 역효과를 낸다.

네거티브캠페인은 독일군이 참호를 구축하기 전에 먼저 대포사격으로 박살내는 것과 같다. 나폴레옹은 이 방법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았다. 문제는 적군이 이미 참호 속으로 숨어버렸다는데 있다. 더글러스 헤이그장군은 최악의 인명 희생을 내고 말았다. 좋은 계책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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