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적인 사유란 무엇인가? 구조론적 사유를 훈련하자.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언어적인 감각을 키우는게 중요하다. 패턴을 익혀 1초만에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거다. 뻔하다. 복잡한 상황을 대칭적 상황으로 압축시킨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감각을 익히자. 패턴대로 간다. 일단은 질, 입자, 힘, 운동, 량만 알면 된다. 기승전결과 같다. 공간적 존재를 시간적 사건으로 보는 시선을 얻으면 자연히 알게 된다. 그 다음은 인식론과 존재론의 구분이다. 분류를 하다보면 자연히 인식론이 되므로 의도적으로 한 번 뒤집어야 한다. 수평적인 좌우대칭을 찾고 계를 설정하여 수직의 비대칭으로 도약하는 감각을 키우면 완성이다. 힘, 운동, 량의 하부구조는 일을 전개하면 자연히 따라오므로 처음 대칭구도를 발굴하여 입자를 세우고, 그 위에 계를 설정하여 질의 뚜껑을 덮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의 안과 밖의 경계를 정하는 거다. 문제는 사건의 질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예 없는 경우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므로 거기서 막힌다. 그러나 보려고 하면 보인다. 배후에서 조정하는 주최측이 보인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간단한 구조분석을 해보겠다. 대략 이런 식으로 노는구나 하는 감각을 키우기 바란다.
인간은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동물적 본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랑도 본능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생각하자. 당신이 무엇을 사랑하든 진짜는 그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당신 안에 충만한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 당신이 A를 사랑한다고 치자. 돌봐야 할 것은 A의 안위가 아니라 당신 안의 사랑이라는 그 녀석의 안위가 아닐까? 당신 안에 숨어 사는 그 사랑이라는 녀석도 살고 싶은 거다. 죽고 싶지가 않다. 사건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 사랑이라는 놈이 자신의 호흡을 이어가기 위해, 당신이 사랑의 대상이라고 믿는 A를 숙주로 쓸 뿐이다. 당신은 속고 있다. 당신이 A와의 이별을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당신 안의 그 사랑이라는 녀석이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담배든 도박이든 술이든 일이든 중독되는 것은 모두 그러하다. 중독이는 당신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걱정한다. 술을 끊으면 끊기는 것은 술이 아니라 그 중독이 녀석이다. 그녀석이 범인이다. 사랑도 중독이다. 무엇인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자를 본다. 대칭성을 따라간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대상에 주의가 쏠린다. 내 안의 에너지가 진짜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내 안에 사랑할 에너지가 넘치게 있다는 거다. 그 에너지를 살려가야 한다. 그 에너지에 주목하는 것이 질을 포착하는 방법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어린이가 혼자 밤길을 걷는다. 귀신의 ‘존재’가 무서운게 아니라 그럴때 의지할 어른의 ‘부재’가 무서운 거다. 존재는 대칭된다. 사람과 귀신의 대칭이다. 그러나 부재는 무엇과도 대칭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명되지 않는다. 이름이 없으므로 생각을 떠올릴 수도 없다. ‘귀신의 존재’는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보호자의 부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중의 공포를 잠재우는 것은 메르스 유언비어 금지가 아니라 지도자가 24시간 TV앞에 버티고 있으면서 권력의 작동과정을 생중계하는 것이다. 메르스의 존재를 설명하기 쉽지만 권력의 부재를 설명하기 어렵다. 메르스라는 단어는 있는데 ‘대통령이 오랫동안 TV에 안나옴. 게다가 책임질 놈도 없음.’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래서 말하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진짜는 말하지 못한다. 우리는 뭐뭐 때문이다 하고 탓하기 좋아한다. 틀렸다. 어떤 존재하는 것 때문에 잘못되는게 아니다. 무언가의 부재 때문에 잘못된다. 정치인은 ‘내 잘못이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항변하지만 잘한 것이 없기 때문에 욕먹는 것이다. 우리는 사교육 때문에, 학벌만능풍조 때문에, 뭣 때문에를 열거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재가 원인이다. 병사들이 흩어지는 것은 겁이 나서가 아니라 지도자의 부재 때문이다. 노숙자가 있는 것은 게으름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정부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재한 것은 이름이 없기 때문에 대단한 말꾼이 아니면 지적해내기 어렵다. 존재가 플러스라면 부재는 마이너스다. 답은 마이너스에 있다.
◎ 틀린 생각.. 거짓말을 잘 한다.
◎ 틀린 생각.. 박근혜 지지가 높다.
◎ 틀린생각.. 노동자가 가난한 이유는 게으름 때문이다.
존재는 대칭적이므로 항상 반대논리가 있지만 부재는 비대칭이므로 반대논리가 없다. 그러므로 존재보다 부재에서 답을 찾는게 길이다. 캔맥주 캔은 왜 원기둥일까? 캔 맥주 캔은 왜 원기둥 꼴일까? 디자인이 예쁘다거나 혹은 양이 많아보이게 한다거나 혹은 좁은 상자에 더 많이 담을 수 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틀렸다. 공모양이나 큐브모양보다 원기둥모양이 더 공장에서 생산하기가 쉽다. 제품을 회전시키면서 작업하는게 모터의 회전과 일치하므로 쉬운 작업방법이다. 그러므로 베이스는 원형이다. 공장의 기계는 직선방향으로 작동한다. 길쭉한 기둥모양이 된다. 모터의 회전운동+기계의 직선운동은 원기둥이다. 큐브모양으로 하면 상자에 더 많이 적재할 수 있고, 공모양으로하면 더 튼튼하지만 원기둥모양이 가장 공정을 단축시킨다. 공장에서 작업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결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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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에너지가 진짜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내 안에 사랑할 에너지가 넘치게 있다는 거다. 그 에너지를 살려가야 한다."
그 사랑이는, 그 에너지는 자신을 알아만 봐줘도, 시선만 줘도 그렇게 좋아하며 뜨거워지는 것이군요... '의하여'가 무슨 뜻인지 좀 더 깨달았습니다.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