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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수원나그네
read 3787 vote 0 2014.10.12 (11:49:00)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한자병기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가령 제가 잘 읽는 영문학자 김우창선생님 글이 있는데, 그 가운데 '심미적 이성' 이란 제목의 글을 보면 審美를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확인차 읽어봐도 審美를 뜻하는 심미인지, 아니면 다른 뜻일 수도 있는 心美 혹은 深美인지 아리송하더군요.. 이럴 때는 본문 어딘가에 괄호해서 심미(審美)라고 해주는게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전용과는 별개로 한자/한문교육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자 자체가 우리민족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한족의 생활풍습보다 우리민족의 풍습을 따라 만들어진 글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옛부터 한족의 주식은 밀/보리(麵/麥)이고 우리는 쌀(米)입니다. 어느 쪽이 간단합니까? 숟가락(匕)은 한족/왜족 모두 쓰지 않고 우리만 사용합니다. 그 숟가락을 사용하면 자란다고 해서 바뀔 화(化)라고 쓰고, 갖고 다니면서 크기를 견주면 비(比)가 됩니다.
그 쌀(米)을 먹고 기운을 낸다고 해서 氣라고 씁니다. 쌀을 잘 씻으면 깨끗할 정(精)이 됩니다. 쌀을 길러내는 벼(禾)도 형태가 간단합니다. 사람(口)마다 벼가 있으면 평화로울 和가 되지요. 밀짚이나 보리짚에는 벼禾라고 하지 않고 麥杆이라 두글자로 나타냅니다. 우리 민족은 가을은 볏짚에 있는 메뚜기를 구워먹는 단백질 섭취의 기회라 해서 禾+蟲+火를 줄여서 秋라고 한 것이고요. 볏짚으로 낟가리 積을 쌓거나, 벼 수확하면 이롭다고 利라고 씁니다.

한자는 예전에는 문자혹은 진서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는데, 분서갱유이후 한나라때 옛문헌을 복원했다고 해서 한자(漢字)라고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중국한족은 내륙에서부터 진출했기 때문에 해안풍습은 잘 모릅니다. 조개貝는 해안을 많이 보유한 민족의 중요한 단백질 원이었고, 희귀한 종류의 조개들이 많아서 그 일부가 화폐대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재산을 뜻하는 財는 조개를 캐는 재주가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콩(豆)은 한반도와 만주가 원산지로서 전세계에 전파되었습니다. 머리 頭는 콩과 조개를 형상화한 겁니다.
옥편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貝와 豆를 부수로 하는 글자가 부지기수지요..

 

또 한 가지, 한자어를 우리는 철저하게 일자일음(一字一音)으로 발음합니다. 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는 그렇지 않지요. 한자 하나를 여러 음절로 발음하는 게 많습니다. 한글과 한자는 쌍으로 음과 뜻을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할만 합니다.

결론은 한자도 우리문자라는 겁니다.
한자/한문교육은 실용적으로도 조어(造語)를 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고,
조어능력의 향상은 사고능력의 향상에 절대적으로 기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10.12 (12:16:05)

어린이용 한자교육책을 집필하셔야 할듯. 

근데 요즘 어린이들은 배워야 할게 너무 많아서 한자의 비중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레벨:3]이은지

2014.10.12 (16:16:40)

형상형자에 가로두줄 세로두줄 물리학입니당.

[레벨:6]sus4

2014.10.12 (18:31:05)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이 곳에선 고수들을 매우 높은 확률로 만나는 것 같아요.

수많은 한자 조어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버린 것은 문학의 견지에서 보았을 때에도 손해가 막심하다 생각합니다.

당장 근대 문학인들의 수필들을 뒤져보더라도 현대를 사는 우리의 표현이 얼마나 빈곤하고 박약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밖을 나가보면 획일화된, 광고카피같이 규격화되고 단순화된 표현들만이 존재합니다.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멋진 옷을 빼입고는 마치 옹알이를 하는 아이처럼 문장도 이루지 못한 단어들을 중얼거립니다.

사람들이 그런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에도 자본주의의 논리가 적용되어 쓸모있는, 실용적인 것들만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사람은 딱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만큼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인생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인생에 관심이 없더군요.

하여튼 저열한 시대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10.12 (18:46:34)

위의 말씀에 추가를 하자면

콩두(豆)의 경우는 원래 그릇에 음식이 담겨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였는데

콩을 나타내는 말과 음이 같은 관계로 결국 '콩'을 나타내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가차(假借)'라고 합니다.

콩두(豆)의 갑골문을 보면 그릇에 무언가가 담긴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한자의 유래를 밝히는 작업에 갑골문의 연구를 참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자 음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가 특히 1자 1음을 지키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역시 예외도 있습니다.

바꿀역(易)의 경우는 쉬울이(易)라고도 읽습니다.

한국이 1자 1음에 충실한 것은 아마도 한자음이 대량으로 전래되던

삼국시대 무렵의 중국어, 즉 당나라 시대의 한자음을

현대 한국어가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시대별로 민족의 이동이 많았던 관계로 음가가 상당히 변했으며,

일본의 경우는 음독과 훈독을 겸용하는 독특한 언어습관 때문에

다양한 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면 한자 전래 되는 과정에서 음에 대한 오해가 생겨서 한국만 다르게 발음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유럽을 나타내는 구라파(歐羅巴)의 구(歐)의 경우 중국어 발음은 OU('어우'에 가까움)

인데, 이는 원래 발음이 '우'에 가까운 음가였던 것으로 추측되며(강희자전 참고)

중국과 일본은 '우'에 가까운 음가로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한국에서만 '구'로 발음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래 과정에서 생긴

오해가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자의 유래를 밝히는 작업은 갑골문 부터 계속된 자형의 변화를 추적하는 작업과 함께

각 중국의 각 시대별 음가를 재구하는 작업까지 겸해야 되서 사실 쉽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를 가리키는 이름 '문자(文字)'는 매우 오랜 기간 사용되었는데,

문(文)은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한 경우

자(字)는 낱 개의 글자(山, 日, 月과 같은 경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세종어제 훈민정음에서도 '문자와 달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문자는 한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자(漢字)라는 이름에 대해 

저는 진시황이 통일한 이후 광범위한

문자 통일 작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한나라가 계승했는데, 그 때 확정된 글자형태가 

바로 지금의 한자의 원형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4.10.12 (19:08:30)

風骨님/

한자 음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가 특히 1자 1음을 지키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역시 예외도 있습니다.

바꿀역(易)의 경우는 쉬울이(易)라고도 읽습니다.

한국이 1자 1음에 충실한 것은 아마도 한자음이 대량으로 전래되던

삼국시대 무렵의 중국어, 즉 당나라 시대의 한자음을

현대 한국어가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1자1음은 한 음절로 발음한다는 것을 말하죠.

 

문자가 만들어진 내력을 보면 고대의 동양은 문자공유시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조어과정이나 발음체계로 보면 중국한족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의심스럽지요..

당나라로부터 전래되었다는 것도 의심스럽고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10.12 (19:19:54)

1자 1음이 그런 뜻이라면 1자 1음절이라고 해야 오해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어는 2중 모음이 많은데, 한국어로 표기하기에는 2음절 이상으로 보이지만

중국인은 이를 1음절(더 정확히는 하나의 의미 단위)로 받아들입니다.

예를 들어 '國'의 경우 한국어는 '국'

중국어는 'GUO(대략 발음이 '구어')'인데

바로 'UO(대략 발음이 '우어')'를 하나의 모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어에서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모음 체계를 '운모(韻母)'

영어로는 phonetics 또는 'simple or compound vowel of a Chinese syllable'

라는 말을 사용하여 표현합니다.

즉 운모는 '하나 또는 다수의 모음 집단+악센트(성조)'가 포함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이 당나라 시대의 한자 음가를 재구해 보면

앞서 언급했던 'UO'같은 이중모음 또는 모음의 집합체가 아닌

현대 한국어 한자음같은 형태가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형태를 중국의 객가 방언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중국 학자들은 당나라 시기의 한자음이 한국에 전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추측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순수 고유어로 되어있던 지명들이 통일신라 이후 중국식 지명으로 많이 바뀌는데

미추홀 -> 수성(水城)

등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즉 한국어에 한자음이 대량으로 들어온다면

바로 이러한 경향이 있었던 신라의 삼국 통일 시기 무렵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시기도 아닌 당나라의 한자음이

한국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에는 한족 이외에 많은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한족 만이 한자의 창조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말이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10.12 (19:38:16)

한족은 유전적 실체가 없는데 우리식 혈연위주 민족개념은 적용할수 없습니다. 한국인 유전자 반은 중국계인데 동북인이죠. 벼농사와 우리민족을 연결하는건 무리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4.10.12 (21:18:08)

제 논지는 무슨 문헌을 갖고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90년대에 일본에 1년간 있으면서 일본문화와 유학온 중국인들을 겪으면서 체험했던 것이기도 하고,

어느 동양학자의 구술적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현존하는 생활문자속에서 관찰된 것을 말하고 있지요..

 

우리는 근현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심히 왜곡되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의문이 드는 것은,

1. 이런 한자의 내력이 아직도 학문적으로도 이치적으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

2. 고인돌의 분포가 전세계 절반이 한반도에 있는 이유에 대한 해석

3. 철새의 이동경로가 그림과 같다고 알려져 있는데, 고대로부터 어미새의 이동경로를 답습하는 것으로 알려진 철새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이유

 

이런 실증적인 부분들에 대해 학계가 아직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는 것 같군요..

 

벼농사와 우리민족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연결하지 않는 것도 이상합니다.

또 중국인유전자의 반은 한국계라고 거꾸로 말할 수도 있겠지요.

 

아직은 모르는 일입니다.

 20141012_205551.jpg

철새이동경로.jpg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4.10.12 (23:23:26)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10.13 (10:49:40)

米라는 단어는 밀과 어원이 같은데 

밀은 맷돌(미는 돌)로 밀어서 껍질을 깠다는 뜻입니다.


米는 쌀 뿐 아니라 껍질을 깐 곡식 모두에 해당하는 거죠. 

금광의 광석(광미)도 돌을 빻아서 금을 채취하므로 米에 포함되고. 


콩, 보리, 수수, 기장 등 껍질을 깐 곡식은 다 米입니다.

쌀도 좁쌀, 보리쌀, 수수쌀 등 모든 곡식에 두루 해당되는 말이며 


입쌀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입쌀, 이밥, 이팝나무 등에서 보듯이 벼의 쌀은 옛말로 '니'였습니다. 


쌀은 아프리카부터 일본까지 없는 나라가 없는데 한반도기원 주장은 무리로 봅니다.

언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뜻이 변하므로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면은 국수인데 중국 서부에선 빵을 면이라고 하죠. 

면이라고 하면 밀인데 원래는 보릿가루, 보리barley가 원래는 밀. 


말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뒤섞인다는 거. 

분류학을 안 배운 옛날 사람이 보리와 밀, 호밀을 구분하지는 못하죠.


단어로 기원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4.10.13 (10:05:48)

한자교육의 핵심은 한자어교육(여기서 한자어는 어원이 한자인 한글로 쓴 단어들)입니다.

한자어 교육이 되어야 조어력이 늡니다.

한자를 몰라도 사용 용례로 한자어를 추론할 수 있고,

한자어에 대한 감각이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예리하다. 예민하다. 첨예하다 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예'자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몰라도 '날카롭다'라는 의미만 알아도

독해력과 조어력이 늘어납니다.

 

예전에 초등학생들 한자 가르쳐보니

한자 많이 안다고 조어력 느는게 아니더군요.

먹을 식을 알려주면서 간식, 식중독 알려줘도 정작 5학년이나 된 녀석이

한자 능력 시험 3급 수준인데  이 글자가  먹을 '식'자라는 것을 추론을 못해요.

정작 2학년 밖에 안된 아이는 한자로 먹을 '식'자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도 추론을 하고

먹을 '식'자를 이용한 단어를 생각해 냅니다.

 

부수위주 글자로 어원중심의 한자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자 없이도 충분히 한자어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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