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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가지고 온 두개의 열쇠]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년후 히딩크가 다시 대표팀감독을 맡을 가능성은 없다. 히딩크가 와주겠다고 해도 다수의 한국인들이 히딩크를 반대한다. 왜? 언젠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만 한다는 사실을 한국인 자신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해결사를 데려오는 것이고 하나는 내부에서 실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 옳은가? 정답을 말하면 둘 다이다. 둘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스님들은 면도칼을 사용하여 자기 머리를 잘 깎는다. 그런데도 이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 이와 비슷한 예를 무수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외부에서의 개입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아예 생겨나지도 않는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그 특성 상 어떤 하나가 잘못되면 전부가 잘못되게 되어 있다. 암 조직의 일부를 제거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금방 전이되듯이 시스템을 해체하지 않고 문제의 해결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작동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내부에서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시스템의 작동을 중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을 멈추지 않고 수리한다는 말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병을 치료한다고 치자. 운동을 하는 것은 내부에서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질병은 치료되지 않는다. 수술을 해야하고 약을 먹어야 한다. 외부에서의 개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약만 먹으면 병은 치료되는가? 수술만 하면 병은 치료되는가? 천만에! 환자가 회복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내부에서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 내부의 자발적인 도움없이는 어떤 의사도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

이와 같다. 어떤 문제이든 반드시 내부의 방법과 외부의 방법이 동시에 사용되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 힘을 기른다는 것은 우리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우수해지고, 학계와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 우수한 정치자원을 끝없이 정치권에 공급한다는 의미이다.

외부에서 개입한다는 것은 기존의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으므로, 히딩크를 데려오듯이 정치와 무관한 학자나 법조인이나 기업가나 군인을 영입해서 정치수술을 맡긴다는 것이다.

지난 한국사를 돌이켜 보자. 박정희는 군인이다. 외부의 인물이다. 왜 다수의 한국인들은 박정희의 쿠데타를 용인했는가?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스스로 운동해서 병을 극복하기를 포기하고 외부에서 돌팔이의사를 데려온 것이다.

박정희가 돌팔이인지 해결사인지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정치권 외부에서 픽업된 인물임은 분명하다. 박정희 이후 전두환, 노태우 역시 군인이라는 점에서 외부인물이다.

김영삼 김대중은 상대적으로 내부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김영삼은 군부와 야합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이다. 김대중은 군 출신 김종필과 야합했다는 점에서 역시 반쪽짜리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건국이래 단 한번도 우리힘으로, 우리가 길러낸 정치인과 그 시스템을 사용해보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시스템은 학계와 언론계와 시민단체와 정당이 손발을 맞추어 공론을 창출하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여 의회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스템이 기능한 바 있는가? 없다. 언론은 썩었고 학계는 운동권과 어용으로 분리되어 기능을 상실하였다. 시민단체는 영세하다. 정당은 빈사상태이다. 오랜 군부독재에 의해 한국의 시스템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망가졌으므로 믿지 못한다. 믿지 못하므로 외부의 인물을 영입하려 든다.

악순환이다. 외부인물이 내부의 시스템을 망치고,시스템이 망가졌으므로 다시 외부인물을 들여오고.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히딩크가 한국축구의 자생력을 죽이고 자생력이 죽었으므로 또다시 외국감독을 데려오고? 아니다. 여기서 잘라야 한다.

그렇게 정치권 외부에서 영입되어온 예비 히딩크들의 면면을 보자.
1호 조순 - 한국은행 총재로 닳고 닳은 정치인과 달리 신선감이 있었다. 결론은 꽝
2호 이수성 - 학자의 인품으로 악귀같은 국회를 정화하기 바랬다. 결론은 꽝.
3호 이회창 - 법조인 출신으로 뭔가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보나마나 꽝.
4호 정몽준 - 축구협회장에 재벌로 정치인들과 다른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보나마나 꽝.

축구는 겨우 11명이 뛰는 팀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히딩크가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 정치는 다르다. 악귀같고 야차같은 국회의원이 300명이다. 히등크가 와도 300명의 국회의원을 당해내지 못한다.

뿐이랴! 악귀보다 더 고약한 조,중,동이 있다. 비유하자면 상어와 같다. 이런 나라에서는 히딩크 할배가 와도 견뎌내지 못한다. 외부인은 한국의 풍토에 적응하지 못한다.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한다. 우리가 당선시키고 우리가 키운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그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조순과 이수성으로 이미 실패한 실험을 이회창과 정몽준으로 반복할 것인가?

곧 죽어도 우리의 힘으로 일어서야만 한다. 시스템을 믿지 못하면 그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썩은 언론을 뜯어고치고, 분열된 학계를 뜯어고치고, 시민단체를 양성하고, 정당을 수술해야 한다.

누가 해내겠는가? 내부인물은 이미 오염되었으므로 해낼 수 없다. 외부인물은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므로 해낼 수 없다. 누가 해내겠는가?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은 내부에 속하나 내부의 인물이 아니다. 노무현을 밀고 있는 노사모나 개혁당은 썩어빠진 정치시스템의 바깥에 있다. 외부에서 온 초인이 환자를 수술할 수 있다. 노무현이다.

아니다. 노무현은 내부인물이다. 지난 20년간 정치활동을 하면서 한국 정치의 시스템이 어디가 망가졌는지 속속들이 지켜본 인물이다. 내부의 돌아가는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그 내부에 가장 덜 오염된 사람이 노무현이다.

생각하라! 또다시 외부에서 온 뜨내기 조순 2, 이수성 2에 우리의 몸뚱아리를 맡기고 수술을 부탁할 것인가? 그런 어리석은 짓은 과거에 많이 했지 않는가? 정치시스템 바깥에서 온 박정희에게 맡겼더니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겉은 멀쩡했다. 수출도 많이 하고 경제도 번영했다. 속으로 썩었다. 우리의 시스템은 망가졌다. 박정희에 맡긴 결과 우리는 자생력을 잃어버렸다. 가장 망가진 것은 정당이다. 우리는 아직도 수명이 10년 이상 된 정당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학계는 분열되었고, 언론은 썩어버렸고, 정당은 무너져버렸고, 우리의 자생력은 사라졌으며, 정치는 기초체력부터 무너져내렸다. 내부인물 김영삼과 김대중이 바톤을 넘겨받았어도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 또다시 외부인물에 맡겨 이미 망가진 나라를 한번 더 아작낼 것인가?

생각하라! 히딩크는 체력부터 기르라 했다. 내부에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언론을 개혁하고 정당을 개혁하므로서 학계와 시민단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스스로 공론을 창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히딩크는 외부에서 왔지만 선수 출신으로 축구라는 시스템 내부의 인물이다. 이회창과 정몽준은 외부에서 왔는데 돌팔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은 국회의원에 출마해 본적도 없고 정치를 해본적도 없다.

정몽준이 4선의원? 과연 의원이 맞기나 한가? 현대왕국을 상속받은 것에 불과한거 아닌가? 장난은 말자. 악귀같고 야차같은 300명의 국회의원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단있는 인간이 아니다.

정리하자. 환자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외부에서 해결사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해결사로는 한계가 있으며, 진정으로 치료되기 위해선 환자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 내부와 외부가 조화되어야 한다.

내부는 언론과 정당과 학계와 시민단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공론을 창출하고 이를 반영하는 의회민주주의의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개량되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시스템을 뜯어고칠 인물은 시스템을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며 그 인물은 반드시 내부에 있다.

내부만으로 안된다. 외부에서 해결사가 투입되어야 한다. 외부에서 가져오는 신선한 바람이 노사모이고 개혁당이고 인터넷바람이다. 누가 이 약품을 가지고 있는가? 내부에서 가장 외부인 노무현이다. 비로소 안과 밖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왜 노무현인가? 내가 노무현이기 때문이다.]
이회창이나 정몽준에게 맡긴다는 것은 환자는 가만있고 의사가 알아서 치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의사가 돌팔이일 확률은 99프로이다. 환자는 알고 있다. 의사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노무현이 된다는 것은 환자인 내가 스스로 치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언론개혁에 나서고 내가 정치개혁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은 너와 나의 참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나 자신 뿐이다. 누가 나를 참여시키고자 하는가? 해결사는 노무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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