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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오리
read 4701 vote 0 2015.05.12 (10:11:47)

트롤리 문제와 사이코패스(1/2)
2015년 5월 12일  |  By:   |  과학  |  No Comment

광차 문제, 혹은 트롤리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이 문제를 모두 한 번 씩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5명의 아이를 태운 작은 기차가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기차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 앞에 있습니다. 당신이 이 기차의 진로를 바꾼다면 아이들은 살게 되겠지만, 다른 무고한 뚱뚱한 남자가 기차에 치여 죽게될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기차를 그대로 두어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둘건가요? 아니면 기차를 돌려 아이 다섯 대신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들건가요?

희생 문제로 알려진 이런 종류의 사고실험은 대학 신입생에게 도덕철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에는 적합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fMRI 기계 속의 지원자에게 묻고 이들의 답을 통해 도덕적 판단과 뇌과학 사이에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뇌과학자 몇몇은 이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에 문제가 있는 이유는 이 딜레마가 철학적으로 매우 부족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생 문제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문제와 다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실천윤리학 연구소 부소장 가이 카하네는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현재의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딜레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딜레마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학적으로 볼 때, 희생 문제는 전혀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문제입니다. 당신이 이 문제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도덕적 판단기준은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면 당신은 실용주의적(utilitarian)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행동을 거부한다면, 당신은 비실용주의적(혹은 “의무론적(deontological)”)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실용주의자는 결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인 반면, 의무론자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따라서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관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 관점을 극단적으로 밀고간 이가 바로 칸트입니다.) 내가 분명 ‘간단히 말해서’라는 말로 앞 문장을 시작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이 두 판단기준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실용주의는 어떤 뜻일까요?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처럼, 당신이 일반적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언제나 더 큰 선(good)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곧 당신은 “편협하고 본능적인 당신의 동정심을 초월해 … 더 많은 인간 혹은 이성적 존재들의 더 큰 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능동적으로 선을 최대화 하도록 모든 행동을 결정하리라는, 그런 기계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런 “실용주의”를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위의 딜레마에서 “그냥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는 선택을 한 사람들을 “말하자면 실용주의”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그러나 이 문제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이런 실제 “실용주의”와 “말하자면 실용주의”의 차이가 거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뚱뚱한 남자를 죽이는” 결정을 한 이들이 실용주의 윤리학, 곧 전지적 관점에서 더 큰 선을 추구하는 그런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카하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희생문제가 잘못 이해되고 적용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로 평범한 사람이 실용주의자인지 의무론자인지를 실제로 나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들이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그런 경향을 보일지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는 답을 한 이가, 비록 그가 진정한 실용주의자로써 자신의 재산 중 90%를 모르는 이에게 기부해 모두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결정을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렇지 않은 답을 한 사람보다는 더 기부를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일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를 알아보기위해 카하네는 다른 옥스포드의 철학자들과 함께 일련의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즉, 트롤리 딜레마가 실제로 얼마나 그들의 도덕 기준을 말해주는지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지난 1월 “인지(Cognition)”지에 이들의 그 문제의 답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트롤리 문제와 사이코패스(2/2)
2015년 5월 12일  |  By:   |  과학  |  No Comment

실용주의적 대답(곧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을 한 이들은 그저 현실에서 실용주의를 반영하지 않는 이들이었을 뿐 아니라, 사실 비사회성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즉, 낮은 공감능력을 가졌고 또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이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그런 두 종류의 피해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겁니다. 사실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다”고 답한 이들은 만약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그 뚱뚱한 남자를 죽일것 같은지라는 질문에도 높은 가능성을 표했습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종류의 문제인, 여러명의 포로를 숨겨주기위해 우는 아기의 목을 조를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성공은 적자생존의 결과이며, 나는 패자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 사이코패쓰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공감능력 테스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남에게 이용당할때 나는 그들을 보호하고싶은 기분을 느낀다.”) 즉, “말하자면 실용주의”자들은 사실 “더 큰 선(good)”과는 관계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위의 결과로부터 “실용주의적” 대답이 실은 다양한 비도덕적 판단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일까요? 그것은 최근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이 희생문제를 바탕으로 뇌와 도덕적 판단의 관계를 연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여러 논문에서 다수를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실용주의적 판단으로 분류하고 의도적인 실용주의적 비용-이익 분석 사고의 결과로(Cushman, Young, Greene, 2010), 혹은 구체적인 신경회로의 결과(Greene, 2008; Greene et al., 2004)로 가정하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이런 류의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를 해왔습니다. 2001년, 도덕적 인지에 대한 최초의 뇌영상연구가 바로 fMRI 속의 자원자에게 이 딜레마를 묻고 도덕성과 뇌과학사이에 어떤 중요한 결론을 내린 연구였습니다. 이 연구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다양한 후속연구를 낳았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하나의 분야가 만들어지면 같은 방식의 실험이 계속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저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뇌과학에 이런 문제가 지적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얼마전 사이코패스의 뇌에 “어둠의 영역(dark patch)”이 발견되었다는 오보나 MRI 스캐너 안의 죽은 연어에게 사람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신호가 검출된 사건 등은 이 분야가 과학에 충분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표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하네는 단지 트롤리 딜레마같은 부족한 예가 아닌, 보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실용주의 도덕적 사고를 구별할 수 있는 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뇌과학(Social Neuroscience)”지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도 그는 도덕성을 분류하기보다 그저 비즈니스 스쿨의 사이코패스를 구별하는데 더 유용한 트롤리 문제를 버려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바로 “자신만을 고려하는 편협한 관점을 초월해 관심의 범위를 확장하게 만드는, 그 결과 지역적, 시간적, 생물학적 거리를 넘어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구별하는 방법입니다. 뇌과학자들은 이런 방법과 함께 그들의 뇌 영상기법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21세기 우리 인류가 가져야할 도덕적 기준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 블로그*를 읽고 있다는 것은 곧 다가올 기후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그런 운이 좋은 환경에서 당신이 태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나라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고 당신들은 이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당신이 들어보지도 못한 장소에 드론을 이용해 폭격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스마트폰 역시 당신이 가봤을 리도 없고 신경쓰지도 않는, 그런 공해가 가득한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해체됩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적어도 과학논문에서 도덕을 그저 숫자놀음으로 다루는 것은 아닐겁니다.

뇌과학자들이 탄 열차는 절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 한 명이 스위치 앞에 서 있습니다…

출처:http://newspeppermint.com/2015/05/11/m-trolley1/

출처:http://newspeppermint.com/2015/05/11/m-trolle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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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1.트롤리 문제와 같이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 하다.

2."개인을 벗어나 공동체(전지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을 구별해 내는 실험 기법이 필요하다. 


shutterstock_152192852-475x475.jpg

여러가지 실험 기법 이전에 상부구조를 인지 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이 있다면 좋을 것 같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5.12 (12:47:26)

짜증 나는 억지 문제임다.

만약 당신이 군대의 지휘관이라면 


다수를 살리고 소수를 죽이는 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 결정은 내가 내리는게 아니라 전쟁 자체의 물리적인 메커니즘입니다.


무고한 뚱뚱한 남자는 무고한게 아니고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겁니다.

내가 레버를 움직이기 전에 이미 환경이 세팅되어 있는 거.


전쟁이 나는 순간 모두 죽음의 확률 속으로 들어가는거

산 자나 죽은 자나 이미 확률적으로 죽어 있는 거.


결정같은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열차가 발명되는 순간 이미 인류의 일부는 죽어 있는 거. 

[레벨:8]상동

2015.05.12 (19:05:46)

내가 레버를 움직이기 전에 이미 환경이 세팅되어 있는 거.


선행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감추고서는

마지막 단계에다 죄다 뒤집어 씌우는 치졸한 방법이네요.

[레벨:10]다원이

2015.05.12 (23:41:52)

상부구조 - 이 한 단어릍 새기며 일상생활에서 얻는게 많습니다. 어디든 적용할 수 있는 거. 감사~~
[레벨:15]르페

2015.05.13 (06:11:11)

의사결정의 도덕적 부담을 줄이려고 '뚱뚱한 남자' 혹은 마차 안의 '창녀'를 찾아내는 노력이 눈물겹군요.
실용주의자와 의무주의자를 완전히 거꾸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수 공자 석가들이 인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사용해버린 기현상(!)에 대해선 무슨 주의로 부를지 궁금해지네요. 의무실용주의?

철학자들의 이 어처구니없는 무지는 실제론과 관념론을 통합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됩니다. 
이걸 통합하려던 칸트 헤겔 니체의 실패를 현대 철학자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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