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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20 vote 0 2017.01.21 (12:02:41)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다. 구조론을 배우다보면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인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는 모양이다. 너무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려 한다. 피상적 관찰이라면 곤란하다. 선악이라는 초딩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선이라고 하고 또 악이라고 하는가? 인간 내면에 선을 반영하는 물질과 악을 반영하는 물질이 들어차 있다는 말인가? 영혼이 맑으면 선이고 영혼이 오염되면 악인가? 구조론이 그런 이야기 하는게 아니잖아?


    성선설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단순한 원리다. 선과 악 개념은 인간의 사회적 목적과 일치하는가 하는 판단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성선설일 수 밖에 없다. 악이라는 개념은 원래 없다. 진보 보수 개념과 같은 것이다.


    보수는 상대적 논법일 뿐 실체가 없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악이라는건 없다. 선의 실패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실패하는건 멍청해서 그런 거다. 멍청한 사람은 모두 악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원래 멍청하게 태어난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재수가 없으면 악인이 될 수 있다. 감옥의 악당들도 다 재수가 없어서 악당이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 악당이 된다. 그건 사회가 잘못한 것이므로 성악설로 갈 이유가 없는 거다.


    성선설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고 성악설은 어떤 임무를 주었을 때 작동하는 마이너스 원리를 말한다. 이건 별개의 것이다. 성선설은 상부구조에 쓰고 성악설은 하부구조에 쓴다. 구조론은 상부구조 위주로 논하므로 성선설이다.


    성악설은 그냥 자연법칙이니 논할 것이 없다. 당장이라도 태양이 햇볕을 쏴주지 않으면 생명은 모두 죽는다. 가만 두면 가만있는게 아니고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는 악하다’고 말하면? 그건 이상한거다. 우주가 악하냐고?


    우주는 선악이 없다. 어쨌든 지구는 10억년이 못 가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별이 된다. 지구는 악한가? 피상적 관찰로 아무데나 선악을 들이대면 초딩이다.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것은 사자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렇다.


    성선설이 맞으니까 자유방임교육을 하면 된다는 식은 초딩발상이다. 자유방임이 아니고 내팽개쳐서 불안하게 만드는 거다.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 아니고 방치해서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그거 범죄다. 교육이라면 엄중한 문제다.


    교육은 기분내키는대로 하는게 아니다. 사랑과 용서와 존중으로 대하면 잘 교육된다는건 미친 생각이다. 사랑과 용서와 존중은 당신 생각이고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무관심과 단절과 장벽이다. 교육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자식을 서울대 보내려면 매질을 해야 한다. 매질을 하지 않고 말로 갈구면 그게 더 나쁘다. 말로 상처주는 것은 증거가 안 남는 범죄다. 문제는 억지로 서울대 보내려고 하는게 범죄라는 것이다. 변희재 봐라. 왜 서울대 보냈냐고.


    서울대 갈 인간이 아닌데 억지로 서울대 보내서 망쳤다. 무엇인가? 서울대 갈 능력 안 되는 애를 서울대 보내려면 매질을 해야하지만 서울대 갈 능력이 안 되는 애를 매질해서 서울대 보내는게 원초적으로 교육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건 교육이 아니고 대한민국에 대한 도전이다. 범죄다. 한국학생들이 유학 가서 질문도 하지 않고 그러는건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지능이 떨어지는 애를 억지로 보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애를 학교 보내느냐고.


    그 전에 교육이 무엇인지 우리가 도무지 무엇을 가르칠지를 생각해야 한다. 왜 교육하는지를 생각하자. 어쨌든 서울대 보내려면 스파르타식이 맞다. 그런데 그게 사람 잡는 범죄다. 근본을 물어야지 말단을 물으면 피곤한 거다.


    공자의 제자들도 다들 벼슬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자유방임으로 가르치던 공자가 화가 단단히 났음은 물론이다. 벼슬 따는 공부는 물론 스파르타식이 맞지. 그렇지만 공자가 제자들 벼슬길 열어주려고 교육을 하는게 아니잖아. 


    공자가는 그저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제자를 원했을 뿐이다. 안회와 증석이 있었을 뿐이다. “봄이 오면 옷갈아입고 어른 대여섯과 더불어 아이들 예닐곱 데리고 냇가에 가서 목욕하고 정자에 올라 바람쐬고 노래하다 돌아오겠다.”


    원하는게 뭐냐는 공자의 물음에 증석의 답변이다. 애초에 공자는 제자들을 서울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번짓수가 다른 것이며 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서울대 보낼 생각이 없는 스승과 서울대 가려는 제자의 충돌이다.


    공자는 단지 만날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서울대 보내는게 교육이라는 숨은 전제를 깔고 들어오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교육을 하려면 뇌를 긴장시켜야 하고 긴장시키려면 엄격하게 해야 한다. 그런 교육은 필요없다.


    스승이 원하는건 제자가 재능을 속여서 몰래 밤새 공부해온 것을 자랑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천재라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냥 다 아는건지 그것을 감별하려는 것이다. 재능을 속이는 부지런한 제자를 가장 미워함은 물론이다.


    당신이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인데 제자를 딱 한 명만 두겠다면 어쩔 것인가? 열심히 연습하는 놈을 가장 미워한다. 99퍼센트 재능이 갖추어져 있고 딱 1퍼센트 부족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방임으로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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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전제를 잔뜩 깔고 와서 결론만 찍어달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그 이전의 이전의 이전의 이전을 물어야 합니다. 선이나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이고 무이고 공인데 자꾸 선이냐 악이냐 하고 물으면 안 됩니다. 그런거 없다는 말입니다. 자유방임교육과 스파르타교육 중에 어느게 나으냐 하고 물어도 안 됩니다. 그 이전에 교육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왜 교육하려고 하죠? 공자는 단지 말이 통하는 친구를 원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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