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간의 유전인자 숫자가 밝혀졌다. 수만개의 유전인자가 우연히 조합이 맞아떨어져서 오늘날 고등한 인간으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문제는 우연이다. 우연이면 확률이다. 그런데 확률이 너무 낮다. 다윈의 돌연변이설은 확률에 의존하고 있다. 확률을 버리고 구조를 얻어야 한다. 진화는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일어난다. 구조란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큰 상자가 있다. 상자 속에는 많은 퍼즐 조각이 들어 있다. 상자를 계속 흔들다 보면 언젠가는 우연히 퍼즐조각들의 위치가 맞아 떨어져 퍼즐이 완성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구의 발달한 생태계는 그런 식으로 우연히 퍼즐들이 맞아떨어져 이루어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틀렸다. 확률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이런 식의 착각을 낳는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우연히 퍼즐조각이 맞추어질 확률은 제로다. 상자는 크고 상자 속의 퍼즐조각 숫자는 많다. 이때 하나의 상자 안에서 퍼즐조각의 숫자가 일정한 한도 이상이면 반드시 교착이 일어난다. 퍼즐조각들 간의 충돌이 퍼즐조각의 활동범위를 제약하므로 상자를 흔들수록 오히려 퍼즐이 맞아질 확률이 낮아진다. 키질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키질을 반복하면 무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가벼운 것은 아래로 내려간다. 키질을 할수록 무거운 퍼즐과 가벼운 퍼즐 사이에서 우연히 퍼즐이 맞아질 확률이 낮아진다. 원심분리기를 작동한 것과 같다. 상자를 흔드는 횟수를 늘릴수록 퍼즐이 맞아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발상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자연의 생태계는 그 퍼즐조각들이 잘 맞추어진 상태로 되어 있다. 퍼즐은 결코 우연히 맞추어질 수 없다. 그러나 생태계 퍼즐은 실제로 잘 맞추어져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어떤 원리에 의해 퍼즐은 맞추어질 수 있는가? 상자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설이 제시되어야 한다. 열 개의 상자가 있다. 그 상자들은 평면에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파껍질 처럼 상자 위에 상자가 덧씌워져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상자에는 단지 다섯 개의 퍼즐조각이 들어있을 뿐이다. 교착을 일으키지 않을만큼 적은 숫자다. 다섯 개의 퍼즐이 우연히 맞아진다. 한 번 결합이 맞아진 상자 속의 퍼즐들은 위치가 고정된다. 그리고 그 상자 전체가 다시 하나의 퍼즐이 된다. 그리고 그 상자가 다른 상자와 마주쳐 우연히 맞아진다. 퍼즐이 맞아져서 완성된 상자 그 자체가 퍼즐조각이 되어 역시 같은 방법으로 완성된 다른 퍼즐상자와 맞아지는 식의 패턴을 반복한다. 콜더의 모빌을 떠올릴 수 있다. 모빌은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모빌은 내부에 밸런스를 갖추고 있어서 아랫단계에서 일어난 밸런스의 붕괴가 판 전체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는다. 도리어 하위단계의 밸런스의 붕괴를 상위 단계가 수습하여 준다. 이것이 창조론과 진화론을 통일하는 새로운 관점이다. 콜더의 모빌에서 반복되는 하나의 패턴이 곧 모듈이다. 하나의 모듈이 곧 우연히 퍼즐이 맞아진 상자다. 기존의 진화론은 확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확률은 너무 낮다. 상자 속에 든 퍼즐조각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상자 속에 일정한 숫자 이상의 퍼즐이 들어가면 반드시 교착이 일어난다. 한번 교착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상자를 흔들수록 퍼즐이 맞아질 확률은 더 낮아진다. 그러므로 돌연변이와 같은 우연에 의한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 변이가 일어날수록 진화의 확률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확률을 버리고 구조를 얻어야 한다. 구조는 모듈이다. 모듈은 내부에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밸런스는 자체 내에 오류를 수정하는 기능이 있다. 어떤 시도가 실패하면 성공할 때 까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방법을 제외시킨다. 실패한 방법은 제외시키고 성공한 방법만 반복한다. 이러한 원리를 사용하면 매우 복잡한 구조도 단순한 설계로 만들 수 있다. 단 패턴이 정해져 있어서 일정한 방향성으로 진화하게 된다. 콜더의 모빌은 맨 처음 만들어진 ⊥자 모양의 두 날개에 같은 형태를 반복하여 매달게 되어 있다. 이때 먼저 만들어진 패턴 ⊥가 나중 오고자 하는 다양성들을 제약한다. 같은 패턴만 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밸런스의 오류수정 기능이다. 벌집은 처음 6각형의 베이스가 제공된다. 그 6각형 위에 다른 형태를 쌓을 수 없다. 그 경우 붕괴되기 때문이다. 계속 6각형을 쌓아가는 수 밖에 없다. 눈의 결정은 매우 다양한 모양을 가지지만 6각형이라는 기본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에펠탑은 높지만 삼각형 모양의 철골구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종의 진화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암컷과 수컷의 결합이라는 표준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연히 퍼즐이 맞아지게 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며 그 하나의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패턴은 제거된다. 인간의 유전인자는 수만개나 되지만 거의 대부분 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수만 개 유전인자 중에서 동일한 패턴의 구조를 계속 추려내면 최종적으로 몇 개가 남을까? 컴퓨터의 경우는 계속 추려내면 결국 0과 1만 남는다. 인간의 유전자 역시 이와 가깝게 극적으로 단순화 된다. 진화는 확률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구조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그 구조는 하나가 둘을 공유할 때 성립하는 밸런스의 원리다. 밸런스는 평형을 이루므로 복제될 수 있다. 콜더의 모빌과 같다. 모빌은 하나의 축과 두 날개로 이루어진다. 삼각형 모양이다. 삼각형을 둘로 쪼개도 역시 삼각형이다. 큰 모빌을 둘로 쪼개도 역시 똑같은 형태의 모빌구조가 반복된다. 최초에 삼각형구조가 태어났으며 이것이 안에서 밖으로 생장한 것이 유전인자고 밖에서 안으로 생장한 것이 세포벽이다. 유전인자와 세포벽을 동시에 가진 바이러스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두 개의 바이러스가 합쳐져서 최초의 암컷과 수컷이 탄생했다. 이 하나의 표준모델이 이후 다양한 모듈화로 전개되면서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진화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가 세포핵을 이루어 안에서 밖으로 생장하는 원리를 만들고 바깥을 둘러싼 바이러스가 세포벽을 이루어 밖에서 안으로 생장하는 원리를 만들었다. 둘이 마주치는 접점에서 안이면서 밖인 소화관이 만들어졌다. 모든 진화는 하나의 축이 두 날개를 공유하는 모듈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것은 ⊥로 나타낼 수 있다. 결국 진화는 ⊥라는 하나의 모듈을 다양한 형태로 집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화는 ⊥구조로만 일어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정해져 있다. 무한정 많은 종과 변이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얼음의 결정이 육각형이듯 모든 진화가 통제자와 통제대상의 밸런스에 의한 피드백구조의 모듈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통제자 : 하나의 축 ┃ ⊥는 하나의 통제자가 두 통제대상을 지배하는 형태다. 통제대상 둘이 통제자 하나를 공유하는 모듈 구조가 진화의 기본패턴이다. 이 공식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장기와 기관과 신경계가 이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지구상에 수천만종의 생명체가 있어도 진화한 생명체 중에 좌우대칭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생명체가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에 이미 좌우대칭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결코 좌우대칭에서 벗어날 수 없다. |
(07.02.04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