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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외침 - ‘위기의 시대’에 생명의 감수성을 찾아 가자
2016.08.29 (13:43:02)
그 풍경이 내게 스며들자나는 드러난다내가 폐허라는 사실이
죽음이 갯벌처럼 어둡게 스며들고 사랑이 불같이 스며들고모든 질서를 뒤엎고 재앙의 붉은 피가 스며들 때나는 패닉에 열광한다
내게 고귀함이나 아름다움이나사랑이 충만해서가 아니다내 안에 그런 따위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그런 따위로 길이 든 적도 없다
다만 가쁜 숨을 쉬기 위해서갈라터진 목을 축이기 위해서존재의 소멸이 두려워 손톱에 피가 나도록 매달린 적은 있다고귀함이나 사랑 따위를 발명한 적은 있다
패닉만이 닿을 수 없는 낙원을 보여준다나는 그 폐허를 원형대로 건져내야만 한다
- 「패닉」 전문
백무산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2015)'
올려다본 밤하늘
만져질 듯한 별들이 패닉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우주
그 풍경이 내게 스며들자
나는 드러난다
내가 폐허라는 사실이
죽음이 갯벌처럼 어둡게 스며들고
사랑이 불같이 스며들고
모든 질서를 뒤엎고 재앙의 붉은 피가 스며들 때
나는 패닉에 열광한다
내게 고귀함이나 아름다움이나
사랑이 충만해서가 아니다
내 안에 그런 따위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런 따위로 길이 든 적도 없다
다만 가쁜 숨을 쉬기 위해서
갈라터진 목을 축이기 위해서
존재의 소멸이 두려워 손톱에 피가 나도록
매달린 적은 있다
고귀함이나 사랑 따위를 발명한 적은 있다
패닉만이 닿을 수 없는 낙원을 보여준다
나는 그 폐허를 원형대로 건져내야만 한다
- 「패닉」 전문
백무산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