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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801 vote 0 2009.12.04 (17:18:33)

구조의 세계

모든 학문과 논리, 사유의 궁극적인 출발점은 ‘인과율’이다. 오늘날의 고도로 발달한 현대문명은 뉴튼 이래로 발전한 과학의 성과에 힘입었다. 과학은 근대 합리주의 사상에 의해 뒷받침 되었다.

합리주의 사상의 토대는 인과율에 바탕한 수학적 사고다. 그러나 불완전하다. 누구나 느끼고 있다. 가슴 한 켠이 허전하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갈등의 존재가 의심의 단서가 된다.

진보, 보수의 이념갈등, 종교간 문화갈등을 비롯하여 무수하게 꼬여 있다. 확 풀어버릴 수 없을까? ‘인과율’의 존재 자체는 의심할 수 없다. 근대과학의 눈부신 성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완전하다. 인과율은 열역학 제 1 법칙을 반영할 뿐, 열역학 제 2 법칙이 빠져 있다. 에너지 개념이 빠져 있다. 기존의 수학은 모눈종이의 눈금과 같다. 눈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늘이 있어야 시계가 된다. 기존의 수학은 바늘없는 나침반과 같다. 구조론은 인과율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조건 ‘면’을 탐색한다. 조건 ‘면’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에너지를 태워 성립한다.  

● 수학+에너지=물질≫존재

수학의 눈금에 에너지의 바늘을 태우면 나침반이 된다. 무릇 존재란 수학의 뼈대에 에너지의 살을 올려태운 것이다. 기존의 인과율은 존재의 수학적 측면을 설명하되 에너지 측면을 해명하지 못한다.

제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 집을 지을 수는 있으나, 역동적 움직임을 반영하는 전쟁에 이길 수는 없다. 에너지는 움직인다. 만유는 움직인다. 생명은 자라나고 별들은 운행하고 문명은 진보한다.

존재의 근본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수학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에너지다. 구조론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에너지를 태운다’는 개념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있다.

그것은 세상을 통합적인 시선의 일원론으로 보느냐 아니면 이원론으로 보느냐다. 모든 존재는 짝지어져 있다. 음과 양, 여와 남, 하늘과 땅, 전체와 부분, 중앙과 변방으로 둘씩 짝지어 세팅되어 있다.

물체라면 앞과 뒤가 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일까? 상대적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가면 앞이 앞이고 뒤로 가면 뒤가 앞이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앞과 뒤가 고정되어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이는 순간에 결정된다. 진보가 보수되고 보수가 진보된다. 구소련의 집권세력은 급진세력이었지만 지금은 수구세력으로 변질되었다.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좌파는 진보를 자임하지만  때로 극단적인 보수성향을 보인다. 진보나 보수는 자기들이 진보 혹은 보수를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 문명의 방향성이 결정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논하더라도 그러하다. 몸따로 마음따로 2분법적 사고에 빠진 사람이라면 전모를 보지 못한 사람이다. 입체적, 비선형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통짜 덩어리 시선을 얻음으로써 가능하다.

진보, 보수 개념을 2원론, 이분법, 흑백논리, 단선적, 평면적 사고로 접근하는 사람은 문명의 본질을 포착못한 사람이다. 모든 이원론적 태도는 입체적 시선을 얻지 못한데 따른 오류다.

에너지 개념에 의해 통합된다. 원인과 결과가 하나의 맥락으로 통합된다. 진보와 보수가 하나의 문명 안에 통합된다. 진보는 세상을 균질화 시키려 한다. 균질화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얻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과 계몽, 도량형의 통일로 사회를 균질화 시킬 때 거대한 에너지가 얻어진다. 그러나 이미 균질화 되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에너지가 유입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실패다.

에너지 개념으로 보면 역설이 나타난다. 근대적인 교육, 미디어의 보급, 근대국가의 등장으로 사회가 균질화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얻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에너지가 얻어질 수 없게 되었다.

다양성의 훼손, 창의성의 고갈로 인류는 거대한 자원을 잃어버렸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장작에 불붙이기와 같다. 성냥개비로 장작에 불을 붙일 수 없다. 그 중간을 연결하는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불쏘시개가 너무 잘 타면 장작에 불이 붙기도 전에 자원을 소모하여 불이 꺼져버린다. 불쏘시개가 너무 느리게 타면 화력이 약해서 장작에 불이 붙지 않는다. 속도조절, 힘조절이 필요하다.

너무 빨라도 안되고, 느려도 안되며, 일정한 속도여도 안 된다. 처음은 빠르게 가서 단숨에 불씨를 얻어야 한다. 다시 느려져서 부싯깃에 충분히 불이 붙어야 한다. 점점 가속적으로 빨라져야 장작에 불이 붙는다.

공산주의는 힘조절을 잘못해서 불쏘시개만 태우고 불이 장작에 옮겨붙기도 전에 꺼져버렸다. 최근의 금융위기나 30년대의 경제공황 역시 장작을 너무 빨리 태워서 기생체가 숙주를 죽인 셈으로 되어 중간에 흐름이 끊어졌다.

진보의 균질화 시도는 불쏘시개를 너무 빨리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 고도로 균질화된 사회는 모두가 공격수만 하는 것과 같아서 적절한 포지션의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사회는 붕괴된다.

리버럴한 자유주의 세력이 진짜다. 이들은 다양성을 주장한다. 사회의 지나친 균질화를 반대한다. 평등도 좋지만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

포지셔닝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달라야 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하며 그 다름이 에너지원임을 깨우쳐야 한다. 다름이야말로 창의성의 샘이다. 다름에 의해서 사회는 건강해진다.

다름에 의해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수구세력도 자유를 입에 담지만 가짜다. 그들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들은 미래에 대비하지 않고 미가용자원의 잠재적인 가능성에 눈감는다.

그들 역시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화된 행동을 강요한다. 바른 진보는 좌파의 균질화 시도에 의해 가능하지 않고 우파의 경쟁에 의해서도 가능하지 않다. 좌파의 균질화는 불쏘시개만 태우고 불을 꺼트린다.

우파의 경쟁은 운이 좋을 때만 불이 붙는다. 용케 불이 붙었다 해도 선발주자에게만 유리한 게임의 룰 때문에 지나친 경쟁으로 초반에 앞서가려 하다가 힘조절을 못해서 숙주를 죽인 셈으로 되어 결국 불을 꺼트리고 만다.

신동이 초반에 반짝하다가 조로하는 사회가 된다. 제대로 불을 붙이려면 불쏘시개에 불이 붙을때까지 충분한 여유시간이 필요하다. 후발주자에게 기회를 주어야 대기만성형의 성공이 가능하다.

무제한의 패자부활전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뒷심이 있어서 오래간다. 천천히 출발한 차가 연료를 절약하여 막판에 힘을 내고 정상에 도달한다. 균질화 되어야 에너지를 얻지만 균질화 된 다음에는 에너지가 없다.

사회는 교육, 미디어, 소통에 의한 균질화로 얻은 에너지의 일부를 뒤로 돌려서 다시 사회를 불균질화 하는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사회는 진보에 의해 균질화 되지만 인터넷 등 혁신에 의해 다시 불균질화 된다.

신세대는 우리와 다른 생각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혁신은 사회를 다시 불균질화 시키는 것이다. 좌파는 균질화를 추구할 뿐이며 우파는 그 얻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일부를 뒤로 남겨놓지 않는다.

오늘날 만연한 개발만능 신앙은 자원을 극도로 소모하는 것이다. 잠재적인 창의성을 고갈시킨다. 어린이는 학원으로 내몰려서 불균질화될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는 천재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는 불균질한 두 소재가 소통할 때 그 다름에 의한 낙차의 크기에 의해 얻어진다. 서로 다른 둘이 연결될 때 에너지의 크기는 최고조에 이르며 연결된 다음에는 낙차가 줄어들어 에너지는 소멸한다.

근원의 모순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균질화로 얻는 에너지 일부를 따로 빼서 불균질화에 투입하여야 한다. 그것은 개인에게 넉넉한 시간, 넉넉한 경험, 충분한 여유, 개인적인 자유를 주는 것이다.

달라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짝짓기에 의해 달라진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문화, 다른 입장, 다른 방식을 체험하고 그 다름에 익숙해지며 그 다름과 짝지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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