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생활의 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인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직도 이 현상을 규명을 못했네요.
(아래는 2010년 쓴 한 블로그 글입니다)
'음펨바효과'(Mpemba Effect)라는 것이 있단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하지.
상식과 어긋나는 이 현상은 멀리는 기원전(BC) 4세기경 때부터 알려졌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이 따뜻하다는 사실이 빨리 어는 데 도움을 주는데, 그것은 그만큼 빨리 식기 때문이다"라고 했어. 그는 "뜨거운 물을 빨리 얼리고 싶으면 양지에 내놓는 일부터 하라"고 했지.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도 이 현상에 대해 "약간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얼기 쉽다"(1620년)고 언급을 했고,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도 "경험상 불 위에 오래 얹혀졌던 물이 다른 물보다 빨리 언다"(1637년)고 말했어.
그런데, 현대에 와서 이 현상이 새삼 눈길을 끈 것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에 의해서였단다. 1969년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는 과학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었어. 끓인 우유를 얼려야 하는데 선생님이 충분히 식은 다음에 냉동실에 넣으라고 주의를 했건만 음펨바는 덜 식은 우유를 넣었지. 그런데 완전히 식은 우유를 넣은 친구들것보다 자신의 것이 빨리 언 거야. 음펨바는 선생님께 이 사실을 얘기했는데, 선생님은 "네가 착각한 게지" 하고 일축해버렸어. 아이들도 '음펨바의 수학' '음펨바의 물리'라는둥 하면서 놀려댔대.
그러자 약이 오른 음펨바는 같은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어. 결과는 번번이 똑같았단다. 그럼에도 선생님과 친구들은 믿어주지 않았지. 그러던 차에 이웃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데니스 오스본(Denis G. Osborne)이 학교를 방문한 일이 생겼어. 음펨바는 때는 지금이라며 오스본 교수한테 질문을 했지. 오스본 교수는 실험을 해보겠다고 약속을 했고, 음펨바의 얘기가 사실임을 알게 됐어. 이 실험 결과는 1969년에 <물리 교육>()에 실렸고, 이후 이 현상에 '음펨바 효과'라는 이름이 생겨난 거야.
많은 사람들이 음펨바 효과가 왜 일어나는지 원리를 밝히려 하고 있지만 속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단다. 몇가지 그럴듯한 가설(hypothesis)이 제시됐지만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론(theory)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어. 이론은 실험(experiment)와 증명(verification)을 통해 검증된 가설을 말한단다.
첫번째 가설은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증발하기 때문이다"는 거야. 뜨거운 물의 분자들은 에너지가 많아서 더 빨리 수증기로 변하고 따라서 찬물보다 남은 물 양이 작아진다는 것이지. 양이 적으니까, 질량도 줄어들고 그래서 빨리 언다는 거야. 그러나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뚜껑을 닫아 놓아도 음펨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올바른 가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
두번째 가설은 "뜨거운 물은 흐름(대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는 건데, 뜨거운 물은 식어가면서 뜨거운 쪽이 자꾸 위로 올라오고 그 열을 빼긴다는 거지. 차가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고 뜨거운 것은 위로 뜨니까. 이 (대류) 속도가 뜨거운 물이 빠르니까 그만큼 열을 빼앗기는 속도가 빨라 뜨거운 물이 빨리 언다는 가설이야. 하지만 대류 현상은 용기의 모양에 따라 변화가 큰데, 음펨바 효과는 용기 모양에 상관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가설 또한 원리를 설명하기에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났어.
세번째 가설은 "물이 차가울수록 과냉각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는 것이야. 물은 보통 섭씨 0도에서 언다고 알고 있지. 이것은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온도가 0도보다 내려가도 물은 얼지 않은 상태가 유지돼. 이를 과냉각 상태라고 한단다. 관찰 결과 뜨거운 물은 영하 2도에서 어는데 차가운 물은 영하 8도에서 얼기 시작하는 거야. 하지만 이 가설은 왜 뜨거운 물이 더 높은 온도에서 얼기 시작하는지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역시 이론으로 정립되기에는 부족하지.
최근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미국 뉴욕주립대의 방사선안전관인 제임스 브라운리지가 "물 속에 있는 불순물 등이 음펨바 효과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어. 브라운리지는 자신의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10년 동안 수백번의 실험을 한 결과 과냉각의 냉점(어는 온도)은 물 속에 들어 있는 불순물과 관련이 있으며, 이 불순물들이 얼음이 얼 때 응결핵(얼음씨앗) 노릇을 한다고 주장했어. 하지만 워싱턴대의 조너선 카츠 교수는 "물을 가열하면 이산화탄소 같은 불순물(용질)이 제거돼 물의 냉점이 높아진다"면서 "브라운리지는 과냉각 효과를 발견한 것뿐"이라고 말했단다.
음...음펨바 효과를 누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도전해보지 않으련.
왠지 동렬님이 명쾌하게 설명해줄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