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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360 vote 0 2012.10.27 (14:43:05)

 

 

    스타일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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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주의가 없는 사람은 자연의 완전성과 반응하지 못한다. 그럴 때 둔감해진다. 엄마없는 아이가 말을 배우지 못하듯이 세상과의 진정한 관계를 배우지 못한다. 명박처럼 개고기 먹고 배 두드리는 사람은 개를 사랑하는 어린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미추에 둔감해지고 선악에 둔감해지고 진위에 둔감해지고 성속에 둔감해진다. 흔들리는 공기의 밀도를 느끼지 못한다. 도저한 강물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 태산의 굳센 기세에 동화되지 못한다. 기타의 피크를 잃어버리고 관악기의 리드를 읽어버리고 현악기의 현을 읽어버리고 종의 당목을 잃어버린다. 방향타도 없고, 나침반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다. 민중의 마음결을 알지 못한다. 역사의 호흡을 읽지 못한다. 진리와 소통하는 그대 안의 안테나는 망가지고 만다. 관계맺기는 실패로 된다. 그 인생은 쪼그라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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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지극한 이상주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첨예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 그럴 때 자연의 완전성과 반응하게 된다. 진리의 부름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대가 세상에 데뷔하기 전에 먼저 세상이 그대를 연주할 것이다. 거친 세상의 맥박과 호흡이 그대 안의 건반을 한껏 두들길 것이다. 그대는 흥분하게 되고 설레이게 될 것이다. 깨어나 박차고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뛰어나갈 것이다. 세상의 한 가운데로. 진리의 한 가운데로. 그럴 때 그대는 존엄을 얻는다. 완전해진다. 소리가 난다. 반응한다. 관계는 그 안에 있다. 그 삶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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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사건이 촉발되는 지점이다. 모순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원래 모순이며 내 안에도 모순은 있다. 그 두 모순이 만나 제멋대로 수작하고 놀아나며 이야기를 채워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모름지기 귀를 쫑긋 세우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흥미를 느껴야 하고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모든 빛나는 것은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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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자연을 복제한다. 둥근 뒷동산 아래 사는 사람은 둥근 지붕의 초가집을 짓고 뾰족한 산에 사는 사람은 뾰족한 지붕의 귀틀집을 짓는다. 인간의 마음 역시 자연을 복제한다. 뾰족한 산에 사는 사람에게는 예리한 마음이 있고 평평한 들에 사는 사람에게는 넉넉한 마음이 있다. 그러한 인간과 자연의 섞임에 포착해야 할 위태로움이 있다. 비전이 거기에 있고 가능성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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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인간이 충돌하는 지점, 너와 내가 맞닥뜨리는 지점이 있다. 그 부분은 민감하다. 하나가 변하면 전부 변하기 때문이다. 첫만남에서 너무나 많은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와 예술은 잘못 건들이면 기어코 탈이 나고 마는 그 민감한 부분을 슬기롭게 조율하는 형태로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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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감추는 것도 좋지 않으며 함부로 드러내는 것도 좋지 않다. 그 아슬아슬한 부분을 확실히 장악하고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 미학이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그 장소의 공기에 따라서, 바람의 결에 따라서, 분위기의 결에 따라서 그것을 아름답게 조율해낼 때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도 풍성하게 연주된다. 세상을 연주하는 건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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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은 그 위태로운 지점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보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방해하기 십상이다. 보호한다면서 간섭하기 십상이다. 보호한다면서 지배하기 십상이다. 그 반대여야 한다. 거꾸로 이용해야 한다. 그것을 보호하겠다면서 달려들어 방해하는 자, 달려들어 간섭하는 자, 달려들어 지배하는 자를 역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위태로움의 미끼로 유혹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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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해자들을 제압하는 방법은 에너지의 결에 태우는 것이다. 두껍게 칠한 고흐의 그림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투입할 때 그 민감한 지점의 결이 드러난다. 그럴 때 위태로움은 극복된다. 달려드는 자는 제압된다. 간섭하는 자는 제압된다. 위협하는 자는 제압된다. 결따라 가야 한다. 끝까지 가야 한다. 사정없이 몰아쳐야 한다. 중도에 멈추지 말아야 한다. 머뭇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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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가 투입되어 위태로운 부분이 조절될 때 매력이 발산된다. 모두가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줄 세우는 것이 매력이다. 거기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거침없이 나아갈 때 모두가 따라온다. 그럴수록 더욱 위태로울 것이다. 그러나 대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세상의 중심으로 쳐들어갈 수 있다. 존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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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투입하여 끝까지 가면서도 위태로움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정교한 수단을 획득할 때 스타일은 완성된다. 전통적인 회화는 어떤 선을 넘어가면 안 되는 정해진 한계가 있었지만 인상주의는 폭주해 버렸다. 가볍게 선을 넘어버렸다. 그리고 사정없이 질주했다. 그러나 붕괴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팽이를 치면 칠수록 더 안전해진다. 거함은 속도를 올릴수록 안전해진다. 체조선수는 동작이 날렵할수록 자세가 안정된다.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함으로써 끝까지 갈수록 오히려 견고해지게 하는 것이 스타일이다. 그것으로 세상을 유혹할 수 있다. 세상이 그대의 편에 서게 할 수 있다. 세상이 먼저 그대 안으로 들어와 그대를 연주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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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뜨다를 내면서

 

    본래 선가에 1700 공안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단숨에 150 공안을 추가합니다. ‘달이 뜨다’는 30여개의 이미지와 120여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짧은 글이라서 읽기가 쉽습니다.

 

    공안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습니다. 어떤 구조의 대칭을 이루어 긴장을 유발한 다음 이를 비틀어 반전을 줌으로써 소실점을 연출합니다. 한 번 더 비틀어서 사유의 지평을 열어젖힙니다. 두 번의 반전이 있다는게 다릅니다.

 

    한번의 반전은 사건 안에서 주제를 태워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지만 두 번의 반전은 토대를 깨닫게 하고 정신차리게 만듭니다. 상황을 파악하게 합니다. 우리가 관계 안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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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뜰앞의 잣나무 2편을 썼다가 1편에 해설을 추가하여 ‘달이 뜨다’를 새로 내게 되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mrchang

2012.10.28 (23: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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