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송강호 최민식이 망쳤다

근래들어 한국영화가 망하게 된 이유 중 8할은 최민식, 송강호 때문이다..고 말하면 물론 안 믿겠지만.. 올드보이와 괴물의 흥행 이후 한국영화가 망한 것은.. 뭔가 있는 거다. 그 뭔가가 뭐냐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미남배우가 등장하는 영화가 흥행하면 충무로가 살고, 최민식, 송강호류 조연이나 해야 마땅한.. 안 생긴 배우가 뜨면 충무로가 망한다는 것이 나의 입증되지 않은 징크스 주장이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문제가 있다. 미남배우 장동건이 나왔어도 꽃미남의 잘 생긴 얼굴을 내세운 영화는 아니다. 열거한 네 편의 영화에서 공통점은 너무 무겁다는 거다. 애국주의 팔아먹은 것도 있고.

이런 영화 한 편만 보면 남산 만큼 배가 부르다. 일년치 영화 다 본 것 같다. 그 인상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뭔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묵직한 느낌을 주어서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주저하게 만든다.

뭔가 대단한, 한 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한.. 그래서 게임이나 오락 따위로 경직된 몸을 풀어주어야 할 듯한. 안 좋은 후유증을 남긴다.  

그래서? 식객, 베토벤 바이러스, 타짜의 공통점은.. 이런 이야기의 공통점은 고수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타짜는 어차피 고수다. 식객도 주인공 성찬은 고수 중의 고수다. 요리의 고수. 베바의 강마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반면 올드보이는 지독한 하수다. 그러니 멍청하게 고향친구에게 잡혔지. 무인도 가서 지옥훈련해야하는 설까치만 하수인 것이 아니고.. 그 이후 20년 동안 한국영화는 줄곧 하수만을 다루었다.

실미도의 설경구 하수다. 그러니 섬에서 조낸 쳐맞지! 태극기 휘날리며.. 안성기 원빈 하수다. 허둥대다 군에 끌려갔다. 놈놈놈의 송강호.. 어리버리 하수다. 약간 잔대가리 굴리고 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봤자 돈 몇 푼에 헬렐레.

싸움의 기술.. 하수가 고수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주인공은 여전히 하수다. 타짜 역시.. 막판에 고수는 이런거다 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초반에는 어리버리 하다가 된통 깨지는 하수로 나온다.

괴물에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이 하수들 몸으로 때운다. 활 쏘고 화염병 던지고.. 삼빡하게 머리쓰는건 없다. 조선놈은 몸으로 때워! 뭐 이런 거다. 왜 한국영화는 항상 하수만 다루나.

이리 깨지고 저리 터지고.. 동네북이다. 그것이 한국인의 한이고 정서고? 젠장! 안 좋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려나 말이다. 우리 좀 산뜻해지고 근사해지면 안 되나? 넘 오랫동안 구질구질 하지 않았나?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이 부담없이 극장을 찾는다. 그런데 만들지 않는다. 왜?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일단 고수의 세계를 아는 고수가 한 명은 있어야 하는데 그 고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짜도 노타짜의 장병윤 고수가 조언해줘서 된 거고..

송강호, 최민식의 득세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연이 주연을 압도한 것이다. 원래는 한석규가 주연이고 최민식은 조연이었다. 그런데 주연이 증발하고 조연이 주연자리 꿰찬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석규의 지적인 이미지를 살려줄만한 지적인 시나리오가 없었다는 거다. 가만 놔둬도 불쌍하게 생긴 최민식의 불쌍한 얼굴을 살린 불쌍한 영화가 충무로를 점령했다는 거다. 왜? 왜 한석규를 살려줄 시나리오를 쓰지 못했나?

조연이 주연될 수도 있지만 오래 가면 안 좋다. 주연이 주연 노릇 해야 한다.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미남배우가 떠야 한다. 미남배우를 띄울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수의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판에 베토벤 바이러스의 득세는 의미심장한 바가 있다.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되고 물꼬가 되고 기세가 되기 원한다. 이건 나의 희망사항.

결론은 충무로는 지난 수 십년간 파이란처럼 식은 연탄재 들고 쫓아가는 뒷골목 양아치 신세에 얻어터지고 깨지고 망가지고 울부짖고 눈물콧물 흘리는 무거운 영화만 만들었다.

나는 이것이 한국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믿는다. 일제에 터지고 육이오에 깨지고 박똥 독재에 시달리고 영삼이 바보에 낚이고 쥐박이 쥐덫에 또 걸리고 젠장! 실제 역사가 이러하니 이런 칙칙한 분위기의 영화만 나오는 거다.

무엇인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노랑머리가 깨는 영화의 시초였다. 주유소 습격사건 그리고 박정우 작가의 일련의 시나리오들이 잇달아 대박을 내고.. 말하자면 최근 10여년간 한국영화의 중흥기는..

‘깨는 영화’가 흐름을 만들어온 것이다. 깨는 영화들은 당연히 고수가 등장한다. 뭐 대단한 고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주유소의 네 악당들은 경찰과 양아치와 철가방을 엮어서 사태를 교착시켜놓고 슬기롭게 도망갔다. 한수 위의 고수다.

무엇인가? 태극기, 괴물, 올드보이 등 800만 넘어가는 대박영화들은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것이고 박정우 작가의 300만~500만 관객이 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거다. 그런데 그 박정우 작가가 요즘 뭘 하는지.

그 이후 충무로에 머리 좀 쓰는 산뜻한 영화가 없어졌다. 깨는 영화가 없어졌다. 가벼운 웃음을 주는 상큼한 영화, 중독성 있는 영화가 없어졌다. 천만 노리는 묵직한 영화들이 충무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은? 결국 베토벤 바이러스가 조짐을 보이는 대로.. 깨는 영화+한 수 위의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미남배우가 등장하는 영화+가벼운 유머코드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충무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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