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의 출발
근대과학의 기본전략은 『환원론(reductionism)』이다.
환원론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단일 레벨의 더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로 해체하여
설명하는 방식이다.
환원론은 집합적 구조에서 전체와 부분 사이의 상호 가역성에 기초한다. 이 부분을 해명하고 있는 것이 수학에서의 집합론이다.
수학의 모든 영역은 집합론(Set Theory)으로 환원시켜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집합론을 『수학의 언어』또는 『수학적 언어에 대한 문법』이라고 부른다.
수학에 집합론이 있다면 물리학에도 집합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물리학의 언어, 또는 물리학적 언어에 대한 문법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모든 학문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컴퓨터의 알고리듬이 하나의 『컴퓨터언어』에 의존하고 있듯이, 모든 학문분야의 알고리듬이 의존하고 있는 『모든 학문의 언어』, 또는 『모든 학문의 언어에 대한 문법』이 구조론이다.
무리수의 발견과 환원주의의 좌절
『복잡하고 추상적인
것을 잘게 분해하여 단순한 것으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환원론의
입장은 『만물은 수(數)』라고 정의한 피타고라스 이래
서구정신의 오래된 전통이다.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數)』라고 정의했을 때의 수(數)는 정수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모든 수는 『정수와 정수의 비』로 표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문제는 무리수이다. 환원론으로 보면 모든 수의 제곱근은 정수 또는 분수(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의 제곱근은 소숫점 이하로 무한대이다. 정수나 분수로 나타낼 수 없다.
어떤 수의 제곱근이 정수의 비가 아닌 무리수로 존재한다는 것은 집합적 구조를 해체했을 때 더 단순해진 것이 아니라 거꾸로 더 복잡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복잡한 것을 잘게 쪼개어 단순한 것으로 환원시킨다는 환원론의 기본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무리수를 발견하고 당황한 나머지 한동안 이를 비밀에 부쳤다고 한다.
데모크리투스의 원자론
피타고라스학파의 환원주의적 개념을 확장시켜
물리학에 응용한 것이 원자론이다. 데모크리투스가 제창한 원자론에서『원자(atom)』
알갱이는 수학에서의 『정수』에 해당한다.
수학에서 모든 수가 『정수의 비』로 환원될 수 있다면, 물리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주의 구성단위(building block)가 되는 최종단계의 소립자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서 무리수의 존재가 환원론의 기본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에서도 환원주의는 비가역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과학의 기본전략으로서의 환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환원론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을 뿐이다.
이는 아인시타인의 상대성이론 이후 원자론의 토대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자론이 이론물리학의 중요한 프레임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는 것과 같다.
두개의 프레임 가역성과 비가역성
수학의 모든 영역은『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부분과 전체 사이에는 가역성이
성립한다. 열역학 제 1법칙, 곧 질량보존의 법칙이 이 대전제를 담보한다.
그러나 실제의 자연현상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부분의 합은 항상 전체보다 작다.』 자연에서는 전체를 해체하여 부분을 만들 수는 있어도, 부분을 조립하여 전체를 만들 수는 없다.
부분과 전체 사이에는 『질서』라는 플러스 알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 2법칙 곧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부분과 전체 사이의 비가역성을 담보한다.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열역학 제 1법칙과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는 열역학 제 2법칙은 언뜻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영역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 1법칙은 집합적 구조를 제외한 상태에 한정하여 유의미하게 성립한다. 질량을 완전히 에너지로 환원시켰을 때 한하여 부분과 전체 사이의 가역성이 성립하는 것이다.
열역학 제 2법칙은 집합적구조 내에서 전체 부분 사이의 비가역성을 나타낸다. 질량을 에너지로 환원하지 않은 상태, 곧 사용가능한 에너지 상태에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담보하는 집합론적 가역성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담보하는 집합적구조의 비가역성은 우주의 모든 질서를 규율하는 두 개의 큰 프레임이라 할 것이다.
엔트로피의 증가와 감소
모든 에너지는 질과 양, 전체와 부분, 집합과
원소 사이에서 성립하는 『집합적 구조』의 해체과정에서만
발생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곧 집합적구조가 점점 해체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에너지는 집합적구조의 해체과정에서만 발생하므로 집합적구조가 완전히 해체된 다음에는 더 이상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질량은 보존된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은 자연상태에서 집합적구조(닫힌 계)의 자동복원은 없다. 모든 변화는 집합적구조가 해체되는 일방향으로만 성립한다.
이는 피타고라스 이래 서구정신의 전통을 이루어온 환원론의 기본개념이 부분적으로 틀렸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질량은 보존되므로 환원론은 일정부분 유의미하다.
환원론의 함정 순환의 미로
환원론은 부분의 합으로 전체를 설명한다.
동시에 전체를 분할하여 부분을 설명한다. 전체 A로써 부분 B를 규정하고, 역으로
부분 B로써 전체 A를 규정한다.
환원론의 오류는 이러한 상호규정에 의해 순환논리의 미로에 빠지는 것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비가역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집합적 구조 안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A=B일 수 없다.
전체와 부분으로 이루어진 집합적구조 안에서 모든 변화는 일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질에서 양으로의 이행은 있어도 양에서 질로의 이행은 결단코 없다. 그러므로 환원되지 않는다.
자연에서 모든 변화는 『질>양』의 일방향적 이행이지만 『양>질』로의 이행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생물체의 성장이 그러하다. 물론 착각에 불과하다.
생물체의 성장은 자연상태에서 『양>질』로의 이행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생물체의 성장도 유전인자 단위로 보면 분명히『질>양』으로의 이행이다.
유전인자 그 자체가 최대의 복잡도를 가진 정교한 집합구조이며 생물의 생장하므로 해서 집합적 구조의 집적도 그 자체가 더 복잡해진 일은 전혀 없다.
집합적 구조와 구조론
구조론은 집합적구조(닫힌 계) 안에서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해명하고 있다. 곧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적용되는 집합적구조 내에서의
비가역과정을 규명하는 것이다.
하나의 집합적 구조 안에서 전체 A와 부분 B는 환원되지 않는다. 전체 A를 해체하여 부분 B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부분 B를 집적하여 전체 A를 설명할 수는 없다.
구조론이 전체 A를 설명하는 방법은 단계적인 모듈화이다. 집합적구조는 5단계의 집적과정을 가진다. 1, 2단계의 집적과정에서 패턴을 얻고, 패턴들을 네트워크화하여 로직을 얻는다.
전체와 부분 사이에 중간단계를 두고 상위단계를 해체하여 중간단계를 설명하고 중간단계를 해체하여 하위단계를 설명하는 식이다.
최상위단계는 단계적인 모듈화를 통하여 얻어진 네트워크와 동일한 집적도를 가진 다른 네트워크 사이에서 환원론의 방법으로 해명된다.
하나의 닫힌 계, 곧 하나의 집합적 구조 안에서 환원되지 않으나 둘 이상의 닫힌 계 사이에는 질량보존의 법칙이 성립하므로 환원된다.
정리하면
☞ 하나의 닫힌 계 내부에서 집합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서 환원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나의 닫힌계 안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 둘 이상의 닫힌 계 사이에서 환원론은 성립된다. 둘 이상의 닫힌 계 사이에는 가역성이 성립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둘 이상의 닫힌 계 사이에서만 유의미하게 적용된다.
☞ 하나의 닫힌 계 안에서 집합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는 집적도의 차이에 따른 비가역성이 성립한다. 이 경우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적용된다.
☞ 하나의 닫힌 계 내부에서 집합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는 5단계의 모듈화과정이 있으며 이들 상호간의 집적도의 차이로 인해 비가역성이 성립한다.
☞ 구조론은 하나의 『닫힌 계』 안에서 집합적 구조의 상층부를 이루는 전체와 하단부를 이루는 부분 사이에서 5단계의 단계적인 모듈화과정에서 성립하는 우선순위를 규명하고 있다.