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5504 vote 0 2004.09.02 (17:28:48)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쓴 글이어서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문장 일부는 고쳤습니다. .』

5. 선생의 교육사상

교육의 기초는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좋은 민주주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건전한 철학에 기초하지 않은 교육은 그 개인과 국가에 해가 된다. [나의 소원]

이승만은 왕족의 후예로 전형적인 엘리트 지도자이다. 그는 미국에서 데모크라시를 배워왔지만 그 제도와 형식만 배워왔을 뿐 그 정신은 배우지 못하였다. 데모크라시의 정신은 한마디로 자유주의다. 그러나 자유라고 해서 다 자유는 아니다. 진짜 자유는 따로 있다.  

리버럴한 자유와 프리덤한 자유가 있다. 전자는 사회적 해방이요 후자는 개인주의다. 이승만은 자유를 부르짖었으나 거기에는 해방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었다. 교육이 없이는 해방이 없다. 해방 없는 자유는 가짜다. 이는 밑바닥 체험이 없는 엘리트 지도자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과학기술도 아니다. 인류가 불행한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기르는 것은 문화이다. [나의 소원]

인의(仁義)는 유교개념이다. 자비(慈悲)는 불교개념이다. 사랑은 기독교개념이다. 선생은 유교와 불교와 기독교를 섭렵하였으나 그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선생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뿐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가능한가?

엘리트지도자라면 가능하지 않다. 선생의 사상은 외부에서 주입된 것이 아니라 부단한 사색에 의해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올린 것이다. 선생의 사상 맨 밑바닥에는 못 배운 상놈의 신분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열망에서 얻어진 자유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선생은 자유주의를 사상의 뿌리로 삼고 교육사상을 그 기둥으로 삼고 유교와 불교와 기독교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가지를 치게 하고 있다. 그 자유주의라는 뿌리가 튼실하고 교육사상이라는 기둥이 든든하므로서 어떤 사상과도 충돌하지 않고 여타사상의 나쁜 점은 버리고 장점만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내가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최고의 문화를 건설하려면 국민 모두가 성인(聖人)이 되어야 한다. 대한사람이면 가는 데마다 신뢰를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나의 소원]

자유와 교육이야말로 선생의 사상의 두 기둥이라 할 만하다. 상놈출신으로 이웃마을 강, 이씨에게 자유를 억압 당한데서 자유의 소중함을 알았고, 배우지 못한 선대의 한을 교육으로 풀면서 교육철학을 정립하였다. 선생에게는 동학도 유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백성을 가르치는 수단의 하나요 자유에 도달하는 방편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승만정권은 자유주의를 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이데올로기로 적극 선전하였으나 가짜였다. 거기에는 리버럴한 해방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것은 가진 자만의 자유, 힘있는 자만의 자유였다. 자유의 이름으로 위장되었으나 실상은 폭력 그 자체이기 일수였다.

참된 자유는 인간이 인간과 대등해질 때만이 얻어질 수 있다. 그것은 적절한 교육과, 외세로부터의 자주와, 민주적 시민 기본권의 행사와, 경제적으로 적당한 자산의 소유와, 사회적으로 공동체에의 소속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교육이 없이 자유가 없고, 자주가 없이 자유가 없고, 자산이 없이 자유가 없고, 소유가 없이 자유가 없고, 공동체에서 소외된 채로 자유는 없다. 말이 좋아서 자유이나 실제로는 소외이고 버려짐이고 금 밖으로 밀려남이기 일수이다.   

나는 교육의 힘으로 이 일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이룰 수 있다. 나도 일찍이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다.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나의 소원]

선생은 상놈의 신분으로 태어나 양반의 억압이 없는 사회를 소원한 바 자유를 주장하였고, 밑바닥의 인생체험을 통하여 그 자유가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를 깨우쳤기에 자주를 주장하였고, 그 자주와 자유에 이르는 실천방법으로 교육을 주장하였다.

선생의 사상은 자주와 자유, 교육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가는 항해에 있어서 먼저 자주로서 자기 소유의 자동차를 구입하여야 하고, 다음 자유로서 자신의 자동차를 손수 운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라는 방법으로 그 자동차의 운전면허부터 획득해야 한다. 민주주의로서 그 자동차의 운행과정에서 교통질서를 지켜야 하며 다원주의, 실용주의, 합리주의는 구체적인 운전기술의 노하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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