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979 vote 0 2015.08.03 (22:50:33)

     

    새로 쓰는 창세기


    최초에 에너지가 있었다. 에너지는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지목하여 가리킬 수 없다는 말이다. 자체의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시공간과 물질운동 이전의 존재이며 한 편으로는 그 시공간과 물질운동을 만들어내는 모체다.


    인간이 지목하여 대상을 가리킨다는 행위 자체가 형태 이후의 것이다. 형이하학적이다. 자연의 에너지는 인간의 가리키는 형태에 맞지 않다. 가리키는 행위와 대칭되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는 손으로 가리키는 보디랭귀지가 발달한 것이다.


    언어를 넘는 언어, 추상어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수학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학조차 가리켜지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한다. ‘하나, 둘, 셋’ 하고 셀 수 있으면 이미 문제가 해결된 거다. 수학하여 도출된 값이지 수학이 아니다.


    자연의 많은 것들은 셀 수 없는 상태다. 반쯤 썩은 과일처럼 과일이라고 하기도 곤란하고 과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다. 수학은 애매한 것에 규격을 부여하여 지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킨다. 변환과정에 구조가 있다.


    ◎ 자연은 본래 가리켜 지목할 수 없는 추상형태로 존재한다.
    ◎ 인간은 구조와 수학으로 자연을 지목할 수 있도록 변환한다.


    들판에 흩어져 있는 양떼들은 무규정적이다. 우리는 거기에 한 무리, 한 그룹, 한 단위의 형태로 의사결정을 위한 단위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자의일 뿐 양떼의 본 모습은 아니다. 그렇게 변환하는 툴이 구조론이며 수학이다.


    땅은 그냥 있는데 한 평이라고 한다. 줄은 그냥 줄인데 10미터라 한다. 인간이 정하기 나름이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도록 변환시키는 데는 툴이 필요하다. 구조론이 필요하다. 수학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의 본래 모습은 아니다.


    에너지는 움직인다. 동動의 상태다. 지목할 수 없다. 몇 개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그 움직이는 자연의 에너지와 나란히 움직인다면? 상대적인 정지상태가 된다. 비로소 지목할 수 있다. 가리킬 수 있다. 자연의 본 모습은 지목할 수 없는 추상이나 인간은 그것을 지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시켜 인식한다.


    그 과정에 왜곡이 들어간다. 인간은 자연의 동영상을 정지화상으로 바꿔놓고 자연이 원래 정지화상이었던 것으로 착각한다. 2차원 모니터 속의 게임은 3차원 현실공간으로 끌어낼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방법을 써서 그것을 끌어낸다.


    그 과정에 왜곡된다. 그렇게 끌어낸 거짓 존재가 인간이 알고 있는 시공간과 물질운동이다. 그거 가짜다. 속지 말라. 본래 무규정인 자연의 에너지에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여 지목할 수 있는 상태로 변조할 수 있으니 그것이 상대성이다.


    상대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대칭성을 쓰는 것이다. 대칭은 짝짓기다. 짝짓기를 써서 인간은 애매한 자연을 뚜렷하게 변조할 수 있다. 추상적 존재를 구체적 존재로 변환할 수 있다. 희미한 것을 명확하게 바꿀 수 있다. 모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왜곡되었다. 도가도 비상도의 뜻이다. 자연의 본래는 불확실성이며 일정한 조건에서 확실하게 된다. 그러한 대칭성 역시 자연의 모습 중 하나다. 그러나 근원의 모습은 불확실성이다. 최초에 불확실한 동動의 에너지가 있었다.


    인간은 거기서 상대성을 유도하여 대칭성을 부여한다. 그것이 질서다. 코스모스다. 코스모스 이전의 본 모습은 카오스다. 카오스는 자연의 본래이며 코스모스는 인간이 방법을 써서 도출해낸 것이다. 코스모스 역시 자연의 이면의 모습이다.


    무엇인가? 우리는 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크기를 유도하는 방법은 에너지의 불균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주는 불균일하다. 그러므로 크다. 그런데 엔트로피의 원리로 100억년 후에 우주가 완전히 균일해져 버린다면 어떨까?


    정보는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주의 크기는 0이 되어버린다. 빛의 속도는 우주의 불균일 정도다. 그것이 제거될 때 우리가 정해놓은 우주의 크기라는 척도는 완전히 무력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크기는 인간이 정해놓은 잠정적인 규칙에 불과하며 자연은 그것을 뛰어넘는다. 인간이 정해놓은 기본규칙과 안 맞는 상황이 일어난다. 2차원 평면의 존재가 3차원 입체로 도약해 버린다면 어떨까? 질량보존의 법칙과 안 맞다. 과학붕괴다.


    자연의 본성은 인간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여러 법칙을 어길 수 있다. 양자역학의 여러 관측보고들은 이미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약동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시공간과 물질운동은 자연의 2차생성물에 불과한 것이다.


    자연은 본래 무규정의 존재이나 짝짓기를 통해 질서를 연출한다. 인간은 그 이차생성물인 질서를 믿는다. 그러다가 당한다. 그것은 마치 주인공이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관객의 태도와 같아서 감독은 관객을 엿먹일 수 있다.


    우리는 물리학의 발달에서 이미 그러한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인간은 지금 충분히 빅엿먹고 있다. 엿이 입천장에 쩍쩍 달라붙고 있다. 그렇다면 반성할 일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신이 우주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자연은 다섯가지 대칭을 써서 1회의 사건을 연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추상적 사건을 물질과 같은 구체적 존재로 착각한다. 무지한 관객이 스크린에 연출된 춘향과 몽룡의 모습을 실제의 존재로 착각하듯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연은 본래의 모습을 미시세계에서 들킨다. 거시세계에서도 들킬 때가 있다. 그러나 흔치 않은 일이라 100억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은 우주가 0으로 회귀하는 진귀한 장면을 목도하지 못한다. 당신 생에 없다.


    우리는 오직 대칭성으로만 바르게 자연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자연은 무규정이나 대칭성은 규칙을 건다. 상대성을 작동시킨다. 조건을 걸어 규정해낸다. 시공간과 물질운동을 연출해낸다. 크기가 만들어진다. 거시세계는 무난히 작동한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면 기우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는 무수히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거시세계도 100억년 후에 하늘이 무너질 수 있다. 시공간이 뒤틀릴 수 있다. 모든 것은 짝짓기로 가능하다. 양자우주는 짝짓기로 연출된 우주다.



   DSC01488.JPG


    우주는 균일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되어 있습니다. 균일은 불균일을 만나는 지점에서 꺾입니다. 꺾임이 일정한 조건에 도달하면 꼬입니다. 끈이 꼬이면 매듭이 만들어집니다. 물질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풀립니다. 물질은 사라집니다. 시공간은 그 매듭이 꼬이는 방향과 횟수입니다. 물질과 시공간은 1차적 존재인 에너지가 2차적으로 연출한 모습입니다. 연기자와 그 배우의 연기를 착각하면 안 됩니다. 배우이름과 등장인물 이름을 헷갈리면 곤란합니다. 장동건과 동수를 헷갈리지 마세요. 장동건은 현실의 존재이고 동수는 영화 속의 존재입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에너지에 의해 연출된 우주입니다. 어떻게 연출하는가? 다섯가지 대칭으로 연출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5.08.03 (23:05:28)

태초에 에너지가 천지를 창조하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에너지는 수면 위에 운행하니라

에너지가 움직여 빛이 될 것이다 하니 빛이 되었고

이 빛을 에너지로 보니 보기에 좋았더라.

에너지를 빛과 어둠으로 구분하니 

빛을 낮이라 부르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되지요. 


어쨌든 세상은 재밌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5.08.04 (01:36:35)

좀 엉뚱한 이야기인데, 입이 근질거려서,


기체 > 액체 > 고체 순으로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물질의 상태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해 보자면

반물질 > 물질 순으로 에너지 준위가 낮아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눈에 기체가 보이지 않거나 예전(아주 예전) 기술로는 그것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하여

없는 것은 아니듯 당장 증명할 수 없더라도 일단은 미지수로 놓고 있다고 치고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계 안에서 어떤 하나가 존재한다면 그것과 대칭되는 것이 반드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태변화라는 것도 대칭을 이루면서 이뤄지고요.

// 뭐 이런 건 다 아시는 얘기일꺼고,


이건 좀 비약인데, 반물질(암흑물질) 그 자체를 에너지라고 볼 수는 있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8.04 (07:38:52)

관측되면 물질이고

관측은 안 되나 관측을 토대로 추론되면 에너지죠. 


물질이 에너지의 2차생성물일 때

인간의 관측도 2차생성물이므로 


추론이라는 1차생성물로 접근해야죠. 

모든 근거는 대칭, 관측과 추론 역시도 대칭.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175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image 김동렬 2015-08-18 7976
3174 구조론의 출발 image 1 김동렬 2015-08-13 7797
3173 세상의 첫 번째 법칙 image 김동렬 2015-08-10 6159
3172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image 김동렬 2015-08-09 6316
3171 세상은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5-08-07 7016
3170 대칭을 훈련하라 image 김동렬 2015-08-06 8725
3169 세상은 대칭이다 image 1 김동렬 2015-08-04 7014
» 새로 쓰는 창세기 image 3 김동렬 2015-08-03 5979
3167 다섯 가지 대칭의 이해 image 김동렬 2015-07-31 5969
3166 공간과 시간의 이해 image 김동렬 2015-07-30 6619
3165 관점의 문제 image 1 김동렬 2015-07-27 6452
3164 다섯가지 대칭의 이해 image 4 김동렬 2015-07-27 6772
3163 구조론은 업그레이드 된 인과율이다. image 6 김동렬 2015-07-24 6604
3162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image 1 김동렬 2015-07-23 6326
3161 인과율과 구조론 image 1 김동렬 2015-07-22 5918
3160 인과법칙과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5-07-21 6195
3159 인과율의 3가지 태도 2 김동렬 2015-07-20 7475
3158 문명의 대결 image 김동렬 2015-07-16 6928
3157 공자는 무엇을 가르쳤는가? image 7 김동렬 2015-07-16 7572
3156 진짜 역사는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5-07-13 7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